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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월 Apr 19. 2021

‘아름답다’와 ‘나[我]답다’에 관한 단상

차이에서 오는 고유함과 특별함, 그리고 아름다움



15세기 문헌 <석보상절>에서는 ‘아름답다’를 ‘아(我)답다’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아(我)’는 ‘나’라는 뜻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곧 ‘나답다’로 바꿔 부를 수 있게 된다.


‘아름다움’과 ‘아(我)다움’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이혜미 시인의 시집 <보라의 바깥>을 통해서였다. 추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했던 시집을 끝맺으며 어쩌면 아름다운 것은 곧 나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던 시인. ‘나’와 ‘미(美)’를 병치하여 논할 수 있는 시인의 담대함이 몹시 부러울 때가 있었다.





“나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와 같은 초긍정적 마인드로 나아가는 것은 영 어렵게만 느껴져 ‘나’와 ‘아름다움’을 연결 지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어째서 그것을 아름답다 여기는지,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혹시 ‘나’의 어떤 점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꽃과 다섯잎클로버를 이야기할 수 있다. 꽃은 피고 지는 모습이 꼭 인간 생의 주기와 닮아 있다. 만개한 꽃은 청춘 같아서, 지는 꽃은 황혼의 노년 같아서 아름답다. 다섯잎클로버는 또 어떤가. 여타 클로버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다섯잎클로버는 차이로 인해 외로울 때가 많은 인간 개인의 모습과 닮아 있어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때로 어떤 차이는 그 고유함과 특별함, 아름다움을 부각하기 마련이다.)


나와 닮아 있는 것은 때로 지겹게, 혹은 혐오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단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가장 어여쁜, 자기 자신에게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아름답다 말하지 못해 나와 닮아 있는 것, 나에 가까운 것에 아름답다는 말을 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我)다운 것에 아름답다 말해주며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일지도.


아빠가 행운을 빈다며 보내온 다섯잎클로버 사진. 다르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겠지만 달라서 더 특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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