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손에는 김수아의 주소가 적힌 메모가 들려 있었다. 이곳은 김수아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곳이었다. 준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파트로 들어서자 낡은 엘리베이터가 그를 맞이했다. 7층에 도착한 준호는 복도를 따라 걸으며 703호를 찾았다. 문 앞에 서서 그는 잠시 주저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될 수아의 흔적에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준호는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그때 옆집 문이 열리며 나이 든 여성이 나왔다.
"누구 찾으세요?"
준호는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703호에 사는 김수아 씨를 찾고 있습니다."
여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 수아 양···. 며칠 전부터 안 보이네요. 경찰도 다녀갔었어요."
"혹시 수아 씨에 대해 아시는 게 더 있으신가요?"
여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수아 양이 최근에 좀 이상했어요. 밤늦게 나갔다가 들어오고, 가끔은 혼잣말도 하더라고요."
"혼잣말이요?"
"네, 뭔가 중얼거리는 것 같았어요. 한 번은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준호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수아 씨 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여성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열쇠가 있긴 해요. 수아 양이 비상용으로 맡겨뒀거든요. 하지만 당신이 누군지···."
준호는 재빨리 경찰 배지를 보여주었다. 사실 그는 이미 경찰을 그만뒀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여성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열쇠를 가져왔다.
"여기 있어요. 부디 수아 양을 찾아주세요."
준호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703호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칙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준호는 불을 켰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벽면 전체가 사진과 메모, 그리고 복잡한 도표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조사한 흔적 같았다.
준호는 천천히 벽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진 중에는 다른 실종된 인플루언서들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그 수상한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수아야···."
준호는 메모들을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암호처럼 보이는 문구들이었지만, 몇몇은 해독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
"팔찌를 벗으면 안 돼."
"모든 게 거짓이었어."
준호는 가슴이 아팠다. 수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방을 수색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있었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노트북을 열었지만,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챙겨 나중에 강민우에게 해독을 부탁하기로 했다.
서랍을 열어보니 일기장이 나왔다. 준호는 망설이다가 일기장을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어요. 그들은 언제나 나를 찾아낼 거예요.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준호 씨, 만약 당신이 이 일기를 읽게 된다면, 모든 것의 시작은 '프로젝트 오로라'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조심해요. 그 누구도 믿지 말아요."
준호의 손이 떨렸다. 수아는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프로젝트 오로라'는 무엇일까?
그때, 갑자기 현관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준호는 재빨리 일기장을 가방에 넣고 숨을 곳을 찾았다.
문이 열리고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마스크로 가리고 있었다.
"빨리 해.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한 남자가 말했다. 다른 남자는 재빨리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상해.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다녀간 것 같아."
준호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중요한 건 다 가져갔나?"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뭔가 빠진 게 있어."
두 남자는 계속해서 방을 뒤지다가 결국 포기한 듯했다.
"본부에 보고해. 우리가 늦었다고."
그들은 서둘러 방을 나갔다. 준호는 그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졌군."
준호는 빠르게 방을 한 번 더 훑어보고 나왔다. 그는 서유진에게 연락을 취했다.
"유진아, 나 수아 씨 집에 다녀왔어. 상황이 심각해."
"무슨 일이죠?"
"수아가 뭔가를 조사하고 있었어. 그리고 누군가가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아."
서유진의 목소리가 긴장되었다.
"준호씨, 나도 새로운 정보를 알아냈어요. 실종된 다른 인플루언서들의 집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발견됐어요."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아,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일인 것 같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준호씨, 조심해요. 경찰 내부에서도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요."
"알았어. 너도 조심해."
통화를 마친 준호는 강민우에게 향했다. 그는 수아의 노트북과 일기장을 강민우에게 전달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강민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최대한 빨리 분석해볼게."
"그리고 민우야, '프로젝트 오로라'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강민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어?"
"수아의 일기장에 적혀 있었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강민우는 잠시 침묵했다.
"준호야, 그건 아주 오래된 비밀 프로젝트야. 정부가 극비리에 진행했던 거야."
"뭐에 관한 거야?"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소문으로는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라고 해."
준호의 눈이 커졌다.
"그게 이 모든 일과 관련이 있을까?"
강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내가 좀 더 조사해볼게."
준호는 강민우의 작업실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수아와의 과거, 실종된 인플루언서들, 그리고 '프로젝트 오로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것 같았지만, 아직 그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준호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준호 씨, 맞죠?"
준호 앞에 서 있는 여성은 낯이 익었다. 그녀는 실종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인 이소라였다.
"이소라 씨? 어떻게···."
