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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거짓말

by 은파

이준호, 아니 이제는 강태우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그는 프로젝트 오로라의 본부 앞에 서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IT 기업의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생각하니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건물에 들어서자 안내 창구에서 젊은 여성이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준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태우라고 합니다. 오늘 첫 출근 날이에요."

여성은 컴퓨터를 확인하고 미소 지었다.

"아, 네. 강태우 씨,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그녀는 준호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15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거기서 김 과장님을 만나세요."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자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15층에 도착하자 키가 큰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우 씨죠? 저는 김재훈입니다. 환영합니다."

준호는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 과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김재훈은 준호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우선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겠습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준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소셜 미디어와 관련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재훈이 미소 지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죠.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요."

준호는 속으로 긴장했지만, 겉으로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김재훈은 준호를 자신의 책상으로 안내했다.

"당신은 우리의 소셜 미디어 분석팀에 배정되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그들을 통해 어떻게 대중의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될 거예요."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날 오후, 준호는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는 척하면서 주변을 관찰했다. 그는 동료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정보들을 머릿속에 새겼다.

퇴근 시간이 되자, 준호는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미리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한적한 공원의 벤치에 서유진과 홍세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서유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준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무사히 첫날을 보냈어. 하지만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

그는 오늘 하루 동안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프로젝트 오로라가 단순히 인플루언서들을 조종하는 것을 넘어, 전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려는 거대한 계획이라는 것을.

세진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정말로 큰일이네요. 우리가 어떻게 이걸 막을 수 있을까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더 많은 증거를 모아야 해요. 그리고 김수아와 다른 실종자들의 위치도 알아내야 해요."

서유진이 말을 이었다.

"나도 경찰 내부에서 조금씩 동조자들을 모으고 있어요. 조심스럽게요. 최재영 청장의 눈을 피해야 하니까요."

세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헤어졌다. 준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거리의 대형 스크린을 보았다. 뉴스에서는 최근 실종된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최근 연이은 인플루언서들의 실종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제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디어는 이미 프로젝트 오로라의 손아귀에 있었고, 그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다음 날, 준호는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이번에는 더 깊이 파고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전 회의에서 김재훈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우리는 다음 주에 대규모 SNS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국민의 정치적 성향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준호는 충격을 받았지만,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후 조심스럽게 김재훈에게 접근했다.

"과장님, 혹시 이 캠페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저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재훈은 잠시 준호를 살펴보다가 미소 지었다.

"열정이 좋군요, 준호씨. 좋아요, 오후에 제 사무실로 오세요. 자세히 설명해 드리죠."

준호는 그날 오후 김재훈의 사무실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듣게 되었다. 프로젝트 오로라는 특수 제작된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의 SNS 피드를 조작하고, 그들의 생각을 서서히 바꿔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캠페인은 그 정점이 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다음 선거 결과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김재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준호는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관심 있는 척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혹시 이런 일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김재훈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준호씨,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때때로 윤리라는 걸 넘어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예요."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이 모든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다졌다.

그날 밤, 준호는 다시 서유진과 세진을 만났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된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이건 정말 큰 일 이네요,"

서유진이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막을 수 있을까요?"

세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우선 그들의 알고리즘을 무력화시켜야 해요. 제가 해킹을 시도해볼게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려야 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도 이미 그들의 영향 아래 있을 테니까요."

서유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몇몇 신뢰할 수 있는 기자들이 있어요. 그들에게 연락해볼게요."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행동에 나섰다. 준호는 계속해서 회사 내부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서유진은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을 모았다. 세진은 밤낮으로 프로젝트 오로라의 시스템을 해킹하려 노력했다.

며칠 후, 세진이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준호 씨, 서유진 씨! 제가 뭔가를 찾아냈어요!"

두 사람은 서둘러 세진의 작업실로 향했다. 세진은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보세요, 이게 프로젝트 오로라의 핵심 서버예요. 그리고 여기···. 실종된 인플루언서들의 위치가 나와 있어요!"

준호와 서유진은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김수아를 포함한 모든 실종자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찾아낸 거예요?"

준호가 물었다.

세진이 약간 부끄러운 듯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았어요. 그들의 보안에 작은 틈이 있었거든요."

