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7년 전쯤이었을 거다. 서울에 살다 집값에 밀려 경기도 김포로 이사를 오고 그 당시 허허벌판이던 구래역 근처에서 살기 시작했다. 구래역은커녕 이마트도 지어지기 전이었으니, 정말 주변에 아파트 한두 개를 빼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마트가 확실히 들어온다는 보장도? 구래역이 들어온다는 확실한 정보도 없이 그 당시 임대아파트 모집공고를 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당첨이 되었다.
아파트 주변으로 아주 조금씩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다행히 이마트도 확정이 되면서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와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집에서 10분 거리의 구래동 주민센터 위 작은 도서관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두루 살피고 빌려도 보았다. 그 속에서 재미난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도서관 다니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도서관에는 분야별 다양한 책들이 많았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 마흔, 독서, 육아, 부부관계, 행복에 관한 거였다. 작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술술 읽기 쉬운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책 옆에는 또 다른 책이 있었다. 작은 도서관이라 그런지 나의 포위망에 들어온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일반 대형도서관이었다면 책에 눌리거나 질렸을 가능성이 커졌을 테다. 하지만 작은 도서관이었기에 나 같은 책 초보자에게 찾아보기도 쉬웠고 기억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10권 20권 가까운 책들을 챙겨 오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자기 계발서를 들여다보았다. 버킷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노란색 종이에 한번 적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까? 책을 낼 수 있을까? 물음표 투성이었던 내게 자기 계발서는 한번 적어보라고 은근히 알려주었다. 뭐 적어보는 거니까, 한번 적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1부터 주르륵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았다.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전에 적어둔 버킷리스트를 보고 있다. 자유롭게 일한다? 최근까지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던 나에게 자유는 사치였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쳇바퀴 돌면서 일했다. 아이들을 챙기기에도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결단이 서고 용기와 과감함으로 책방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강의를 다니고 있다. 적어둔 연봉이나 강의료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에서 나를 강연에 초청해 주고 연락을 하고 있다. 책방 문을 열어두고 근처카페에서 지금처럼 글을 적는 일도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로운 일이었다! 점심시간에 책방과 가까운 집에 다녀와 볼일을 볼 수도 있고, 밀린 집안일을 정리할 수도 있었다.
영어스피치 소장? 스피치창업이라는 버킷을 적어놓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책방창업이라는 길을 열었다. 영어는 언제나처럼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책방에서 10분에 가까운 회원들과 영어필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얼추 비슷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단독주택과 서재는 어떤가? 그랜드피아노를 적어두고는 그 사이에 피아노를 하나 들이긴 했다. 음색이 좋은 야마하피아노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다. 그랜드피아노는 아니지만, 이 역시 내가 바랬던 것들이 아주 조금씩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은 책방과 가까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단독주택을 꿈꾸고 그린다. 사실 오늘도 단독주택 분양담당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점심이 길어지나 보다. 책방에서 기다리다가 연락이 오면 갈 준비를 해본다.
책 한 권을 출간한다는 버킷을 이루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좋아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책을 쓰고 싶어졌다. 책 쓰기를 시작하면서 깜깜한 새벽에도 원고를 쓰고 주말마다 글쓰기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첫 번째 책이 출간되고 이후에도 원고를 완성해 출판사에 투고하기도 하고 계약까지 이루어내기도 했다. 출간까지 이루어지지 못한 책도 있었고, 조만간 그림책성교육 관한 다섯 번째 개인도서가 출간소식을 앞두고 있다. 약 1년 전에 출간한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은 나의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에 관심을 기울였더니 육아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정말 값진 결과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샀다. (대출의 도움을 엄청 받고) 7년 전 임대아파트로 시작했지만 분양전환이 되면서 입주민이라는 자격으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벤츠까지는 아니지만, 그랜드피카소라는 차종을 타고 다닌다. 부동산에도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지고, 내 집마련을 시작으로 전세, 월세의 개념으로 조금씩 수익화를 이루고자 한다. 버퍼링이라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가 적어둔 이루고자 하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레이더망이 잡히는 걸 느낀다.
이 버킷리스트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안방화장실 문이다. 변기에 앉으면 앞에 보이도록 비닐에 씌워서 붙여두었다. (코팅하면 더 좋겠다) 버킷리스트뿐만 아니라, 보물지도로 시각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고 나의 웃는 사진, 가족과 함께하는 사진, 이루고 싶은 모습, 가지고 싶은 것, 살고 싶은 곳을 잡지에서 오려서 붙여두었다. 복도 한켠에 붙여두었던 보물지도 판은 지금은 책방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아무런 효과도 없든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든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누가 볼까 봐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사실 내 삶을 다른 사람이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또 누가 보면 어떤가? 사람들은 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정도로.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 모습을 어떤 행동을 취해 어떻게 이루어나가냐에 집중하면 좋겠다. 과녁을 길게 쏘아 맞추려는 지점이 내가 적어둔 버킷 근처에라도 가게 말이다. 당신의 버킷은 무엇인가? 버킷이 있다면 나만의 장소에 작게라도 한번 적어보자. 버킷을 적었지만 하나씩 이루어가며 지워가는 재미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