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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ul 21. 2023

빵과 멀어지는 중입니다

제과제빵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제과제빵은 절대 배우지 않을 거다.



요즘 제과제빵학원을 다니고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길 좋아해 고민하다가 등록했는데…. 역대급으로 후회 중이다.

원래 요리하는 걸 싫어해서 그런가. 제과제빵이랑 이렇게 안 맞을 줄 몰랐다. 뭘 배우면서 아무 재미도 못 느끼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맛은 좋아 보이지만….


그 이전에 배운 건 드라마, 심리 쪽이라 분야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배우는 동안 감흥도 없고 깨달음도 없고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또 지루해서 미쳐버릴 지경이다.


깨달은 게 있다면 빵은 사먹는 거라는 정도? 모르는 게 약이다. 알고는 못 먹는다. 이거 완전 칼로리 폭탄!

글로 보는 칼로리랑 직접 보는 칼로리는 체감상 너무 다른 거다.



강제 다이어트


매일 만든 빵을 가져온 게 냉장고에 쌓여 있다.

무엇이든 쟁여놓는 걸 싫어해서 쌓여가는 빵을 볼 때마다 그것도 스트레스다. 왠지 먹어 없애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탓이다.


여름이기도 하지만, 빵을 만들다 보니 식욕은 더 없어져서 강제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제빵은 그나마 나은데 제과 할 때 버터 냄새에 밥을 못 먹었다. 기계로 믹싱할 때 처음 맡아본 버터 냄새가 강하게 인 박혀서 그 다음부턴 제빵실에 들어가기만 해도 속이 미식미식...

집에 와서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뭘 먹기가 너무 고역스러운 거다.


나름 빵순이라고 생각했고 빵을 좋아했는데, 빵 만들면서 빵을 멀리하게 됐다. 학원이 끝나도 한동안은 빵을 쳐다보지도 않을 듯.



자격증은 개뿔!


처음엔 자격증을 딸 생각이었으나, 갈수록 의욕이 떨어져서 당분간 시험은 안 치기로 했다. 8월 1일까지라 열흘도 안 남았는데 너무 지겨워서 학교 가기 싫은 아이처럼 징징거리는 중이다.


오죽하면 남는 시간에 글을 쓰고 앉았을까. 이젠 반죽도 만지기 싫어서 건성건성 시간만 떼우는 꼴이 되었다. 뭐든 배우면 제일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걸 왜 시작했는지 후회막심이다.



처음 의도는 단순했으나….


소설을 쓰다 보니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피로도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그동안 해왔던 일이 죄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 이번엔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찾았고, 카페를 하고 싶은 꿈도 있어서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보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 고민이 되었다. 일단 생각했던 거니까 등록했는데, 첫날 알았다. 괜히 했다는 걸.


확실한 건 한 가지. 갈등하게 되는 건 안 하는 게 낫다는 거.


지금까지 살면서 갈등하다 했는데 잘된 케이스는 없었다. 마음이 가지 않으니 갈등이 되는 거고, 그런 마음으로 임해봤자 과정을 즐길 수 없을 뿐더러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결과도 좋지 않다.

나는 과정 중심인 사람이라 뭔가 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재미를 못 느낀다.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재미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건 크나큰 고통이다.


그래도 빵은 생기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걸 보상이라 하기엔 빵집 가면 더 맛있고 쉽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게 문제. 쉽게 얻을 수 있는 걸 굳이 어렵게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학원비로 빵 사먹는 게 더 나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 정말 안 맞긴 안 맞는 듯.


뭐, 배워두면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겠지… 라는 생각도 접었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도 안 할 확률이 높으니까.

오히려 빵 만들 때보다 거기 앉아서 글 쓸 때가 더 재밌으니, 그것도 참…. 난 누구? 여긴 어디?



가슴 떨리는 일을 하세요!


다행인 건, 그래서 요즘 더 글쓰는 게 재밌어졌다.

요즘 드라마 공모전 준비하느라 대본을 쓰는 중인데, 제작사 쪽에 먼저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기 싫은 제과제빵을 하느라 글에 더 몰입하게 되는 상황이라니. 웃프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어쩌면 이게 또 사는 재미 아니겠나.


인생이 정박자만 있다면 얼마나 밋밋할까.


지나서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인걸.

어쩌면 지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제과제빵이 시간 버리고 딴짓 하는 기분이어서 더 흥미를 못 느끼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다시 인생을 산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글이든 뭐든 간에. 마음에 끌리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이 세상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가슴 떨리는 글을 쓰면서 사니 행복한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다.


제과제빵사를 폄훼하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배우면서 느낀 건데,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빵 만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그게 가능하겠나.

그래서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게지.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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