서유진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이제 우리가 행동할 때예요. 실종자들을 구출하고,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해요."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움직이는 순간, 그들도 알아차릴 거예요. 우리에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어요."

세 사람은 밤새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실종자들을 구출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오로라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단 하루 만에 해내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 준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로 출근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오전 회의에서 김재훈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분, 우리의 대규모 캠페인이 내일 시작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준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도 내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거야. 하지만 당신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그날 온종일 준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초조함과 긴장감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준호는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준호는 미리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한적한 창고에서 서유진, 세진, 그리고 그들이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준비됐나요?"

준호가 물었다.

서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특공대가 대기 중이에요. 내가 신호만 주면 즉시 출동할 수 있어요."

세진도 말을 이었다.

"저도 준비됐어요. 프로젝트 오로라 시스템을 마비시킬 바이러스를 심어뒀어요. 제가 트리거만 당기면 돼요."

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그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준호와 서유진은 실종자들이 갇혀 있는 장소로 향했고, 세진은 원격으로 시스템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어두운 밤, 준호와 서유진은 조심스럽게 건물에 접근했다. 그들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준비됐어요?"

서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자."

그들은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둡고 조용했다. 그들은 세진이 알려준 위치로 향했다.

갑자기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준호와 서유진은 재빨리 벽 뒤로 숨었다. 두 명의 경비원이 지나갔다.

"조금만 더···."

준호가 중얼거렸다.

마침내 그들은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문 너머에 김수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서유진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열게요. 준비해요."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준호는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방 안에는 김수아를 포함한 여러 명의 실종자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특별한 장치에 연결되어 있었고, 마치 깊은 꿈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수아야!"

준호가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어요!"

서유진이 소리쳤다.

준호는 재빨리 수아의 연결 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서유진, 다른 사람들도 풀어줘!"

그들은 필사적으로 실종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곧 발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준호씨, 우리 시간이 없어요!"

서유진이 소리쳤다.

준호는 마지막으로 수아를 안고 일어섰다.

"이제, 가자!"

그들은 실종자들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복도를 달리는 동안 총성이 울렸다.

"엎드려요!"

서유진이 소리쳤다.

그들은 간신히 모퉁이를 돌아 총알을 피했다. 준호는 여전히 의식 없는 수아를 안고 있었다.

"세진 씨, 지금입니다!"

준호가 이어폰으로 외쳤다.

그 순간 건물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세진의 바이러스가 작동한 것이다.

혼란 속에서 그들은 겨우 탈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이미 경찰 특공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안전해요!"

서유진이 소리쳤다.

준호는 수아를 안전하게 구급차에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수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준···, 호 씨?"

그녀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분명했다.

준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나야 수아야. 이제 안전해."

그때 서유진이 다가왔다.

"준호 씨,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최재영 청장이 도망치려고 해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수아 곁에 있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수아야, 곧 돌아올게. 약속할게."

수아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난 후, 서유진을 따라 달렸다.

그들이 프로젝트 오로라의 지휘 본부가 있는 지하층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건물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경찰들은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있었고,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야!"

서유진이 소리쳤다.

최재영 청장이 몇몇 경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준호와 서유진은 그들을 필사적으로 쫓았다. 추격전 끝에 그들은 마침내 최재영을 코너에 몰았다.

"포기하세요, 청장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최재영은 비웃었다.

"끝났다고? 이건 시작에 불과해, 이준호."

그때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서유진이 재빨리 준호를 몸으로 막았다.

"유진아!"

준호가 소리쳤다.

서유진이 바닥에 쓰러졌다. 준호는 분노에 차 최재영에게 달려들었다. 격투 끝에 그는 겨우 최재영을 제압했다.

"이게 모든 게 끝이야."

준호가 차갑게 말했다.

경찰들이 몰려와 최재영을 체포했다. 준호는 급히 서유진에게 달려갔다.

"유진아, 괜찮아?"

서유진이 약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방탄복을 입었어요."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세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호 씨! 모든 증거를 언론에 공개했어요. 이제 모든 방송에서 프로젝트 오로라의 실체를 보도하고 있어요!"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자들이 몰려들고, 경찰들이 오로라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구출된 실종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해냈다. 프로젝트 오로라의 음모를 밝혀내고, 그것을 막아낸 것이다.

준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그는 수아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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