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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29. 2020

30여 년 만에 아이와 다시 찾아온 천안 독립기념관

긴 겨울방학을 활용하여 여행을 떠나자

  남부지방 할머니 집을 다녀오고 나서 학원, 집에서의 생활과 외부에서의 놀이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는 내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충청도를 갈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살려 아이와 당일 반나절 정도의 여행을 실행했다. 시간상으로 이동 시간을 제하고 길어야 3~4시간으로 다녀올 곳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이고 그 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아이에게는 교육적으로 좋은 견학 장소가 될 것 같았고 시간적으로도 적당해 보였다. 오후에는 개인 일을 보려고 오전에 가는 길에 들러 견학을 하기로 했다.


  늦은 아침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다. 여행하며 먹는 밥은 어떤 곳이든 맛있다. 아이도 여행을 떠나면 스스로 잘 먹는다.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먹고 치우는 것까지 자립심을 키우는 경험이 된다.


  독립기념관은 고속도로 진·출입로 근처에 있어서 접근하기 참 좋았다. 입장료는 없고 주차요금만 내고 들어갔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로 가벼운 눈발을 날리는 데도 군인을 비롯한 관람객들과 산책하는 인근 주민까지 의외로 사람들은 꽤 있었다. 


  독립기념관을 상징하는 입구에 있는 겨레의 탑에서 아이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탑은 천안 독립기념관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작품인 것 같다. 30여 년 전 내가 중학교 수학여행 때 와서 탑 축소 모형을 기념으로 사다가 집에 두었는데 어디 가버렸는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참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며 서 있는 모습이 멋지다.

  날씨도 흐리고 눈발이 날려서 스산한데 건물 본관까지 가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마침 겨레의 탑 근처에 박물관 내를 순환 운행하는 연결 버스가 있었다. 출발을 기다리며 우리 둘만 좌석에 앉아 있는데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다가와서 탑승을 한다. 단체로 관람을 온 것 같다. 둘만 조용히 가는 것보다 사람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가니 놀러 온 기분도 나고 더 즐거웠다. 


  30년 전 견학 다녀온 후 생각나는 견학 내용은 전혀 없고 다만 겨레의 탑만 기억이 나서 새로운 마음으로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는데 의외로 완성도와 짜임새가 높아서 놀랐다. 독립운동에 관한 내용만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사에 관한 내용의 볼거리들이 잘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 교육에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는 곳곳마다 군인들이 많이 관람을 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여기던 중 동선이 같던 한 병사에게 물어보니 휴가 나와서 이곳을 방문한 후 박물관 내에 있는 기념 스탬프를 모두 찍어 가면 다음 휴가 때 휴가를 하루 더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제도가 박물관으로서는 입장객들을 늘려서 박물관을 활성화할 수 있어서 좋고 국방부로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대신할 수 있기에 교육의 하나로 좋은 방법이고 장병으로서는 즐겁게 박물관 견학도 하면서 다음 휴가도 하루 더 받게 되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참 훌륭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스탬프 프린트를 받아서 신나게 돌아다니며 모든 도장을 찍었다. 오후에는 내 볼일을 보고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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