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 집 근처 카페를 향했다. 오늘도 책방문을 열어두고 (무인책방으로 가끔 운영한다) 근처 카페로 왔다. 더블엔 출판사와 계약한 책이 곧 나올예정이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가제) 원고를 이전에 이미 보내고 이제서야 원고수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보면 볼수록 틀린 오타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틀린곳이 있겠어? 오만하게 슬렁슬렁 원고를 들여다보았다가 대표님에게 한소리 듣기도 했다. (설마 이 글을 보시진 않겠지?) 세상에 곧 나올 내 책이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작업을 거치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대표님의 마음씀씀이가 참으로 고맙다.
작은 씨앗은 시간을 거슬러올라간다. 책을 어려워했고 책과 친하지않았던 나는 경기도 김포로 이사와서 집근처 작은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다섯살 무렵의 첫째 아이와 작은도서관에서 책도 빌리고 아이의 첫번째 도서관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새책도 헌책도 자기계발서도 에세이도 그림책도 다양하게 만나고 읽었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 와닿은 책들도 있었고 아이에게 책을 필사적으로 읽어주어야겠다 라는 각오를 다지게 한 책도 있었다.
책과 함께한 시간동안 내 안에 작은 씨앗들이 조금씩 쌓이기시작했다. 책을 읽고 책을 빌리고 또 반납하는 시간동안 책에 관한 문이 서서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통진도서관, 아이의 유치원 근처 카페, 일산의 교보문고를 다니기 시작했다. 책을 만나고 책을 수집했다. 책과 아이와 늘 함께였다. 잠자기전에는 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했다.
꿈뻑꿈뻑 졸면서도, 맥주를 마신날도, 나와 그림책을 기다리는 아이곁으로 갔다. 아이도 나의 그런마음을 알았는지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이 참 좋았다. 함께 울기도 하고 함께 웃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니 책을 쓰고싶어졌다. 책을 쓰고싶다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았다. 이또한 책속에서 말한그대로를 따라한것이다. 자기계발서에도 종류가 많고, 나와 맞는 책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특별히 감명받고 솔깃한 경험이 담김 내용을 따라하고 시도해보았다. 책씨앗을 조금씩 심었다면, 버킷씨앗도 조금씩 심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적은 리스트를 화장실 문에 붙여두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뀔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당시 어리다면 어린 둘째아이를 맡겨가며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일하면서도 책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깜깜한 새벽에 포스트잇을 붙여둔 메모를 보며 책을 써내려갔고 낮동안에는 근처병원에서 일을 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그만큼 책을 쓰고싶은 마음이 강하고 컸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책 <책 먹는 아이로키우는 법>이 탄생했다.
내가 크게 달라진것도 변화한 것도 없었지만, 나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실로 엄청난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고 책쓰기를 열망하고 마침내 책을 출간했다. 아주 조금 나를 세상에 보인것 뿐이었지만 그일을 계기로 또 다른 씨앗을 심었다.
책에서 시작한 관심과 열정이 또 다른 책으로 이어졌고, 성교육에 관한 관심이 성교육강사로 활동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작은 씨앗들이 모두 싹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에 햇빛과 물을 만나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어느순간 톡! 하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
일년전에 출간된 <하루10분 그림책읽기의 힘>을 전국각지로 택배보낸 적이 있었다. 도서관이나 책방, 문화센터로 그림책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내 책을 뿌렸다. 그 당시에 내 책을 접한 문화센터 실장님을 최근에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 인연을 시작으로 이번달에 무려 3곳이나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연일정이 확정되었다. 실로 놀랍지 않은가?
지금 원고를 쓰는 이 시간도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기록은 또 다른 기록을 낳고 누가보지않더라도 나의 내면에 쌓이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끔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족의 발전이 없더라도 지켜보는 일, 그 일을 나는 오늘도 하고 있다.
여러분에게도 작은 씨앗이 있는가? 독서가 되었든 필사가 되었든 그림그리기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씨앗하나를 심어보자. 조급해하지도 말고 욕심내지도 말고 그저 묵묵히 내 씨앗을 부지런히 심어보자. 언젠가 싹틔울 나만의 씨앗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