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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07. 2024

I SEE YOU

   

I SEE YOU 


물방울 맺힌 이끼를 보았네 

척박한 땅에 

온 힘을 다해 물을 끌어모아 꽃을 피우는 이끼를 보았네 

안녕! 아침인사에 

신을 보았네

  

허름한 집 다듬어 책집으로 만들어 

여기저기 방황하는 영혼에게 소리 전하는 

앞으로의 꿈이 박수부대라는 

노교수를 보았네 

안녕! 소녀 같은 그의 미소에 

신을 보았네


I SEE YOU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카잔차키스의 시 <편도나무>를 소개합니다.       


어느 날 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하였네 
편도나무여, 나에게 신을 좀 보여다오 
그러자 편도나무는 활짝 꽃을 피웠네 

    

신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꽃을 활짝 피운 편도나무를 노래합니다.     

 

벚꽃이 한창이라 짧은 기간의 개화가 아쉬워 

부지런을 떨어 아침 일찍 벚꽃길을 산책했습니다. 

가장 낭만적인 꽃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바람에 날리며 꽃비를 내릴 꽃잎들을 상상하며 

그 품에 포근히 안기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축제를 열며 꽃에 호들갑을 떠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 역할에 진심인 꽃에게서 신을 봅니다.    

  

이른 시간 산책길에 바닥 한 구석에 이끼들이 보입니다. 

유독 파릇한 색깔을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점점 노안이 되어가 작은 물체의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끼에도 꽃이 피나? 아무리 몸을 숙이고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물방울입니다. 

물방울이 만들어놓은 꽃입니다.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이끼에서 신을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 노교수는 

독문학하며 평생을 보냈습니다. 은퇴 후 시골에 작은 서원을 열었습니다. 

내가 그와 동시대를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나의 롤모델입니다. 어떻게 늙어갈지 보여주는 분입니다. 

그의 미소를 볼 때 나는 신을 봅니다.      

신은 우리 일상 여기저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눈을 뜨고 보기만 하면 됩니다.      


I see you!! 


벚꽃산책길/ 물망울꽃 / 전영애교수


벚꽃이 한창입니다. 남쪽지방은 이미 지기 시작했지만 서울은 절정입니다. 꽃구경인파로 사람구경하고 오기 십상입니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이른 시간에 근처 산책길을 나선다면 좀 더 한가롭게 벚꽃을 그리고 다양한 꽃들의 인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화창한 휴일이네요. 미세먼지가 이 봄의 풍경을 괴롭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사하는 꽃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길을 나설 충분한 이유인 듯합니다. 나라의 일꾼을 뽑기 위한 선거로 온통 어수선합니다. 저 꽃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꾼을 뽑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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