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나무 집사
- 학교 정원 이야기 9 -
12월 학교 정원 집사는 나무다. 아무리 사람의 손이 부지런하고,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 자연 앞에 그 한계는 더 클 뿐이다.
기후 위기는 경악을 금할 수밖에 없는 일교차에서 제일 뚜렷이 알 수 있다. 12월 들면서 일교차는 깊은 계곡을 짓듯 아침과 낮의 골을 15도 이상으로 벌려 놓았다. 한파주의보는 주의보의 위상을 잃고 12월 하루를 알리는 일상 보통명사가 되었다.
정원 입구에 자리한 돌절구통에는 절구 소리 대신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모습이 마치 무한 반복 재생 방송처럼 방영 중이다. 아침 출근길에 나는 조조 영화를 보듯 절구통의 얼음 어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푯말만 남은 정원을 한 바퀴 돈다. 푯말만이 이곳이 정원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지운 정원에 그래도 마지막 푸름을 간직한 식물도 있다.
섬시호, 파초일엽, 기린초!
그리고 씨앗이 영글 때까지 비록 마른 줄기지만 곧게 세우고 능청스럽게 바람과 이야기를 나는 식물도 있다.
단양쑥부쟁이, 금꿩의 다리, 대청 부채!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올해의 모습을 지운 것처럼 보이지만 낙엽을 살짝만 들추면 잎 모습 그대로 겨울을 읽고 있는 식물도 있다.
할미꽃, 한라눈개승마, 부산꼬리풀!
나무가 덮어준 낙엽 속에서 내년을 준비하는 멸종위기식물과 자생식물이 있는 12월 정원을 걷는 일은 봄, 여름, 가을 정원을 걷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즐겁다.
오늘도 나는 나무가 태양을 마중하여 열어준 학교 정원에 간다. 가서 바람이 내어주는 씨앗들을 채종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사를 와서 열심히 적응 중인 전주물꼬리풀 앞에서 학교 정원에 이사와 적응한 다른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나올 때 56종의 멸종위기식물과 자생식물을 큰 품으로 돌보고 있는 느티나무에게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와야겠다.
<나무와중학교 이야기>
학교로는 전국 최초 2024년 모범 도시숲 선정
출처 : 아름다운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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