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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Sep 13. 2023

작은 꽃의 노래

동네 골목길에 들꽃이 피었다. 

아무도 심은 사람도 없는데 그냥 어디서 꽃 씨가 날아왔나 보다. 

그냥 아무 데나 피어나는 들꽃 치고는 꽤 예쁘다. 


진한 분홍색의 꽃들이 화사해 보여서 좋다. 

골목 어귀에 핀 꽃인데도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는 것 같았다. 

집 앞 화단에 색색의 꽃이 좀 피었으면 해서 그 꽃을 꺾어다가 화분에 옮겨 보았다. 

원래가 줄기만 따와서 심으면 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는 꽃이라서 

몇 번을 시도해 보았는데도 자꾸만 죽는다. 


남편은 뭐 그런 흔한 들꽃을 가져와서 굳이 심냐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원래 화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해 본다. 

집 앞에 지금 하얀색, 빨간색 꽃이 있으니 이 분홍색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예쁜 조합이 될 것 같아 포기할 수가 없다.

줄기로 심어 보았는데 몇 번을 실패해서 아예 뿌리까지 뽑아와서 화분에 심어 보았다. 

이번에도 실패다. 

여러 종의 꽃을 시도해 보지만 식집사 자격이 없는지 자꾸 죽는 일이 허다하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 데서나 그렇게 잘 자란다는 이 꽃이 

심는 대로 계속 죽으니 ‘포기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뿌리까지 있는 놈으로 뽑아와서 다시 화분에 옮겨 심어 보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이틀 지켜보았다. 

그런데 태풍이 왔는지 며칠 동안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차다. 

잘 견디고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이번에도 실패인가? 

매일매일 가서 어떻게 되고 있나 지켜보면서

“잘 견뎌내야 해!! 예쁜 꽃 피워줘”

하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뿌리가 잘 내려진 듯이 잎에 생기가 돌고 줄기가 빳빳이 서더니 

어제부터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예쁜 분홍색 꽃을.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가서 꽃을 본다. 어제는 한 송이 오늘은 두 송이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준다. 

예쁘다. 

꽃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나에게 달콤한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흔한 들꽃이 뭐라고.. 

이렇게 조마조마하며 피워낸 꽃이 나에게 행복을 안겨준다. 


사실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이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신경 쓰지 않아서,

마음을 담아 보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들이 많이 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행복에 크게 젖어 기분 좋은 하루하루가 될 수 있기를..

마치 이 작은 꽃이 나에게 노래를 불러 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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