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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Dec 10. 2024

나무는 동사다 (2)

숨, 눈

나무는 동사다 (2)

 - 숨, 눈 -


나무는 수없는 눈을 가졌다. 꽃눈, 잎눈, 맹아 등 그 이름은 다르지만 그들도 결국은 모두 나무 눈이다. 어찌 보면 잎을 이루고 있는 기공 또한 나무의 눈인지 모른다.


나무는 그 눈으로 살핀다. 하늘의 뜻을 살피고, 땅의 숨소리를 살피고, 바람의 온도를 살피고, 주위 식물들의 마음을 살피고, 가장 크게는 자신의 숨을 살핀다.


그 살핌에 따라 새 가지가 길을 내기도 하고, 잎이 나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한다. 결국 가지와 잎과 꽃은 나무가 살핌으로써 짓는 문장들이다.


주변이 약하면 나무는 약하게, 주변이 풍성하면 나무 역시 풍성하게 잎과 꽃으로 말한다. 때론 약한 생명을 위해 풍성함으로 응원하기도 한다.


나무의 수다가 즐거운 건 주변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합창과도 같다. 어떤 나무도 자신만 돋보이기 위해 욕심을 내지 않는다. 숲 속에 들어가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나무의 합창이 엄마의 숨으로 우리를 포근히 안아 주기 때문이다.


나무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없는 눈 때문이다. 살피고 살핌으로써 더 많은 눈을 얻는 나무. 그것이 나무가 우주로 영원히 사는 이유다.


비록 빛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도,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지만 나무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인정한다. 스스로의 인정은 과격하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나무는 가야 할 때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옆지기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나무는 스스로 숨을 닫는다. 주변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마치 계속 숨을 쉬는 것처럼,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는 숨을 닫고 있는 것이다.


온몸으로 숨을 쉬는 나무는, 역시 온몸을 내어준다. 나무의 몸을 받은 생명들에 의해 나무는 어느 동물보다 멀리 더 멀리 자신의 숨을 전한다. 그것이 나무다. 그것이 나무의 우주다.


나무가 짓는 우주가 몹시도, 너무도 그리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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