나의 출퇴근 핫스팟

내 삶의 쉼표

by 정희정


출퇴근 핫스팟

누구에게나 숨구멍이 있다. 나에게는 출퇴근 차안이 그렇다. 한강맘(김포대표 네이버카페) 카페에서 재미로 하는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출퇴근길이 나에게 활력을 샘솟게 해준다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보고 그래, 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퇴근 스팟이라니. 내가 온종일 차를 몰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묵혀둔 예전원고지만(달리니까 좋다, 엄마간호사 :가제로 출판사와 계약을 했던) 그 원고들에는 나의 차와 함께한 기록들이 고스란히 녹아나있다.
가끔 들추어볼때가 있는데, 그때 그랬지. 회상하기도 하고 힘들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방문간호사로서의 일상이 떠오른다. 특히 일산의 교보문고는 지친 나의 일상을 달래주는 또 하나의 핫스팟이었다. 점심때가 되거나 배가 고프거나, 잠시 쉴 곳이 필요한때(특히 화장실 볼일이 보고싶을 때면) 핑계삼아 일산교보문고를 들르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아늑한 분위기에 취하고, 따스한 책의 느낌에 또 한번 취한다. 시원한 라떼를 즐겨마시는가 하면, 따근하게 데워진 토스트를 맛보기도 했다. 배고 출출할때는 뜨근한 국물에 국수한젓가락이 그렇게 맛있었다. 혼자만의 식사를 하는일이 다반사였기에 늘 혼자였지만, 또 혼자가 아닌 기분이었다.

책들을 구경하면서 나는 아이가 떠올랐다.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밥은 잘 챙겨먹었을까? 학교에서 어떤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책을 보면 네가 생각이 나. 그랬다. 진열된 책을 보면서 나는 나의 아이가 생각이 났다. 나의 첫 아이. 첫 느낌. 그리고 너와함께 한 추억들. 함께 읽고 나누던 이야기들.

지금은 강화의 종합병원으로 출퇴근하면서 라디오를 켠다. 93.9 CBS 음악라디오는 나의 오랜벗이고 나의 이야기동무다. 음악에 취하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바쁜 아침출근길에는 토닥이는 안정제처럼 나를 달래주고, 지친 퇴근길에는 잘했다고 시원한 음악을 선물해준다. 나의 각성제이자 나의 안정제이다.
불안했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해지고, 시끄러웠던 속마음이 어느새 안정된다. 지금의 시간과 순간들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또 내일이면 잊혀질거다. 출퇴근하면서 나의 마음을 달래준 음악들과 이야기와 라디오가 있어 내가 잠시 머물렀던 시간과 차안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나의 핫스팟 참 고마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