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까치깨 연보
- 8월 숲 소릿길 -
매미는 밤낮없이
소리로 나무를 엮어
하늘 넓은 집을 지었다
바람이 벽을 만들고
참나무가 바닥 공사를
맡았다 세상은 그 집에서
세월을 낳았다
이야기가 끓는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순산보단
난산이 잦았다 생의 리듬을
빼앗긴 매미도 출산을 위한
호흡을 잊었다
.
방향을 잃은 태풍은 조산의
다른 이름이었다 속절없이
녹는 건 북극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빙하가 산을 흐르는
꿈에 매미가 진통을 거부했다
깨알 같은 마음으로
난산을 기록하던 수까치깨가
매미가 소리를 거두는
8월 숲길에서 노란
울음을 피웠다
오늘이 반가울 수 있는 날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수까치깨가
혀를 내두르며 꽃말을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