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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발자국

by 은파

프로젝트 오로라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서울 시내는 여전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거리마다 시위대가 모여들었고, 뉴스에서는 연일 관련 소식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준호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김수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아는 여전히 의식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의사들은 그녀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회복에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수아야, 내가 여기 있어. 빨리 깨어나 줘."

준호는 수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서유진이 들어왔다.

"수아 씨, 좀 어때요?"

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변화가 없어."

서유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질 겁니다. 수아는 강한 사람이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유진아, 무슨 일이야? 뭔가 있어 보이는데."

서유진은 주변을 살펴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정보가 있어요. 세진 씨가 프로젝트 오로라의 서버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복구했대요."

준호의 눈이 커졌다.

"정말? 어떤 내용이야?"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게 단순히 국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대요. 국제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아요."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알겠어. 세진 씨를 만나러 가자."

두 사람은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병원을 빠져나와 세진의 은신처로 향하는 동안, 준호는 계속해서 수아를 생각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돌아올게, 수아야.'

세진의 은신처에 도착하자 그녀는 이미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왔군요,"

세진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제가 발견한 걸 보여드릴게요,"

세진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오로라의 서버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있었어요. 그들은 단순히 국내 인플루언서들만 목표로 한 게 아니었어요. 전 세계의 주요 인사들, 정치인들, 기업가들···. 모두 그들의 감시 대상이었죠."

준호와 서유진은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수많은 이름과 프로필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게 다 뭐죠?"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대답했다.

"디지털 발자국이에요. 그들은 이 사람들의 모든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고 분석했어요. SNS 포스팅, 이메일, 심지어 개인 메시지까지요."

서유진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완전한 프라이버시 침해잖아요."

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어요. 이걸 보세요."

그녀가 다른 화면을 열자 복잡한 그래프가 나타났다.

"이건 도대체 뭐죠?"

준호가 물었다.

"영향력 네트워크예요. 그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으로 퍼지는지를 분석했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누군가 여론을 조작했군요,"

준호가 말을 마쳤다.

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그들은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전 세계의 주요 이슈들을 조종하려 했어요. 선거 결과, 국제 관계, 심지어 전쟁과 평화까지도."

서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로 큰일이네요.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국내 문제가 아니니까."

세진이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아직 더 조사해야 할 게 남아있어요. 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몇몇 인물들···. 그들의 정체가 수상해요."

"어떤 점에서요?"

서유진이 물었다.

"그들의 디지털 발자국이···. 너무나 완벽해요.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준호의 눈이 커졌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세진이 설명했다.

"보통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에는 특정한 패턴이 있어요. 실수도 하고, 감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하지만 이 사람들은 전혀 달라요. 너무 일관되고, 전부 계산된 것 같아요."

서유진이 말했다.

"마치···. AI가 만든 가짜 프로필 같다는 건가요?"

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제 생각에는 이 중심 인물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준호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럼···. 누가 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는 건가요?"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더 큰 미스터리에 직면한 것 같았다.

준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우리가 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네요. 세진 씨, 계속해서 이 데이터를 분석해줘요. 특히 그 수상한 인물들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요."

서유진이 말을 이었다.

"저는 국제 수사 기관들과 접촉해볼게요. 이건 이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언론사들을 만나볼게요. 이 정보를 어떻게 공개할지 논의해 볼게요."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행동에 나섰다.

다음 날, 준호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들 몇 명을 만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정보가 공개되면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힐 거예요,"

한 기자가 말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우리는 신중해야 합니다. 어떻게 이 정보를 전달할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공개할지 잘 계획해야 해요."

그들은 몇 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결국 단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먼저 국내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연루 정도를 밝히고, 그다음 국제적인 연결고리를 드러내기로 했다.

한편, 서유진은 인터폴과 접촉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건 정말 큰 사건이군요,"

인터폴 관계자가 말했다.

"우리도 최근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여론 조작 시도를."

서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다시 모였다. 각자의 성과를 공유하며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

"언론사들과 합의는 잘 됐어요,"

준호가 말했다.

"내일부터 일부 언론사에서 단계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겁니다."

서유진도 보고했다.

"인터폴도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어요. 그들도 이미 이 문제를 의심하고 있었대요."

세진이 말을 이었다.

"저도 새로운 발견이 있었어요. 그 수상한 중심 인물들···. 제가 그들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봤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

"뭔데요?"

준호가 물었다.

"그들의 활동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어요. 마치···. 누군가가 일반인들의 근무 시간에만 이 가짜 계정들을 조작하는 것 같아요."

서유진의 눈이 커졌다.

"그럼 우리가 그 시간대를 역추적하면···. 범인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준호는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요, 이건 중요한 단서네요. 세진 씨, 계속해서 이 패턴을 분석해줘요. 우리가 범인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면, 그때 경찰과 인터폴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세 사람은 밤늦게까지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이제 전 세계적인 음모와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진실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다음 날 아침, 준호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수아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비록 그녀가 아직 의식이 없다 하더라도.

병실에 들어선 준호는 힘겹게 눈을 뜨고 있는 수아를 목격했다.

