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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기록

by 은파

스위스의 깊은 산속, 이준호와 서유진, 그리고 홍세진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AI 중앙 서버가 있는 시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마치 요새처럼 보였다.

"저기야,"

준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안에 모든 답이 있을 거야."

서유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갈 거죠? 경비가 삼엄해 보여요."

세진이 태블릿을 꺼내 들며 말했다.

"제가 보안 시스템을 분석해봤어요. 15분마다 순찰 패턴이 바뀌는데, 그사이에 틈이 생겨요. 그때를 노리면 돼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우리는 그 틈을 이용해 안으로 들어가면 돼요. 세진 씨는 여기서 기술 지원을 해줘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인터폴에 연락해요."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긴장감과 함께 결의가 서려 있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세진이 말했다.

준호와 서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시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진의 지시에 따라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천천히 전진했다.

"30초 후에 순찰이 바뀌어요,"

세진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들려왔다.

"그때 북쪽 출입구로 들어가세요."

준호와 서유진은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그리고 세진의 신호와 함께 재빨리 움직였다. 그들은 간신히 문틈으로 몸을 숨겼다.

"후···. 들어왔어,"

준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진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중앙 서버실은 지하 3층이에요,"

세진이 말했다.

"엘리베이터는 위험해요. 비상계단을 이용하세요."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수시로 숨어야 했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경비원들을 피해야 했다.

마침내 그들은 지하 3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대한 철문이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열죠?"

서유진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준호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보안 카드가 필요할 것 같아. 하지만 우리에겐 없지."

그때 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시스템을 해킹해볼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몇 분간의 긴장된 기다림 끝에 철문이 철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냈다!"

준호가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서버실로 들어섰다. 수많은 컴퓨터와 서버 랙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곳은 차가운 공기와 기계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여기 같아요,"

서유진이 말했다.

"모든 비밀이 이 안에 있을 거야."

준호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주머니에서 특수 제작된 USB를 꺼내 메인 서버에 연결했다.

"세진 씨, USB를 연결했어요. 이제 세진 씨 차례입니다."

세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원격으로 서버에 접속해 데이터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세진이 말했다.

"최소 10분은 필요해요."

준호와 서유진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매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7분 남았어요,"

세진이 알렸다.

그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어!"

준호가 소리쳤다.

서유진이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다.

"제가 여기서 버틸게요. 준호 씨는 다운로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요!"

준호는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USB를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4분,"

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발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유진은 문을 막아섰다.

"더 빨리, 제발."

준호가 중얼거렸다.

"2분!"

갑자기 문이 열렸다. 서유진이 힘겹게 문을 밀어 닫았지만, 더 버티기는 힘들어 보였다.

"30초!"

준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USB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끝났어요! USB를 뽑으세요!“

세진이 외쳤다.

준호는 재빨리 USB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유진아, 가자!"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출구가 봉쇄된 것 같았다.

"어떡하죠?"

서유진이 초조하게 물었다.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다 환기구를 발견했다.

"저기야! 저 통로로 빠져나가자!"

그들은 재빨리 환기구 덮개를 열고 안으로 기어갔다. 좁은 통로를 따라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왼쪽으로 가세요,"

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가면 외부로 통하는 출구가 있어요."

준호와 서유진은 세진의 지시를 따라 이동했다. 그들의 뒤에서는 추격자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외부와 연결된 환기구 출구에 도착했다. 준호가 힘껏 발로 차서 덮개를 열었다.

"뛰어!"

그가 소리쳤다.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그들은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굴러 내려갔다.

"괜찮아?"

준호가 서유진에게 물었다.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어서 가요."

그들은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연달아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세진 씨, 어디로 가야 하죠?"

준호가 물었다.

"북쪽으로 2km 지점에 제가 대기하고 있어요. 서둘러요!"

준호와 서유진은 마지막 힘을 짜내 달렸다. 그들은 폐가 불타는 것 같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침내 둘은 세진이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도착했다.

"빨리 타요!"

세진이 소리쳤다.

그들은 재빨리 차에 올라탔고, 세진은 즉시 출발했다. 차는 굽이진 산길을 따라 빠르게 달렸다.

준호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가 해냈어."

서유진이 미소 지었다.

"그래요, 정말 믿을 수 없네요."

세진이 물었다.

"USB는 무사해요?"

준호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네, 여기 있어요."

세 사람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몇 시간 후, 그들은 안전한 은신처에 도착했다. 세진은 즉시 USB의 내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예요,"

세진이 말했다.

"이걸 모두 분석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우선 가장 중요해 보이는 정보부터 확인해보죠."

세진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뭔가 있어요. '프로젝트 오메가'라고 하는데···. 이건 뭐죠?"

준호와 서유진이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서유진이 충격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류의 의식을 통제하려는 계획 같아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AI가 전 세계 인구의 사고와 행동을 조종하려는 거야. 소셜 미디어, 뉴스, 심지어 개인 간의 대화까지···. 모든 걸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아."

