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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heur maman Jun 22. 2021

결혼 그리고 새로운 관계들의 시작

사람은 다 다르다. 자라온 환경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똑같지 않기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는 것이 ‘결혼’이기에, 그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인생에서 큰 선택의 기로 중의 하나이다. 나 또한 결혼으로 인해 인생의 2막이 열렸고,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말이 다가온다. 이번 주엔 푹 쉬어야지.

나의 주말은 온전히 소파와 한 몸의 시간이었다. ‘주말엔 푹 쉬어야지’하며, 푹신하지도 않은 소파가 꺼질 때까지 누워있었다. 특히 주말은 소파가 나를 위해 열일하는 시간이었다. 거실에서 TV와 소파에 전세를 내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뒤적뒤적 리모컨으로 돌리며 보다, 잠들기를 반복하곤 했다. 누가 봐도 정말 편안하게 널브러져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를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멍 때리며 보내는 하루,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것이 나의 삶의 낙이었다. 그리고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유일하게 뒹굴뒹굴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주말,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 난 집콕모드로 하루를 보냈다.


주말이 다가온다. 이번 주엔 뭐 하고 보낼까?

결혼하고는 달라졌다. 혼자 푹 쉬는 것이 아닌 같이 있는 누군가가 생겼다. 같이 있기에 뭔가 계획을 짜야 할 것만 같았다. 또 나와는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 다르기에 맞춰나가는 시간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더불어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기면서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밖으로 나서게 되니, 이 또한 새로운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놀자.”를 외치며 주말 데이트를 하면서 꿀 타임도 보냈다. 맛집 탐방, 금요일 밤에 떠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등 나에겐 신세계 펼쳐졌다. 언제부터인가 이번 주는 어디 놀러 갈지를 계획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어느 겨울 강릉의 어느 바다를 보며 먹었던 대게, 전주 한옥 마을 한옥에서의 하루, 녹차 밭의 싱그러움을 느꼈던 보성, 아름다운 신비의 섬 외도, 막창 골목의 대구, 문화유산 탐방 경주, 메세콰이어길의 단양, ‘여수밤바다’를 흥얼거리며 들어선 여수에서 갓김치의 맛, 충무김밥 고유의 맛을 맛본 통영 등등, 행복했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서 결혼은 나의 단조롭고 외로웠던 하루하루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만의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다채로워졌다. 마치 피아노 건반에서 한 손으로 치면 단순한 멜로디가 되지만, 양손으로 치면 풍성한 화음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겐 관계가 생겼고, 나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주말은 우리만의 시간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플러스해서 다양한 관계들까지 생겨났다. 부부로서의 삶도 있었지만, 양가 부모님께는 딸과 며느리의 역할도 있었다. 새로운 관계가 생기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어울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만의 시간이 아닌 부모님들과의 시간도 보내야 했다. 조금은 우리만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2주, 3주에 한 번 방문 하는 지혜도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부부와 부모님들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며 지낼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야 했다. 


주말이 다가온다. 전투 육아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의 온전한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부부의 시간보다는 우리 가족의 시간이 주어졌다. 항상 길고 긴 주말엔 어떻게 아이와 시간을 보낼까를 계획한다. 온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주말이기에, 첫째가 태어났을 땐, 우리 가족 셋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땐, 우리 가족 넷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자 하였다. 덕분에 가본 지 오래되었던 장소들을 다니며 동심도 생기고, 동물원 및 동물 먹이 주기, 딸기 농장 체험, 키즈카페 등등 아이들 맞춤이지만 또 다른 힐링 타임을 보냈다. 그렇지만 피로감도 더해진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

매주 주말을 계획할 때, 남편은 나와는 생각이 달랐다.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양가 부모님들께 잠시라도 아이들을 맡기고 전투 육아에서 벗어나서 쉬고 싶은 눈치였다. 매주 단 한두 시간이라도 토요일은 시댁, 일요일은 친정찬스를 쓰고 싶어 했다. 밖에 나와 우리의 시간,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힐링 타임을 보내고 싶어 했다. 잠시라도 소확행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것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말한다. 이해가 잘 안 갔다. 뭘 윈윈이라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도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아닌 가족들을 위해 최대한 맞춰서 부모님 찬스를 이용했었다. 다들 행복한 시간이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나도 변화하고, 그에 적응하는 듯하다. 단순히 뒹굴뒹굴하는 것만이 쉬는 것으로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힐링과 재충전의 방식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에 있어서 상대방과 다름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때는 이해 안 되었던 것도, 이제는 알 것 같다. 해외에 있어서 아무 찬스를 쓰지 못하는 상황, 바이러스로 락다운이 된 지금, 매일같이 전투 육아를 하는 현실, 가끔 그립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그때가 진정한 힐링 타임이었구나. 그때 우리가 윈윈 했었구나.’ 새삼 아이 물티슈에 적힌 문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엄마에게도 주말이 있었으면 좋겠다.’엄마에게도 힐링 할 수 있는 주말이 필요하구나. 오늘도 나는 잠시나마 짬을 내서 찾아본다. “나의 오늘의 소확행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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