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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Oct 10. 2024

책의 무게를 견딜수 있는자, 책방을 운영하라

지식을 팔고 책을 팔고

책을 좋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책방을 꿈꾸지 않을까? 내가 책방운영을 시작할 무렵, 독자들에게서 받은 많은 메시지가 바로 '나도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요'였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다.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면 은퇴후? 퇴사후?에 퇴직금이라는 자본금으로 책방창업을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간호사로 조금더 오래 일할수 있었지만, 책방창업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제로 책방을 오픈했다.


이전 책 <내 인생에 한번은 창업>은 간호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부동산을 다니며 상가를 알아보고 책방창업에 관한 준비를 하는 마인드와 과정을 여지없이 그려낸 책이다. 누군가 한번은 창업을 꿈꾸고, 만약 책방창업을 나처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원고와 글을 모아 <내 인생에 한번은 창업>을 출간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책방에 관련한 책을 읽었다. 실제 운영에 필요한 조언에 관한 책도 있었고, 외국 책방에 관한 소개가 엮어진 책도 있었다. 다른 나라의 예시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어떤 책방'을 꾸려야겠다는 기본윤곽이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책방운영과 실전에 관한 책만 보았다면 지레 겁을 먹고 '내가 이런걸 다 어떻게 해? 난 못해' 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시작하는 시점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건 의식과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대출을 받거나 기본자본금이 있다면 좋은것이고, 그렇게 모두 출발을 한다. 같은선상에 선 사람들이 요이땅~ 시작을 한다고 해도 창업이라는 과정은 고비와 고비가 무수히 많이 존재했다. 처음부터 나의 결정과 선택으로 책방 인테리어가 진행되고, 책장에 꽂히는 책들도 순전히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팩스를 달지말지? 광고를 할지말지? CCTV를 하나할지 두개할지? 떡을 돌릴지 말지? 작고 사소해보이는 것들도 실제 책방을 운영하게되면 이런것도 해야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23년 8월에 <최고그림책방>이 문을 열었다. 긴장감과 기대감, 설레임을 안고 구래역에 책방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고가는 길이라 찾아오기 쉽게 일층에 책방자리를 구했는데, 아뿔싸. 비오는날의 택배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 인생에 한번은 창업> 책에서도 비오는날의 택배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구입해서 읽어보세요!)

일층에 책방이 있다는건 '눈도장' 찍을수 있는 곳이라 그만한 매력도 있다. 최근 그림책성교육 북토크를 다녀온 전남여수의 다움북클래스 책방대표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건물 4층에 위치한 <다움북클래스> 간판을 보고 나는 속으로 '부럽다' 라고 생각했다. 책택배를 서점으로 바로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움대표님은 일층에 위치한 나의 책방을 부러워했다. 서로의 위치를 서로 부러워하는 상황이 웃프기도 했다. 실제로 운영하고 겪어보지않으면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현재도 나의 주거지인 집으로 책택배를 받고 구루마에 박스를 실어서 차트렁크로 옮기고, 책방으로 와서 또 한번의 배달작업을 거친다. 사서 고생이다! 라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일까? 어닝을 달거나 책방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여건을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김포는 특히 내가 위치한 책방의 위치는 강품과 돌품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거리라서 입간판이 날아가기도 하고 세워둔 배너가 뜯기고 찢어지는 경우의 수를 많이 보았기에 이마저도 단념할수밖에 없었다.


책은 어쩌면 고가의 물건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벽돌책처럼 무거운 책도 있고, 가벼운 책도 있다. 단 한권의 무게는 쉽게 옮길수 있지만, 한권이 열권이 되고 스무권이 되고, 박스채 옮기는 일이 다반사다.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옷가게 사장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옷이 쌓이면 무게가 상당하다는 말과 함께)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자가 왕이 된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책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자, 책방을 운영하라!


