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청새치는 곱슬머리 탈모 아빠와 생머리 빽빽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숱이 많은 곱슬머리였다.
일단 아빠는 머리카락이 매우 얇고 굵은 곱슬이고 M자 탈모가 있다. 내가 남자였다면 여기서 이미 좌절했을 것이지만 여자라서 탈모는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부분의 숱이 적어짐을 느끼지만) 다행이다. 아무튼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엄마의 유전자가 힘을 냈는지 내 머리카락은 아주 굵고 빽빽하고 숱이 많다. 엄마는 아기 머리가 너무 많아 더워하는 것 같아서 100일이 되기 전에 내 머리를 빡빡 밀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새로 자라는 머리가 더 억세게 고불거리는 모습을 보고 기함하여 다 큰 지금도 그때 머리를 자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곤 하신다.
모든 곱슬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머리는 엄마의 박해를 받으며 자랐다. 엄마는 가만히 있는 나의 머리를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아휴, 이 머리 곱슬 거리는 것 좀 봐... 엄마가 미안해 이렇게 낳아줘서..." 하며 웃었다. 그래서 나는 곱슬머리가 뭔가 잘 못된 거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태어난 언니가 초등학교 가면서 '스트레이트 펌'이라는 것을 했었는데 긴 판에다가 머리를 붙이고 메두사처럼 있어야 했다.
이런 느낌인데 판때기가 막 딴딴한 연두색이었다. 이 시술을 인생에서 2번 정도 했을 무렵, (초등학교 3학년 즈음) 마법 같은 시술이 생기고야 마는데 그게 바로 '매직'이다. 4시간의 엉덩이 싸움 끝에 찰랑이는 칼 같은 머리를 보고 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부드러운 머리를 만지면서 꽤 신났었다. 그 이후 1년에 한 번씩 꼭꼭 매직을 했고, 매직을 안 하면 삐질삐질 이마 헤어라인을 따라 꼬부랑 머리가 올라오면 그렇게 못생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당연하게 해왔던 매직을 이제 하기가 싫어졌다. 매직을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하려고 이 미용실 저 미용실 전전하고 다니기 귀찮기 때문인 것도 있고, 마지막으로 했던 머리가 최양락 되어서 얼태기에 빠지게 된 탓도 있다. 그렇게 별 고민 없이 매직을 중단했다. 의미를 붙이자면, 이제는 그냥 나답게 살아도 되지 않나 싶었다.
마지막 매직을 한 지 1년 반이 지났고 곱슬머리에 맞는 관리를 찾아서 한 지는 반년째다.
그리고 지금 내 머리는 끔찍한 혼종 상태이다.
1. 일단 속 머리는 구불구불 멋지다.
이날은 컬이 균일해서 놀랐는데, 뒤통수 쪽 숨은 머리들은 이렇게 굽이굽이 큰 웨이브가 진다. 작은 웨이브 아니고 큰 웨이브라서 나중에 더 기르면 펌한 것처럼 될 것 같다. 내 생에 이렇게 '머리가 더 곱슬거리게 해 주세요' 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 겉 머리는 생각보다 아주 생머리 같다...
빨리 머리 전체적으로 웨이브가 졌으면 좋겠는데 야속한 겉 머리는 아직도 빳-빳함을 자랑하고 있다. 속 터져
3. 머리가 아주 크게 부푼다...
속 머리는 1처럼 곱슬거리고 부풀었는데 겉 머리는 2처럼 아무 컬이 없다 보니 뭐 려원 공효진 그런 웨이브 머리는 없다. 현재는 그냥 머리가 큰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환장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