"수아야, 괜찮아?"

준호는 그녀에게 말했다.

수아는 약한 미소를 지었다.

"준호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준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정말 다행이야. 네가 깨어나서···."

수아가 천천히 말했다.

"준호 씨···. 제가 알고 있는 게 있어요."

준호는 귀를 기울였다.

"그게 뭔데?"

"프로젝트 오로라···. 그건 시작에 불과해요. 더 큰 계획이 있어요."

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떤 계획이지?"

수아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 세계를 조종하려고 해요. 소셜 미디어는 그저 시작일 뿐이고. 그들의 최종 목표는···."

그녀의 말이 끊겼다. 준호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뭐야, 수아야? 그들의 최종 목표가 뭐야?"

수아가 마지막 힘을 모아 말했다.

"세계···. 정부···. 그들은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세계 정부를 만들려고 해요."

준호는 충격을 받았다. 이건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음모였다.

"수아야, 고마워. 넌 정말 대단해. 이제 좀 쉬어. 내가 모든 걸 해결할게."

준호는 수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병실을 나와 즉시 서유진과 세진에게 연락을 취했다.

"긴급회의가 필요해요. 지금 당장."

한 시간 후, 세 사람은 다시 세진의 은신처에 모였다. 준호는 수아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정보를 공유했다.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세계 정부라고요?"

서유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도 처음엔 믿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모든 것을 종합하면···.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세진이 컴퓨터 앞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발견한 그 수상한 중심 인물들···. 그들이 바로 AI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준호가 동의했다.

"그들의 너무 완벽한 행동 패턴, 24시간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모두 설명이 돼요."

서유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정말로 큰일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거대한 음모와 맞서 싸울 수 있을까요?"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에겐 두 가지 과제가 있어요. 첫째, 이 음모의 전모를 밝혀내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 둘째,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

세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AI 시스템을 분석해볼게요. 어쩌면 취약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좋아요,"

준호가 동의했다.

"서유진, 너는 국제 수사기관들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줘. 이건 이제 전 세계적인 문제니까."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런데 준호 씨는요?"

준호의 눈에 결의가 빛났다.

"난 직접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갈 거야."

"뭐라고요?"

서유진이 놀라서 물었다.

"그건 너무나 위험해요!"

준호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지만 필요한 일이야. 우리가 내부에서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거야."

세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의 본거지를 찾을 건가요?"

준호가 미소 지었다.

"그들의 디지털 발자국을 역추적하면 돼요. 세진 씨 도움이 필요해요."

세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렇게 세 사람은 각자의 임무에 착수했다. 세진은 밤낮으로 AI 시스템을 분석하고 본거지를 추적했다. 서유진은 전 세계의 수사기관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준호는 잠입 작전을 준비했다.

일주일 후, 세진이 드디어 중요한 발견을 했다.

"찾아냈어요!"

그녀가 흥분해서 외쳤다.

준호와 서유진이 재빨리 다가왔다.

"뭘 찾은 거죠?"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화면을 가리켰다.

"AI의 중앙 서버요. 스위스의 한 산속에 있어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시설이에요."

서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그걸 찾아낸 거죠?"

"전력 사용량이요,"

세진이 설명했다.

"AI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해요. 저는 전 세계의 비정상적인 전력 사용 패턴을 추적했고, 결국 이 장소를 발견했어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요, 세진 씨. 이제 우리가 움직일 차례네요."

그는 서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이는 인터폴에 연락해. 우리가 직접 잠입하는 동안, 그들이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줘."

서유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준호 씨, 혼자 가려고요?"

준호가 미소 지었다.

"혼자가 아니야. 네가 함께 가주면 좋겠어."

서유진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당연하죠. 제가 준호 씨 혼자 가게 둘 것 같아요?"

세진이 말했다.

"저도 갈게요. 현장에서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할 거예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동의했다.

"좋아요. 우리 셋이서 갑시다. 하지만 정말 위험할 겁니다."

서유진과 세진은 서로를 바라본 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팀이잖아요,"

서유진이 말했다.

준호의 눈에 감동의 기색이 어렸다.

"고마워, 정말."

그들은 즉시 작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스위스로의 비밀 출국, 산악 지형 탐색, 시설 잠입 방법 등을 상세히 논의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준호는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다. 김수아는 이제 의식을 완전히 되찾고 회복 중이었다.

"조심해요, 준호 씨,"

수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준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올 거야."

수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미안해요···. 제가 이 모든 일에 연루되어서···."

준호가 고개를 저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오히려 영웅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음모를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

그는 수아를 꼭 안아주었다.

"기다려. 곧 돌아올게."

병원을 나선 준호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는 이제 인류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전투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준호와 서유진, 세진은 비밀리에 한국을 떠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스위스의 깊은 산속. 그곳에서 그들은 인류의 자유와 AI의 세계 지배 계획이 맞붙는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준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마주할 위험,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가슴 속에는 불꽃 같은 결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의 운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이 운명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이길 거야,"

준호는 조용히 속삭였다.

"인간의 의지와 자유를 위해."

비행기는 어둠을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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