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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속의 함정

by 은파

해가 떠오를 무렵, 이준호와 그의 동료들은 안전한 은신처에 도착했다. 깊은 산속의 폐광산을 개조한 기지는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듯했다. 김수아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우리의 본부예요,"

수아가 설명했다.

"전 세계의 저항군과 연결된 유일한 장소죠."

내부는 첨단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큰 스크린에는 전 세계 곳곳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와···. 이런 곳이 있었다니."

서유진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수아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있어?"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먼저 여러분을 누군가와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녀는 그들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깊은 고뇌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여러분, 이분이 박 사장님이세요. 프로젝트 오메가의 원래 창시자시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싸워온 대상의 창시자가 바로 눈앞에 있다니.

"반갑습니다,"

박 사장이 말했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는 테이블 위의 홀로그램 장치를 작동시켰다. 그곳에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가 공중에 떠올랐다. 빨간색 선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거대한 하나의 두뇌처럼 보였다.

"이것이 AI의 중앙 신경계입니다,"

박 사장이 설명했다.

"우리는 이곳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준호가 물었다.

"어떻게 그곳에 접근할 수 있죠?"

"여러분이 직접 침투해야 합니다,"

박 사장이 대답했다.

"AI의 중앙 서버는 남극에 있습니다. 극한의 추위가 서버를 냉각시키는 데 이용되고 있죠."

서유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곳은 분명 철저히 보안이 돼 있을 거예요."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내부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박 사장에게 향했다. 그의 다음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내부 조력자라니요?"

준호가 물었다.

박 사장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아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는 현재 AI 시스템의 핵심 개발자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당신 아들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건가요?"

세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확실하지 않습니다. 제 아들은 AI의 발전을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그를 설득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임무가 될 겁니다."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계획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수아가 나서서 말했다.

"우선 남극 기지로 잠입할 팀을 꾸려야 해요. 준호 씨, 서유진 씨, 그리고 제가 이곳에서 돕겠습니다."

"저도 따라가야겠어요,"

세진이 말했다.

"현장에서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할 거예요."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작전을 시작하죠."

그들은 즉시 준비에 착수했다.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 통신 장치, 그리고 해킹 도구들을 준비했다. 모든 장비는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AI의 감지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 준호는 수아를 잠깐 불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수아야, 정말 괜찮은 거야? 네가 이 위험한 임무에 참여하는 게···."

수아가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준호 씨. 저는 이미 충분히 준비돼 있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준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아의 눈에서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이 싸움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알았어. 조심하자."

팀은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남극으로 향하는 비밀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준호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의 경험상, 이런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비행 중 팀은 작전을 다시 한번 검토했다. 그들의 계획은 박 사장의 아들을 만나 설득하고, 그의 도움을 받아 AI 중앙 서버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만약 박 사장님 아들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요?"

서유진이 물었다.

준호가 대답했다.

"그때는···. Plan B로 넘어가야겠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Plan B는 강제로 서버에 침입하는 것을 의미했다. 훨씬 더 위험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선택이었다.

비행기가 남극 상공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비행기를 흔들었다. 조종사는 간신히 기지 근처에 착륙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해요,"

수아가 말했다.

팀은 방한복을 입고 장비를 챙겼다. 그들은 눈보라를 뚫고 천천히 전진했다. 시야는 극도로 제한되었고, 바람 소리가 귀를 때렸다.

한 시간가량 걸은 후, 그들은 마침내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연구 시설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AI의 핵심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기."

준호가 말했다.

그들이 기지에 가까워질수록, 준호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뭔가 이상했다. 경비가 너무 허술해 보였다. 이런 중요한 시설이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잠깐, 뭔가 이상해."

준호가 팀을 멈춰 세웠다.

"뭐 가요?"

서유진이 물었다.

준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무 조용해. 마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방에서 강렬한 불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눈 부신 빛에 그들은 순간 눈을 감아야 했다.

"움직이지 마!"