몸의 고생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부담감은 상당하다. 책방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안다. 아. 당신도 힘들군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물밑에서 쉴새없이 발을 구르는 밑작업을 알게모르게 우리는 서로 느끼고 공감한다. 전단지를 만들고 붙이는 일도 모두 나의 몫이다. 카드뉴스를 만들고 인스타에 올린다. 책만을 팔고 손가락 빨수는 없기에 모임과 강의, 수업프로그램을 만들어 열정적으로 홍보한다. 네이버에 <최고그림책방>을 검색하면 블로그도 나오고, 네이버카페, 인스타, 유튜브도 나온다. 나는 작가도 되고, 제작편집자가 되고 홍보마케터가 되고 전단지알바생도 된다!


내가 하루의 일상과 책에 관한 사색, 추천을 올리는 인스타에는 가끔 깨달음을 얻는 피드들을 만난다. 넷플릭스 대표의 강의내용이었던 것 같다. 작은 회사일수록 대표는 모든일을 다 해야한다는 말, 그리고 몇년? 그 시간이 상당한 기간이 될수도 있는 그 시간동안 한마디로 개고생을 해야한다는 말에 나는 백번이고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진짜 개고생이다. 나는 자영업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내 손으로 모든것을 다 만들어내는 작업, 내 사업을 위해 내가 발로 뛰어다니고 내가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이다. 프랜차이즈나 이미 형성되어 있는 체인점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것이다. 전국에 유일하게 하나만 검색되는 <최고그림책방> 을 운영하기위해 나는 A부터 Z까지, 아니 그 이상의 보이지않는 영역까지도 생각하고 만들어내야 했다. 알수없는 미래지만, 책의 재미를 전하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나는 최고그림책방을 열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때도 많다. 아주 수시로 엄습해오기도 한다. 책을 안읽는 사회에서 책방을 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두려움이나 우려감을 표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의 소중한 가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수 있지않을까?

책을 안읽는 건 우리주변에 재미있는 책이 보이지않아서 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재미있고 멋진, 아름다운 그림책들이 즐비하다면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반응하지 않을까?


"와, 꽃집에 그림책이 있네요?"

"이 그림책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빵 그림책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어요!"


내가 시작한 구래동 그림책거리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꽃집에 그림책을 진열하기 시작했고, 빵집과 카페에 그림책을 (앞면이 보이도록) 진열해두기 시작했다. 약 3년전부터 구래역 호호브래드 빵집에서 시작한 그림책진열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빵집이라 빵관련 그림책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빵 그림책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빵을 사러갈 때마다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나를 응대해주는 직원은 늘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래서였을까?빵집에 한번더 가고 싶었고, 그림책을 한권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 시작을 계기로 내가 꿈꾸는 그림책거리를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다.


비가 올때는 배달온 책이 젖을까 걱정하기도 했었고 북토크 당일날 책방문 바데리가 나갔을때는 망연자실하기도 했었다. 집에 쌓여만가는 박스들을 보며 언제 저걸 다 옮기지? 한숨이 나오기도 했고 차트렁크에 가득 쌓여있는 책들을 보며 사람대신 책이 탔구나, 책이 넘치네 ! 웃음짓기도 했다.

책 하나를 진열하는 건, 미리 검색하고 평가를 살펴보고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물량과 위치를 확인하고, 팔리지않을것도 감안하면서 돈을 투자하고, 배송날짜를 기다리며 배달된 책을 옮기고 알맞은 자리에 비치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책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다. 그래서일까? 내가 마주한 책들이 친구처럼 다정하기도 하고 내가 만지고 소중히 대한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갈때는 흐뭇하고 기쁜마음이 든다. 이 책은 그림책모임에서 나누어야지, 이 책은 이번달 독서모임으로 선정해야지. 이 책은 누구에게 읽어주어야지. 책을 대하면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한다. 책방일은 무겁고 힘든 노가다 지만, 책을 통해 전해지는 깊은 여운과 깨달음 따스함을 전할 수 있는 이 일을 나는 깊이 사랑한다. 묵직한 그 무게감안에는 다른이들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나만의 사명감 또한 깊이 자리할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할수록 책이 내 주변에 늘어난다. 오늘도 최고그림책방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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