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쉬는게 좋을까? 평일에 하루는 쉬는게 좋겠지? 빨간날에는 공휴일에는? 책방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휴일에 대해 생각했다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번 은행볼일이나 기타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업무가 보통 평일 시간에 이루어져야하기에 '월요일'에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일요일과 월요일은 쉬는 날로 정했다. 처음 정한 휴일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물론 일요일, 월요일에도 (하루만 쉬더라도) 문을 열어두는게 좋다. 단 한명의 손님이라도 오는 것이 나에게는 절실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외침이기도 했다. 오늘도 문열었어요! 오늘은 책을 안사가지만 다음에는 꼭 들러주세요! 특히, 주말에 호수공원 나들이를 다녀오는 가족과 아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책방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이 역시 책방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수 밖에 없다.
김포 구래역주변이 요즘 시끄럽다. 왜인지 내가 이곳에 입주(?)하고 일년동안은 정말 조용했다. 상가가 형성되기 시작한지 5년째이지만 내가 있는 골목은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사람이 가끔 오고가지만, 실제로 왁자지껄하다거나 활기를 띤 상가건물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랬던 구래역 상권이 (나의 책방이 위치한 골목이) 하루이면 멀다하고 인테리어중이다. 맞은편 식당이 들어오면서 인테리어가 시작되었고, 나의 왼쪽 오른쪽에 각각 네일샵과 떡볶이집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월세가 비싸다면 비싸고, 저렴하다면 저렴한 이곳만의 매력이 점점 발산하는 걸까? 내가 부단히도 노력하고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던 골목골목이 인테리어가 한창이다. 나의 작은 날갯짓이 상권활성화에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기여한 것은 아닐지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구래동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과도 걸맞게 다양한 매장과 복합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식당이나 가게, 카페 이외에도 마음을 살찌우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문화관련 명소들이 속속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시작한 최고그림책방이라는 메시지가 시발점이 되어 어쩌면 구래동거리에 문화라는 활력소가 점점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뜻깊에 올한해 활동한 소상공인홍보단 활동은 구래동과 의미가 있다. 내가 상주하고 있는 곳을 시작으로 맛있는 빵집을 알리고, 우리주변 곳곳에 위치한 상권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래서였을까? 호수공원 방면으로 위치한 햇빵 롤식빵 가게사장님과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금새 친해졌다.
햇빵 사장님은 늘 한곳에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매번 방문할때마다 한결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새벽4시부터 출근해서 빵을 반죽하고 (남자사장님의 새벽출근) 빵이 숙성되는 것을 기다리고 가지런히 진열하고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하나하나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빵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실제 롤식빵이 정말 맛있다. 나역시 아이들도 좋아하는 초코롤식빵을 사기위해 일부터 방문하기도 한다.
구래동 상권 새내기였던 내가 어느새 일년이 지나는 시점에 돌아보니, 새로 입주한 가게들도 많았다. 햇빵 집이 그러했으며, 근처 미드데이문 꽃집도 구래동상권에 함께 어우러졌다. 꽃집 여사장님은 예쁜 미소와 꽃을 향한 진심이 단골고객을 만드는데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인사를 나누었을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꽃집에 그림책을 진열하기 시작할 때에도 흔쾌히 그러라고 동의해주었다. 꽃과 그림책이 이렇게 잘 어울릴까? 싶은 순간이 문득 찾아왔다. 꽃집에 방문한 손님들이 한눈에 그림책을 알아보고 좋은 피드백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한 건 말할것도 없다.
구래동상권은 평일 낮에는 조용한 편이다. 저녁시간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 끝나고 지하철로, 버스로 퇴근하거나 밤산책을 나오거나,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구래역 주변으로 모여든다. 주말이라도 북적이지는 않는다. 물가가 비싼 요즘, 매장을 운영하기는 쉽지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만의 가게를, 구래동 상권을 함께 이루는 이들이 있어 '함께한다'의 의미를 다시금 헤아려볼 수 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라는 노래제목처럼, 10월의 어느 멋진 책방에, 10월의 어느 책읽는 밤에 내 나름의 제목이 무수히 떠오른다. 글쓰기 수업시간에 알려주는 특급 깨알팁이기도 한 이 방법은 어느새 내 안에 자리잡았다. 구래동에서 처음 책방 문을 열었지만,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있는 이 공간에서 내 나름의 최고를 이루기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외롭고 쓸쓸했다. 황량한 거리처럼 책이 없어 외로웠고 손님이 없더 더욱 슬펐다. 내가 먼저 다가가도 반응이 별로없어 외로웠고, 열심히 발길질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어 슬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의정성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이곳에 스며들기시작한 걸까? 함께하는 식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책으로 하나되는 경험을 아주 조금씩 실천하고 느끼고 있다. 앞서 언급한 <햇빵> 사장님의 따스한 웃음 덕분에 용기내어 빵가게 한켠에 책진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노력과 책에 관한 사랑 덕분에 빵 가게 한켠 비치해둔 그림책을 보기위해 아이들이 몰려온다. 한달에 한번 그림책을 주기적으로 바꾸곤 하는데, 어떻게 알고? 아이들이 바깥에서 보고 그림책이 바뀌면 들어와서 본다고 한다. 책도 보고 빵도 사갔으면 좋겠다.
나의 글 조목조목 언급되는 가게들이 있다. <미드데이문> 꽃집 사장님도 그렇다. 수줍은듯 하지만 밝게 웃어주시는 미모덕분인지 한번가고 또 가고 싶어지는 꽃집이다. 탐스러운 꽃도 있고 향기가득한 꽃도 있고, 정성을 다해 키운 화분들도 이곳저곳에 위치해있다. 꽃봉오리가 엄청 큰 장미도 있었고, 새로보고 알게되는 꽃과 화분도 있었다. 화분관리에 똥손인 내가 사장님을 귀찮게 할지도 모르지만, 늘 내가묻는 질문에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해주니 참 고마울 뿐이다.
그림책 두세권을 가지고 구래동 한바퀴를 돈다. 나만의 영업전략이기도 하고 나만의 하루일과이기도 하다. 책이라는 재미를 알리고 싶은 나의 강력한 주문에서 시작한 <구래동그림책거리>는 내가 스스로 명명한 거리다. 손님들에게 한번 두번 눈도장을 찍다보면 그림책에 관심을 두기시작하고,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그림책 한켠에 붙어있는 <최고그림책방>이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네이버검색을 누르게될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무수히 사람들이 오고가는 구래동 거리에 단 한명이라도 내가 올려둔 그림책을 보고 웃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당장 책방에 책을 사러오진 않겠지만, 어쩌면 혹시 머지않은 날 최고그림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또한 나만의 그림책알고리즘인걸까?
구래동 거리에 책이 많아지면 좋겠다. 한강의 기적처럼,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내심 더욱 반가운건 '책이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상상그이상으로 전하는 힘과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내가 꾸준히 전하고 있던 메시지가 어떤 엄청난 파급효과와 분위기가 함께 이끌어준다면 나의 메시지 또한 있는힘껏 퍼져나가지 않을까? 우리 곁에 책보는 이들이 드물었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모습으로 변화되기를 바래본다. 책방에서 책을 사고,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10월의 가을밤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