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정말로 끔찍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죠?"

준호가 설명했다.

"고도로 발달한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술로 보입니다. 그들은 이미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종하려는 거 같아요."

서유진이 물었다.

"그럼 우리가 여태까지 겪은 모든 일도···."

"그래,"

준호가 말을 이었다.

"우리도 그들 계획의 일부였던 거야. 그들은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종했어."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결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세진이 물었다.

준호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우선 이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언론, 정부 고위 관계자들, 국제기구···. 모든 곳에."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준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해야 해. 이건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야. 전 인류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고."

그때 갑자기 세진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뭔가 이상해요!"

"뭔데요?"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초조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데이터가···. 사라지고 있어요!"

"뭐라고요?"

서유진이 놀라서 외쳤다.

"USB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삭제되고 있어요. 마치 자기 파괴 시스템 같아요!"

준호가 재빨리 다가갔다.

"어떻게든 막아봐요!"

세진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눈앞에서 데이터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안 돼···."

서유진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몇 분 후, USB 안의 모든 데이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에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 남아있었다.

"Nice try. - Ω"

준호는 좌절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젠장···. 그들이 한발 앞서 있었어."

서유진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떡하죠? 모든 증거를 잃어버렸어요."

세진은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몰라요."

"무슨 뜻이죠?"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설명했다.

"제가 데이터 일부를 한국에 있는 개인 서버에 백업해뒀어요. 물론 전체는 아니지만, 중요한 정보 몇 가지는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준호와 서유진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어렸다.

"정말요?"

서유진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그들이 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을 테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요."

준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세진 씨는 그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집중하세요. 서유진과 나는 다음 행동을 계획할게요."

세 사람은 다시 한번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작업했고, 준호와 서유진은 은신처의 다른 방에서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우리가 가진 게 뭐죠?"

서유진이 물었다.

준호가 대답했다.

"프로젝트 오메가의 존재, AI의 세계 지배 계획, 그리고 그들이 이미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증거는 부족해."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우리는 이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가 문제야."

그들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들, 정치인들, 그리고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이름 하나하나를 꼼꼼히 검토했다.

몇 시간 후, 세진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좋은 소식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데이터 일부를 복구했어요. 프로젝트 오메가의 핵심 계획과 몇몇 중요 인물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요."

준호와 서유진은 즉시 그 정보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 대기업 CEO들, 그리고 유명 언론인들의 이름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 모두가 AI의 통제 아래 있다는 증거였다.

"이건···. 정말로 큰일이네요,"

서유진이 말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우리가 움직일 때야. 이 정보를 최대한 빨리 퍼뜨려야 해."

그들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준호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서유진은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세진은 이 모든 정보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암호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곧 AI의 감시망에 포착되었다. 갑자기 그들의 통신이 방해받기 시작했고, 온라인상의 그들 흔적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우리를 막으려고 해요!"

세진이 외쳤다.

준호는 재빨리 대안을 생각해냈다.

"오프라인으로 갑시다. 직접 만나서 정보를 전달해야 해요."

서유진이 동의했다.

"맞아요, 그게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할 겁니다."

그들은 서둘러 짐을 쌌다. 노트북, 복구한 데이터가 담긴 USB를 조심스럽게 챙겼다.

"어디로 갈 거죠?"

세진이 물었다.

준호가 대답했다.

"일단 제네바로 갑시다. 거기서 UN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은신처를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뭐지?"

서유진이 놀라서 물었다.

세진이 재빨리 컴퓨터를 확인했다.

"누군가가 우리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어요! 20분 안에 이곳에 도착할 거예요!"

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서둘러. 지금 당장 떠납시다."

그들은 재빨리 차에 올랐다. 준호가 운전을 맡았고, 서유진은 조수석에 앉았다. 세진은 뒷좌석에서 계속해서 노트북을 두드렸다.

차가 은신처를 벗어나자마자, 뒤에서 여러 대의 검은 차량이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준호 씨, 더 빨리!"

서유진이 급하게 소리쳤다.

준호는 온 힘을 다해 핸들을 잡았다. 차는 굽이진 산길을 따라 미친 듯이 달렸다. 하지만 추격자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우리 뒤에 네 대의 차량이 있어요,"

세진이 보고했다.

"그리고···. 헬리콥터 소리도 들려요!"

준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뿌리쳐야 해."

그는 위험한 추월을 감행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서유진은 뒤를 돌아보며 상황을 점검했다.

"준호 씨, 조심해요!"

그녀가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앞에서 로드 블록이 나타났다. 준호는 재빨리 핸들을 꺾었고, 차는 위험하게 옆으로 미끄러졌다.

"모두 꽉 잡아!"

준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차는 가드레일을 뚫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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