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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heur maman Aug 05. 2021

미라클모닝,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설레이는 아침을 시작해 보실까요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 오늘도 자다가 눈이 번쩍 떠진다. 며칠 전부터 나의 도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몇 시인지 더듬더듬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찾아 시계를 본다. 아직 새벽 3시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구나.' 나의 체력을 위해 그 시간에 일어나는 건 어려울 것 같기에 아이들이 잘 자는지 확인 후 다시 잠자리에 든다. 스스로 다시 눈이 떠진 건 4시 반 즈음이었다. 내가 확보한 자유시간의 갈망 때문인가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일어나진다. 나의 휴대폰 알람으로 모두 다 깨우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살며시 거실로 나온다. 내가 있던 자리는 엄마 대신 베개를 대신 넣어놓고 말이다. 요 며칠 시작한 미라클 모닝 도전은 오늘도 성공이다.


매번 일어나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조금이라도 나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자다가도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기에 샌드위치처럼 아들 둘 사이에 껴 있지만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아침이 왔음을 더디게 알리고 싶어서 암막 커튼도 쳐놨다. 그래서인지 이번 도전은 나에겐 신선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를 일찍 알아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스스 눈 비비며 엄마를 찾으러 걸어 나와 나의 하루가 평소보다 더 빨리 시작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이가 어려서인지 육아를 하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한 시간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 해도, 보이지 않는 집안일에 다양한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덧 하원 시간이 되기 일수다. 그렇게 주어지는 시간이 정말 끽해봐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이 있어도, 나도 모르게 낮잠이라도 푹 자고 일어난 하루는 비록 꿀잠이었을지라도 너무나도 아깝다. 무엇인가 할 얘기가 있어서 친정엄마에게 전화하면 이것저것 말씀하시는 덕분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혹여나 내 자유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차로 건성건성 대답하면서 끊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엄마도 외로우시겠지, 난 매정한 딸인 가’ 생각하면서도 내가 나의 하루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도 이렇게 소중한 나의 시간이 지나갔구나' 안타까울 따름. 내 시간을 온전히 희생하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나만의 시간에만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으면 하는 소망이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일까? 처음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아니었다. 대다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남편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처음 한마디가 그거였다. “벌써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야?” 종종 아이들 픽업 가서 마주하는 엄마들과의 대화에서도 들린다. “눈 깜작하니 아이들 올 시간이더라고요.”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모두가 나의 육아 동지 같다. 하원 후의 시간에 서로서로 힘을 불어넣으면서 각자 집으로 향한다. 조금만 빈둥거려도 시간이 그냥 지나가 버린다. 뭐하나 신경을 쓰면 아무것도 못 한 채로 하루 반나절이 이미 저 멀리에 사라지곤 한다. 무엇인가 해야 할 일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했을 때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뭔가 하고 싶은데, 이거 하나는 하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에 계속 나의 일 주위에서 끄적거리며 슬쩍슬쩍 테이블 앞에 앉게 된다. 그리고 나의 신경은 나의 하고 싶은 일로 조금 더 몸이 가있다. 슬쩍 TV에 아이들을 맡기기도 하지만, 텔레비전이 아이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이들과 얼마나 더 볼 건지에 대한 실랑이, 고개를 푹 숙이며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첫째, 더 보겠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그의 말을 반복하는 둘째, 그들을 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나도 아이들도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간이 될 뿐이라는 걸.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온전히 아이가 만족하는 아이와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루 한 시간 엄마표 놀이를 준비하며 뿌듯함을 느낀다. 오늘은 하나 해냈노라 하며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자는 밤,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낮 시간의 사투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 늘어지고 싶은 맘이 가득하다. 마음은 자기계발, 자아실현,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고자 나를 달련 시키는 시간을 갖고 싶다. 각종 강의 그리고 때로는 육아의 어려움에 조언을 듣고자 공부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내 손은 다른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 예능, 먹방의 세계로 말이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멀티로 할 수 없어서 오롯이 킬링타임을 보내면서 힐링한다. 그러고 생각한다. ‘난 오늘 무엇을 했지? 내일은 좀 더 계획적으로 보내봐야겠다.’ 계획표만 한가득 다이어리에 적어놓고는 어떻게 해서든 나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조금이라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며, 이렇게 나는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미라클모닝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딱 2시간 나에게 시간을 줬다. 그리고 7시가 되면 아이들이 조금은 늦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에 살며시 아이들 사이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새벽 시간이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지나갔지만, 그래도 낮에 전전긍긍하기보단 새벽에 무엇인가 하나는 끝내놨다는 생각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직은 그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자다가도 잠시 잠깐 시간을 확인하는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든다. 과연 나를 위한 것일까? 난 내 몸을 혹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저녁 킬링타임으로 잠시간이 좀 모자라서 저녁 타임을 조금씩 줄여가고는 있지만 말이다. 아침형 인간이 아님에도 도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의 계속해서 초 치는 소리에 응원은 못 해줄지언정 도와주는 것 없이 던지는 말이 야속하기도 하다.


효율적인 시간을 위해서는 미라클모닝을 위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확실하게 깨어나기 위해 양치와 세수는 필수이다. 구체적으로 할 일을 미리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시작하기보다는 바로 할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좀 더 시간을 아껴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자기 전 간단하게 다이어리에 계획표도 짜보고, 내일을 계획해보았다. 주변이 정리되어 있거나 아무것도 없는 것이 좋다. 뭔가가 있으면 시선이 뺏기기 마련,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을 다들 추구하는 것일까? 약간은 피곤해도, 가끔 낮에 멍할 때는 있어도 그래도 괜찮다. 비록 아침형 인간이 아닐지라도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나에겐 이 시간이 소중하다. 그만큼 행복하기에. 오늘도 나는 설레임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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