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 as well은 왜 '~하는 게 낫다'일까?

조동사 might와 as well의 만남이 만들어낸 합리적 체념

by 세이지SEIJI

강의실에서 마주친 질문

지난주 기업 출강 수업 시간, 중급반 학습자 한 분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might as well이 왜 '~하는 게 낫다'란 뜻이 되는 거예요? might는 '~할지도 모른다'잖아요. as well은 '또한, 역시'고요. 그런데 이 둘이 합쳐지면 갑자기 '~하는 게 낫다'가 되네요?"

반가웠다.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더 자세히, 그리고 인문학적인 면까지 더해서 수업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시험 준비나 실용적 실무만을 목표로 하는 학습자들도 많아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단어의 구조와 논리까지 궁금해하는 학습자를 만나면 진심으로 기쁘다.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이거 단순 암기로는 절대 안 풀립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그 학습자에게 설명해 줬던 내용은 아래와 같다.



might as well의 숨은 논리

might as well을 직역하면 이렇다.

might: ~할지도 모른다 (약한 가능성)


as well: 마찬가지로, 또한


둘을 합치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할 수도 있다" 정도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숨은 논리가 하나 있다. 바로 '비교 대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별 차이가 없다'는 전제다.

예를 들어보자.


The bus won't come for 30 minutes. We might as well walk.
(버스가 30분은 안 올 거야. 걸어가는 게 낫겠다.)


이 문장의 속뜻은 이렇다.

선택지 1: 30분을 여기서 기다리는 것


선택지 2: 걸어가는 것


둘 다 크게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기다릴 바엔 걸어가는 게 낫지 않나?'라는 합리적 판단이 깔려 있다.

즉, might as well은 "다른 선택지와 비교했을 때, 이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 권유가 아닌, 소극적 합리성

재미있는 건 might as well이 적극적인 추천이 아니라는 점이다.

should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should는 권장하거나 사적인 조언을 하는 뉘앙스다. You should exercise. (운동하는 게 좋겠어) should는 "이게 옳으니까 해라"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might as well은 대안이 없어서 그나마 나은 선택지라는 뉘앙스가 담겼다. It's raining. We might as well stay home. (비 오니까 그냥 집에 있는 게 낫겠다) "딱히 다른 선택도 없으니, 이거라도 하자"는 뉘앙스다.

조금 체념 섞인, 하지만 합리적인 선택. 그게 might as well의 본질이다.


스크린샷 2025-12-23 130505.png "It's raining. We might as well stay home."


구조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외워진다

Nobody else wants this cake. You might as well take it.
(아무도 이 케이크 안 먹는대. 네가 먹는 게 낫겠어.)


이 문장을 단순히 'might as well = ~하는 게 낫다'로만 외우면 금세 잊어버린다.

하지만 구조를 이해하면 다르다.

아무도 케이크를 안 먹는다.


버리기는 아깝다.


그럼 네가 먹는 게 (다른 선택과 비교했을 때) 가장 합리적이다.


이렇게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 might as well이 왜 '~하는 게 낫다'가 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외우지 말고, 이해하자

그 학습자는 내 설명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체념 섞인 선택이네요?"

정확하다!

영어 표현을 단순히 한국어 뜻으로만 외우면 금세 헷갈리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구조와 논리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다음에 might as well을 보거든, "어차피 다른 선택도 없는데, 이거라도 하자"는 속뜻을 떠올려 보자. 그럼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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