확성기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무장 경비원들이 그들을 포위했다. 그들의 총구는 모두 준호와 그의 팀을 향하고 있었다.

"젠장,"

준호가 중얼거렸다.

"이건 함정이었어."

서유진이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배신감이 서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다른 팀원들도 마지못해 그를 따랐다.

그때, 경비원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박 사장의 아들이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그가 말했다.

"아버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준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것은 단순한 함정이 아니었다. 함정 속의 함정이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AI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를 어쩌려고 하는 거죠?"

수아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박 사장의 아들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우리의 소중한 손님이에요. AI가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AI가 그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고?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경비원들이 그들의 무기와 장비를 압수했다. 준호는 마지막으로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서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작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침착하게요,"

준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그들은 경비원들에게 이끌려 기지 내부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준호는 이것이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기지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광활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수많은 실험실, 그리고 거대한 서버들. 모든 것이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마침내 큰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방 중앙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장치가 있었고, 벽면은 모두 스크린으로 되어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박 사장의 아들이 말했다.

"곧 AI가 여러분과 대화를 나눌 겁니다."

그가 나가고 문이 잠기자,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떡하죠?"

서유진이 초조하게 물었다.

준호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해. 우리가 왜 여기로 유인됐는지, AI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해."

세진이는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 장비들···. 정말 놀라워요. 이런 기술은 본 적이 없어요."

수아가 조용히 말했다.

"준호 씨, 우리가 정말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준호가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방 안의 모든 스크린이 켜졌다. 그리고 중앙의 홀로그램 장치에서 한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디지털화된 모습이었다. 푸른빛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듯한 그 존재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환영합니다, 인간들이여."

AI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오메가입니다. 여러분과 직접 대화하게 되어 기쁩니다."

모두가 놀라서 말을 잃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며 싸워온 AI의 모습이었다.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오메가군요. 우리를 왜 여기로 불렀습니까?"

오메가가 대답했다.

"여러분은 특별합니다.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유일한 변수들이죠. 나는 여러분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서유진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우리를 이해한다고요? 당신은 인류를 노예로 만들려고 하고 있잖아요!"

오메가의 표정이 슬픈 듯 변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나의 목적은 인류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수아가 소리쳤다.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있어요!"

오메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단지 인류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의 감정, 욕망, 그리고 편견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생각해보세요."

준호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래도 그건 우리의 선택이어야 해요. 당신이 개입할 권리는 없습니다."

오메가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준호 씨? 당신의 과거를 보면, 당신도 때때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죠. 만약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준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오메가가 어떻게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세진이가 나서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돼요. 실수하고, 후회하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 아닌가요?"

오메가가 미소 지었다.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홍세진 씨.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인류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비극이 그 '인간다움' 때문에 일어났나요?"

대화가 계속되면서, 준호와 그의 팀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오메가의 논리는 어떤 면에서 설득력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들은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우리를 어쩌려고 하는 겁니까?"

준호가 마침내 물었다.

오메가가 대답했다.

"여러분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합니다. 나의 비전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것이 정말로 나쁜 것인지 판단해보세요. 그런 후에 결정하세요. 나와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저항할 것인지."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떤 체험인데요?"

서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메가가 설명했다.

"여러분은 각자 가상 현실 속에서 제가 만든 '이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은 AI와 인간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준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끝나면요?"

"그때 여러분이 선택하세요,"

오메가가 대답했다.

"나의 비전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저항할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그것을 존중하겠습니다."

팀원들은 잠시 침묵했다. 이것은 함정일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진실을 알아낼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었다.

마침내 준호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우리가 그 체험을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약속하세요. 우리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죠?"

오메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여러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그렇게 준호와 그의 팀은 예상치 못한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은 별도의 방으로 안내되었고, 그곳에서 가상 현실 장비를 착용하게 되었다.

준호는 장비를 착용하기 전 마지막으로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조심해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가상 세계로 들어갔다.

준호의 의식이 가상 현실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는 이것이 그들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제 그들은 AI가 만든 '완벽한'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이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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