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하는 법
언어 훈련을 하다 보면, 내 말이 쓰레기 같다는 걸 실감한다.
인간의 뇌는 3분, 길게는 5분 이상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
3~5분의 이야기도 외부 상황을 내부 감각이 받아들이는 순간, '삭제, 변형, 일반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왜곡 현상은 매 순간 일어난다.
그런데 말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군더더기가 계속 붙어 본질을 흐려놓고, 여기에 실제 상황과는 별개인 개념과 이론이 덧붙여지면 왜곡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개념과 이론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버무려져 왜곡된 생각으로 재생산된다. 바로 눈앞에 있는 실제적 상황보다 왜곡된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나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생각이 많다는 건 머릿속에 잡다한 것들로 꽉 차 있다는 뜻이다. 그 생각을 언어로 내뱉으니 이론적으론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는 약해진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이론이 아니라 감정이다.
시각(visual)을 쓸 줄 모르니 ‘상(象)’이 그려지지 않는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면 얘기하기도 쉬울 텐데, 상이 없어서 기억을 통해 설명하는 식이다.
앞뒤 맥락이 중요해서 시간 순으로 쭉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사과 이야기를 했다면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진다. 사과의 색이나 모양, 크기, 맛보다는 생산지에 더 관심을 보일지도 모른다. 생산지가 믿을 만한 곳이면 의심도 덜해지는 식이다.
그런데 생생하지 않은 데다 설명조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렵고 지루해진다. 강의할 땐 괜찮을지 몰라도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마이너스다.
상대가 못 알아들으니 설명은 자꾸 길어진다. 덕지덕지 붙은 설명은 깔끔하지 않다. 한마디로 더럽다.
V처럼 상이 그려진다고 해서 말이 깔끔해지는 건 아니다. 너무 잘 그려져서 할 말이 많아진다. 이야기하다 보면 이것도 떠오르고 저것도 떠오른다.
사과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고등어도 나오고, 자전거도 나오고, 피트니스도 나온다.
이야기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사과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고등어로 화제 전환이 되면, 상을 그리기 어려운 상대는 V의 말을 쫓아가기가 버겁다.
게다가 말이 많으니 나중에 듣고 보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소재가 너무 다양해서 A처럼 구조화(조리 있는 언어 구사)시키는 게 안 된다. 무엇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V의 말은 들을 때 생생하고 재미있다. 보이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재가 다양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굉장한 장점이다.
K(kinesthetic)는 뭉뚱그려 말한다. 정보는 없고 느낌만 전달한다.
사과 이야기를 하면 바로 침이 고이면서 ‘맛있다’로 시작과 동시에 끝난다. 앞뒤 다 자르고 결론만 말하는 식이다. 혼자만의 느낌 속으로 푹 빠져버리는 것이다.
혼자만의 느낌이라는 게 신체 감각에 의한 것이기에 지극히 주관적이다. 상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영역. 개념이나 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독보적이면서 독창적인 영역이다. 이런 사람에게 일반화된 이론을 들이대는 건 무의미하다.
유독 K와 소통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신체 감각을 설명할 언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보를 중요시하는 V와 A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K와 대화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정보를 얻는 게 없어서다. 듣는 입장에선 엄청 피곤해진다.
V와 A의 삭제는 감각 뒤에 따라오는 감정을 더 빠르게 가져온다. 그리고 그 감정 속에 푹 빠져 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객관화되기 어렵고, 실제로 감정적인 호소를 하는 분들 중 K 유형이 많다.
말을 ‘잘’ 한다는 건, 상대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느냐이다. 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과의 맛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사과의 색깔, 모양, 크기부터 해서 사과를 씹었을 때 아삭 거리는 소리, 사과즙이 나올 때의 맛 표현 등이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
오감을 자극해서 마치 그 사과를 진짜 먹고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상대가 사과를 사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동기부여’로는 최상이다.
말의 영향력은, 듣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움직이게 한다.
내 이론이나 감정에 치우쳐져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상대를 움직이게 하기는커녕 소통을 막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말을 ‘잘’ 하기 이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잘 듣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청이라고 하면 그냥 들어주는 걸 생각한다.
경청은 쉽지 않다. 잘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제 방식대로 들을 뿐이다.
나의 긍정적인 반응은 상대로 하여금 하고 싶지 않던 말도 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말문을 막히게 만들거나, 하던 말도 중단하게 만든다.
내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알려면, 상대의 반응을 보면 된다. 상대의 정직한 반응은 내게 유익한 피드백이다.
말하는 법
1. 한 가지 상황을 떠올린다.
- 여러 가지 상황이 아닌 한 가지 상황으로 집중도를 높인다.(이야기 한 토막)
- V.A.K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도록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이야기한다.
2. 3분 이내로 말한다.
- 길게 이야기하면 집중력을 흐려놓거나 지루해진다.
3. 기승전결로 말한다.
-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가장 깔끔하다.
- 앞부분과 마지막의 판도를 뒤집는 반전을 활용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
4. 핵심 메시지가 분명하게 들어가도록 한다.
- 이야기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 메시지가 분명해야 이야기도 명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