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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Sep 21. 2023

감정냉장고

사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다가 보면 본의 아니게 화가 나게 되는 상황이 많다.

원인은 많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일하는 동료가,

또는 상사가 내 뜻과는 다른 결정을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느낄 때 화가 난다.


얼마 전 함께 일하는 동료의 어떤 행동을 통해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화가 올라기 시작한다.

이 동료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않는다.

미리 알려줘야 하는 내용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서 일을 진행한다.

그러다가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될 때가 몇 번이나 있다.

그럴 때마다 화가 많이 나고 때로는 그 부분에 대해서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미안해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좀 약해..”하면서도

다음번에는 똑같은 상황이 또 생긴다.


이번 일도 다시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된 것을 보면서 분노와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당장 전화를 걸어서 다시 한번 동료의 부주의함과 남을 배려하지 않는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를 힘들게 만든 것에 대해서 이 분노를 마구마구 쏟아부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관계가 상하게 된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하고 결정을 했다.

지금의 분노와 짜증의 감정들을 잠시 감정냉장고에 넣어두기로.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감정들을 냉장고에서 조금 식힌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래서 바로 그 동료에게 연락하지 않고 감정을 냉장고 안에 넣어 둔 후에

여러 가지 상황들을 더 파악해 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하루쯤 지나고 다시 이 문제를 생각해 보니 냉장고 안에 넣어둔 감정들이 식어서 누그러들고

나에게 여유가 생긴 것이 느껴졌다.

해결점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한 후에

동료에게 웃으면서 전화를 해서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특별히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라거나 하는 으름장을 놓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문제 상황을 들으면서 동료 스스로 아마도 자신의 실수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끝까지 미소로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으니 기분이 좋고 나 자신에 대한 성취감도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펄펄 끓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게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 자신도 때로는 감정조절의 실패로 실수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선택해 보자.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동기로 사용하기보다는

감정냉장고에서 감정을 식히고 이성적으로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내 보기로!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면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내 앞에 있는 크고 세련된 냉장고.

그 문을 열고 지금의 감정들을 잠시 넣어둔다.

그리고 좀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냉장고를 열어서

나의 감정들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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