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아야한다

나무를 잘라야 연필을 쓸 수 있다

by 상상혁

연필의 본질은 흑심이지만, 나무는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한다. 나무는 흑심을 보호하기 위한 벽이다. 나무가 없는 연필은 쉽게 부러지고, 손에 묻어 쓸모없는 도구가 된다. 연필의 가장 재밌는 점은 이렇게 중요한 나무를 깎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잘라내지 않으면 연필은 막대기에 불과하다. 나무는 흑심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흑심을 단절하기도 한다. 모든 벽이 그렇다. 사용되기 위해서는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했다. 알은 벽이다. 나무도 벽이다. 우리를 보호하는 모든 것은 벽이다. 결국 우리는 위험한 곳으로 나와야 한다.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제야 삶이 시작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막대기가 연필이 되듯 말이다. 이제는 마구 사용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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