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in a bluemoon은 왜 드물게란 뜻일까

어쩌다 once in a blue moon, 그리고 사라진 재즈바 이야기

by 세이지SEIJI

20년 전의 어느 겨울밤

요즘처럼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면 자연스럽게 재즈를 듣게 된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나 빌 에반스의 피아노가 흐르면, 문득 20대 시절 자주 가던 청담동의 한 재즈바가 떠오른다.

Once in a Blue Moon

그 바의 이름이었다. 좁다란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던 은은한 조명 아래, 라이브 재즈가 흐르고 바텐더가 칵테일을 흔들던 그곳. 친구들과 가끔, 정말 가끔 들러 재즈와 위스키의 밤을 보내곤 했다. 그때는 이 표현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다. 그저 '낭만적인 이름이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가끔씩 물었다. "선생님, once in a blue moon이 왜 '아주 드물게'란 뜻이에요? 달이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거예요?"


나도 왜 once in a bluemoon이 '아주 드물게'란 뜻으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좀 더 조사를 해봤다. 그 재즈바의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었던 걸까?

스크린샷 2025-10-31 154731.png 청담동 원스인어블루문 재즈클럽


달이 파랗다는 말의 역사

이 표현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윌리엄 로이와 제레미 바를로가 쓴 팸플릿에 "만약 그들이 달이 파랗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당시 이 표현은 '터무니없는 것'을 의미했다. 마치 "돼지가 하늘을 날다"처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비유할 때 쓰였다. 성직자들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해도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꼬집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1821년, 피어스 이건의 소설 『Real Life in London』에서 "How's Harry and Ben? – haven't seen you this blue moon"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드물게'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달이 파랗게 보일 때

흥미로운 건, 실제로 달이 파랗게 보이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재가 대기 중에 퍼지면서 달이 파랗게 보였다고 한다. 대규모 산불이 났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대기 중의 특정 입자가 빛을 산란시켜 달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예측할 수 없고 극히 드물다. 그래서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표현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블루문의 천문학적 의미

현대적 의미에서 블루문은 두 가지로 정의된다. 원래는 한 계절에 보름달이 네 번 뜰 때 세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불렀다. 이는 19년에 약 7번 정도 발생한다.

그런데 1946년, 제임스 휴 프루엣이라는 사람이 『Sky & Telescope』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잘못 설명했고, 이 정의가 대중화되었다. 실수가 만들어낸 새로운 전통이 된 셈이다.

달의 주기는 약 29.5일이고, 한 달은 평균 30일이 조금 넘는다. 이 미묘한 차이 때문에 대략 2년 반에서 3년에 한 번꼴로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게 된다. 그러니 once in a blue moon은 정말로 '아주 드물게'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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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고 싶은 그 순간

그 재즈바는 5년 전쯤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아마 장사가 잘 안 됐거나, 건물주가 바뀌었거나, 주인의 사정이 생겼거나. 이유야 어찌 됐든, 이제 그곳은 없다.

가끔 그 계단을 다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늦은 밤, 재즈가 흐르는 어두운 바에 앉아 칵테일 잔을 기울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악에만 몸을 맡기던 그 시간들. 그때는 몰랐다.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Once in a blue moon.

이제야 안다. 이 표현이 왜 그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졌는지. 그 바가 왜 그런 이름을 달았는지. 정말 드물게, 아주 가끔, 우리에게 찾아오는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만약 그 재즈바가 다시 문을 연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이번엔 once in a blue moon이 아니라, 조금 더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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