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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29. 2020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긴 겨울방학을 활용하여 여행을 떠나자

화순 고인돌 유적, 공주 석장리 유적, 송산리 고분군, 공주박물관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시간이 된다면 우리나라 역사 순서대로 유적지를 견학해보고 싶었다. 아이는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고 특히 최근 들어 역사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아내도 아이가 잠들기 전 역사책을 한 권 이상 읽어주는 때가 많았다. 특히 삼국시대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삼한시대-삼국시대 정도의 순서를 가지고 유적지를 뽑아서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계획한 것 중에서 구석기 공주 석장리 유적지, 청동기 화순 고인돌 유적지, 삼국시대 백제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과 공주박물관을 다녀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전남 화순에 있는 고인돌 유적지를 찾아갔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 즈음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근에 유명하다는 팥죽집에 들러 팥죽을 먹고 이동했다. 겨울이어서 인지 그리고 아직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안되어서인지 고인돌 공원에는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고인돌을 보기 전에 우선 고인돌 공원 체험학습장으로 가서 활쏘기와 활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안내하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추위에도 활 만들기를 도와주시고 활쏘기도 아이에게 알려주셨다. 고인돌 체험학습장 부근에는 세계의 거석 유적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는 견학장이 거의 완공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과 비교해서 보면 도움이 되는 좋은 견학 장소가 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고인돌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아이와 함께 지도를 보면서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차를 타고 가면서 고인돌이 나올 때마다 멈춰서 천천히 관찰하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봄이나 가을에 오면 산책 삼아 걸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인돌 떼 무덤 앞에서 아이도 고인돌을 만들어보겠다며 작은 돌들을 주워다가 탑을 쌓았다.

  돌아오는 날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올라오며 계획에 있던 충남 공주로 향했다. 여러 견학지를 비교하며 찾다 보니 공주에 교육적으로도 훌륭하고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장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대표적 구석기 유적인 공주 석장리 유적지가 있다. 이미 전날 화순 청동기 고인돌 유적을 보고 온 터라 선사시대 문화에 조금 익숙해져 있었기에 청동기 문화와 비교되는 구석기 유물과 유적을 비교하며 견학을 하였다. 광물과 보석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기에 구석기 대표적 유물인 뗀석기가 흑요석이라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상 깊게 보는 듯했다. 흑요석 뗀석기를 가지고 직접 물건을 자르는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구석기 유적을 상품으로 파는 곳도 있어서 아이가 아주 좋아했다. 아이는 뗀석기 지우개와 돌도끼 열쇠고리를 샀다. 건물 내부 외부 모두 교육적으로 충실하게 잘 되어있었던 것 같다.


  공주에 오후 늦게 도착했기에 석장리 유적에서 멀지 않은 송산리 고분군에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계획으로는 공산성 유적지까지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석장리 유적지에서 만난 매표소 직원의 말처럼 석장리 유적지, 송산리 고분군, 공산성 세 군데를 모두 보기에는 너무 늦게 공주에 도착한 것 같아서 공산성은 가지 않고 석장리 유적지와 송산리 고분군만 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아이는 거대한 고분군을 구경했다. 겨울이어서 인적도 거의 없는 고분들 사이를 아이와 걸으며 내가 알고 있는 고분에 대한 지식을 짜내어 아이에게 설명을 해줬다. 아빠와 장난치며 고분 사이를 돌아다니면서도 백제시대 왕의 무덤에 대한 인상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분들을 보고 내려와서는 고분군의 역사와 내부 모습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유물이 전시된 전시관을 견학했다. 나도 학창 시절 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은 거의 없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이는 무덤을 모형화 해 둬서 들어가 볼 수 있는 체험관을 제일 재미있어했다. 왕릉 매표소 입구에는 귀여운 무령왕릉 수호석이 놓여있었는데 아이와 나는 귀여운 애완동물 보듯이 만져 보며 사진도 찍었다.

  이 수호석은 다음 견학 장소였던 공주박물관 내부 정원에도 제작되어 있어 반가웠는데 사이즈는 훨씬 컸다. 송산리 고분군 근처에 있는 공주박물관에 도착했을 때는 해도 지고 저녁이 되어있었다. 한두 팀 정도의 박물관 관람객들이 보였고 그나마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전시물은 거의 백제 시대와 공주 인근의 유적들이었다. 거기서 송산리 고분군 등에서 발굴된 실제 유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공주를 떠나 집으로 향했고 올라오며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획은 좀 더 여러 장소를 방문해 보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생각보다 짧았던 할머니 집이 있는 남부지방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다 보니 행동에 제약이 있었던 것 같고 나도 할머니도 감기 들어서 제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다. 따뜻한 봄에는 더 즐거운 여행을 기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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