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마주 앉기
- 정원의 시간 1 -
그대 이름
생각날 때마다
풀을 뽑았습니다
풀밭이었던 몇 곳이
새 이름의 너른 정원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풀밭에
앉았습니다
아무리 뽑아도,
때를 가리지 않고
돋아나는 풀, 나를
푸르게 맞아주는
그 풀이 참 고맙습니다
풀이 써내려 간
씨앗의 깊이를
알 수 없음은
그대가 뿌리신
마음의 씨앗을
닮았음입니다
이제 그냥 인정하려
합니다, 돋아나면 뽑고
또 나면 또 뽑고
그러다 주저앉아
막걸리로 눈 붉은 소리를
가두기도 하겠습니다
그 뽑은 자리가
정원이 되었듯이
우리 시간 또한
정원으로 살길
소망합니다
넘어진 지금 내 시간에
큰 비가 내립니다
그래도 이 비 그치면
더 힘 있게 돋아날 풀을
생각하며, 풀물 가득한 나와
마주 앉아 정원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