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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14. 2020

이번엔 서해안으로 가볼까?

아이와 함께 떠나요(feat 벼랑 위의 포뇨)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때 이른 추위가 한 번씩 찾아오며 외출하려는 마음을 붙잡아 두고 있다. 이제 아이와의 여행은 날이 풀리는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먼저 "마지막으로 올해 한 번 더 여행을 가자"고 한다. 다행히 일기예보 상에 때 이른 초겨울 추위가 잠시 물러가는 기간이 왔다. 그래서 다시 서둘러 차박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보았다. 날짜는 주말을 이용해서 가려고 했으나 일기예보 상에 일요일 비가 온다고 해서 금요일 출발하기로 하고 학교에는 학교장 허가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차박 여행에는 기존에 쓰던 텐트를 가져가 보기로 했다. 차에서만 생활하려니 좀 불편해서 자는 것만 차에서 자고 생활은 텐트에서 할 계획이다. 일정을 정하고 장소를 물색해보았다.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이 될 만한 곳을 찾던 중 인터넷 검색 중 서해안에서 캠핑하면서 바닷물 빠질 때 들어가서 조개를 캤다는 글을 읽고 이번 여행 주제는 서해안 갯벌 체험으로 잡았다. 목적지는 갯벌 체험으로 유명한 용유도 마시안 해변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고자 하는 곳이 영종도 국제공항 근처여서 용유도와 국제공항을 왕복하는 자기 부상 열차도 타보기로 했다. 이번 주제는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다. 자기 부상 열차와 갯벌 체험. 좋은 장소를 찾은 것 같아서 나도 기대가 되었다. 이번 장소는 이동거리가 짧아서 더 맘에 들었다. 동해안은 아이랑 가기에는 거리가 있어서 휴게소에서 몇 번 쉬면서 가야 했다. 서해안은 사는 곳과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쉬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첫 도착지는 자기 부상 열차 종점인 용유역이다. 영종도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자기 부상 열차의 종점이다. 용유역 노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두고 열차를 타고 국제공항까지 가보았다. 대전 과학관에 설치되어 있는 자기 부상 열차를 잠시 타 본 적이 있지만 거리도 짧고 테스트용이어서 실제 운행되는 이 열차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부드럽게 소리 없이 이동하는 자기 부상 열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서 점심은 공항 내 식당에서 먹었다. 


  다시 용유역으로 돌아와서 마시안 해변으로 향했다. 차박을 하기 위해 인근 주민센터에서 전기차 충전을 하고 인근에서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에서 빵도 사고 경치도 구경하고 난 뒤 목적지인 해변에 도착했다.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변가는 한산했다. 솔밭에서 캠핑하는 몇 팀 외에는 캠핑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자리를 잡고 텐트도 쳤다. 아이는 벌써 바닷가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며 모래성을 쌓고 조개껍질을 주우러 다니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지기 시작할 무렵 준비한 갯벌 체험 장비를 갖추고 바닷물이 빠져나간 바다로 나갔다. 우리가 오기 며칠 전에 갯벌 체험 시즌이 마감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체험장을 운영하는 상주 인원도 없어서 미리 장화, 장갑, 삽 등을 준비해 갔다.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워서 기록해 가지고 왔다. 첫날 갯벌 체험 가능 시간은 오후 5시경부터 해질 때 까지였다. 겨울이 가까워서 해가 빨리지고 해가 지면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서둘러 갯벌로 향했다. 


  갯벌 체험은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단체로 다녀왔지만 그때는 인솔자가 있어서 따라가기만 하면 돼서 쉬웠는데 둘이서 경험도 없이 해보려니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았다. 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드러났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발이 쑥쑥 빠져서 장화가 뻘에서 안 빠지고 벗겨지려고 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더 힘이 없어서 발이 빠지면 빼지를 못해서 내가 빼주다가 나까지 빠질 것 같았다. 해변가를 이 곳 저곳 걷다가 간신히 발이 잘 안 빠지는 곳으로 들어가니 해안가에서 멀어질수록 바닥이 고운 모래여서 걷기 편했다. 지는 석양을 배경 삼아 아이와 열심히 조개를 캤다. 추워지고 경험도 없어서 별로 못 캘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조개와 소라게와 작은 게를 잡을 수 있었다. 


  바다에는 우리 부자 두 명 밖에 없었다. 바다를 놀이터 삼아 마음껏 돌아다니며 조개잡이를 했다. 해가 거의 지고 희미한 빛만 서쪽 수평선에 보일 때 아이와 들어온 길을 되짚어 나갔다. 근데 해가 지니 앞이 잘 안 보여서 나가다가 아이가 뻘에 발이 빠졌다. 그걸 빼주다가 장화에서 발이 벗겨져서 뻘에 발을 다 버려버렸다. 아이는 아빠가 빠진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신나게 웃었다.



  텐트로 돌아와서 한 동안 손발과 짐들을 씻었다. 화장실은 있는데 물은 잠가둬서 집에서 가지고 온 물로 씻을 수 있었다. 추위가 찾아와 서둘러 화로에 불을 지피고 빵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후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고생한다고 걱정하셨다. 혹시 감기라도 들면 다음엔 못 올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가서는 아이가 아프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저녁이 되자 우리 주위로 캠핑을 하기 위해 차량들이 들어왔다. 화로대 앞에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에서 야생 고양이 가족이 찾아왔다. 어미와 새하얀 아기 고양이 네 마리였다. 아이는 귀여워하면서도 다가오는 것을 무서워했다. 배가 고파서 먹이를 얻어먹으러 온 것 같았다. 아이는 한 마리 데려다가 키우면 안 되냐고 물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아이와 차로 들어가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서해안에서의 첫 차박을 했다.



  다음 날 물 때 정보에 의하면 오전이 갯벌 체험 가능 시간이었다. 아이에게 선물을 한 번 더 줬다. 다시 갯벌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제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뻘에도 깊이 안 빠지고 바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개 캐는 것도 요령이 생겨 많은 양을 캘 수 있었다. 오늘도 바다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돌아왔다. 아이가 잡아 온 수확물들과 놀고 있는 동안 나는 텐트를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캠핑장 근처 유명한 해물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우리가 잡은 조개와 똑같은 칼국수 조개를 보며 즐거워했다. 영종도를 거쳐 다시 봐도 멋진 서해대교를 건너 돌아왔다. 아이는 뒷좌석에서 서해대교를 동영상 촬영 해댔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영상은 '벼랑 위의 포뇨'였다. 서해바다와 바닷속 이야기를 다룬 영상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포뇨를 너무 보고 싶어 했다. 차박을 다녀오고 나서도 포뇨의 말투를 한동안 따라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_DRoDM0B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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