이소라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여기서 얘기하긴 위험해요. 저를 따라와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소라를 따라갔다. 그들은 한적한 카페로 들어갔다.
"이소라 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모두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이소라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들었다.
"제가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무엇인가요?"
"우리 모두 속았어요. 그 팔찌···. 그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에요. 그들이 우리를 조종하는 도구예요."
준호의 눈이 커졌다.
"누가 당신들을 조종한 거죠?"
이소라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
"그들은 자신들을 '오로라'라고 불러요. 국가의 비밀 조직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이용해 뭔가 큰일을 계획하고 있어요."
"어떤 일인가요?"
이소라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에요."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소라 씨, 우리가 당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경찰과 함께···."
"안 돼요!"
이소라가 소리쳤다.
"경찰을 믿으면 안 돼요. 그들 중 일부도 '오로라'와 연관되어 있어요."
준호는 충격을 받았다.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소라는 작은 USB를 꺼내 준호에게 건넸다.
"이걸 가져가세요. 여기에 모든 증거가 들어있어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이걸 열어보는 순간, 당신도 그들의 목표물이 될 거예요."
준호는 조심스럽게 USB를 받았다.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이소라 씨,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우리가 보호해드릴 수 있어요."
이소라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이제 돌아가야 해요. 그들이 저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호 씨, 부탁이에요. 진실을 밝혀주세요. 그리고···. 김수아를 꼭 찾아주세요."
이소라는 그렇게 말하고 빠르게 카페를 빠져나갔다. 준호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방금 일어난 일을 정리했다.
USB를 주머니에 넣으며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는 더 큰 위험에 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준호는 즉시 서유진에게 연락을 취했다.
"유진아, 나 방금 이소라를 만났어."
"뭐요? 어디서요? 그녀가 뭐라고 했어요?"
준호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서유진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준호씨, 이제 정말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게 단순한 범죄가 아닌 것 같아요."
"알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유진아, 우리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두 사람은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준호는 카페를 나와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 미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서유진이 이미 와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심각했다.
"준호씨, 상황이 심각해요. 경찰 내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요. 누군가가 수사를 방해하려고 해요."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이소라가 말한 대로야. '오로라'라는 조직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어."
서유진의 눈이 커졌다.
"오로라? 그게 뭐예요?"
준호는 이소라에게서 들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USB에 대해서도 말했다.
"유진아, 이 USB를 강민우에게 전달해야 해. 그가 분석할 수 있을 거야."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준호씨, 너무 위험해요.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수아와 다른 실종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일을 끝까지 해결해야 해."
서유진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해결하겠어요?"
두 사람은 다음 행동 계획을 세웠다. 준호는 USB를 강민우에게 전달하고, 서유진은 경찰 내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조심해, 유진아. 아무도 믿지 마."
"네, 알았어요. 준호씨도 조심해요."
두 사람은 헤어졌다. 준호는 강민우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프로젝트 오로라', 실종된 인플루언서들, 그리고 김수아. 모든 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민우의 작업실에 도착한 준호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민우야? 거기 있어?"
여전히 대답이 없자, 준호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민우야?"
작업실 안은 엉망이었다. 컴퓨터는 모두 파괴되어 있었고, 서류들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붉은 글씨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더 이상 파고들지 마라."
준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강민우가 납치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즉시 서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진아, 큰일 났어. 민우가 사라졌어."
"뭐라고요? 어떻게 된 거죠?"
준호는 상황을 설명했다. 서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씨, 이제 정말 위험해요."
"알아. 하지만 이제 물러설 순 없어. 우리가 이 일을 끝내야 해."
준호는 작업실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강민우가 남긴 단서를 찾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책상 밑에 숨겨진 작은 노트가 들어왔다.
노트를 펼치자 암호화된 메시지가 가득했다. 준호는 이것이 강민우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임을 직감했다.
"유진아, 뭔가 발견했어. 민우가 남긴 것 같아."
"뭔데요?"
"암호화된 메시지야. 하지만 해독하기 어려울 것 같아."
서유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준호씨, 저도 아는 사람이 있어요. 암호 해독 전문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볼까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았어. 하지만 조심해. 그 사람을 완전히 믿을 수 있는지 확실히 해야 해."
서유진이 동의했다.
"알았어요. 제가 최대한 빨리 연락해볼게요."
통화를 마친 준호는 다시 한번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맴돌았다. 강민우는 어디로 끌려간 걸까? '오로라'는 과연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김수아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이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내야만 했다.
"기다려, 수아야. 반드시 널 찾아내고 이 모든 것을 끝낼게."
준호는 작업실을 나와 다음 행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모든 행동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진실을 향한 열정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