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도 있답니다(9)

I'm fine thank you

by 이도

초등학교 영어 수업 때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I'm fine thank you"이다.

"How are you?"라고 하는 물음에는 단 한 가지의 대답만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

"I'm fine thank you"

간단한 이 한 문장은 생활 속에서 가지고 살았던 일관적인 대답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려고 했다.

남들이 피해를 보는 것보다 내가 힘들고 피해 보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며 타인의 간단한 부탁부터 어려운 요구까지 "Yes!"를 외쳤다.

나는 언제나 괜찮은 사람, 예쓰맨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삶을 살던 중 어느 순간 나의 어딘가가 삐걱됨을 느꼈다.

하루를 마치고 온 저녁은 보람보다 허무함이 가득했고 깊은 내면 속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내 몸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평소와 같은 일상에 조급함과 짜증이 먼저 앞섰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섰고 내일이 무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런 날들을 참고 버티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심리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면 생각과 인정욕구가 많다고 말씀하셨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을 줄은 몰랐다.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도 "괜찮아요""좋아요"라고 대답하고 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말을 잘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사회인으로서 의무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속이면서까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마음을 병들게 하였다.


상담이 끝나고 평소 같았으면 빨리 침대에 눕고 싶어 집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그날따라 조금 더 밖에 남아있고 싶었다.

무더웠던 여름 저녁도 어느샌가 선선해져 있었고 하늘은 오늘 하루를 마치고자 바삐 커튼을 내렸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올해는 벌써 4개월만이 남았고 길었던 삶은 지나고 보면 순식간에 흘러 지나갔다.

우리 삶은 길어 보이지만 한 순간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나만의 생각과 선택이 주가 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에 끌려다녔을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일 뿐인 우리의 삶을 나만의 의지와 선택으로 채우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았으면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괜찮다.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삶의 고삐를 더 강하게 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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