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노루발 미소
소녀의 기도
산의 뜻에 따라 산
까치수염이
세상 괄시와 천시에
마음 꺾인 이들을
정중히 고개 숙여
맞이합니다
잘 왔다고
포기하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고
그 말이 이정표가
되어 길을 안내합니다
이정표에 노루 길이라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상처 가득한 노루도
이 길로 지나갔다고
노루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노루가 찾던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것을 찾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기도 그랬다며
고개 꺾인 이들에게
길을 내어줍니다
소나무를 지나 온 6월 바람에서
매화 향이 납니다, 향 너머로
눈 밭을 헤매는 노루와
그 노루를 위해 소나무보다
더 푸른 등불을 밝히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 소녀를 봅니다
누구를 향한 참 기도에는
크고 작음이 없음을
한 뼘 키로도 소나무 그림자를
떠받치고 선 그녀가
비틀거리는 세상을 향해
살풋이 고개 숙인 채 미소로
말합니다
저만치 앞서 뛰어가던 노루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기도에
답하듯 맑은 눈으로
뒤를 봅니다
그 눈에서 겨울을 배웅하는
매화향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