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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30. 2020

차박의 성지를 가보자

코로나 기간 동안 잠깐씩의 도피(feat고양이의 보은, 마루 밑 아리에티

  3월 초 코로나가 여전히 유행 중이다. 실내가 안전하지 않고 사람들을 피하면서 외출하여 지내는 방법 중 차박이나 캠핑이 좋아 보인다. 가까운 차박지를 검색해보니 충주권이 후보로 떠오른다. 그중 수주팔봉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토요일이었는데 그날은 차박을 하지 않고 가볍게 상황을 파악하러 간 것이다. 

  도착해보니 수주팔봉 자갈밭 입구를 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흙더미로 막아두었다. 코로나의 우려인 것이다. 주말이고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다. 사람들은 들어갈 수 있어서 차를 길가에 주차해 두고 걸어 내려가서 경치를 구경했다. 맞은편의 폭포와 구름다리 경치가 멋졌다. 사람들이 자갈밭의 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뜨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한동안 신나게 해 보았다. 돌아와서 차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은 바로 낚시다. 아이의 성화에 루어낚싯대를 구입하고 테스트 삼아 가지고 왔다. 여기는 낚시 금지구역이 아니어서 해볼 수 있었다. 대낚시는 내가 젊을 때 해보았는데 릴낚시는 처음이라 유튜브를 보면서 하는 방법을 머릿속에 숙지하고 와서 해보았다.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줄이 수시로 엉키고 미끼도 멀리 날아가지 않았지만, 아이도 나도 색다른 재미를 느꼈고 테스트 삼아 해본 것 치고는 잘된 것 같았다. 물고기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

    

  며칠 뒤 이번에는 차박 준비를 하고 떠났다. 장소는 캠핑의 성지라 불리는 충주 목계솔밭 공원이다. 3월의 날씨도 많이 따뜻해져서 밤에 차에서 자는 것도 크게 우려스럽지 않았다. 작년 11월 서해안 차박 후 올해 처음으로 차박을 떠났다. 가는 길에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밤에 전기를 사용하면서 자야 해서 만일을 대비해 충분히 충전해둬야 한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보니 넓은 강변 공원이 모두 캠핑장이었다. 평평한 대지에 잘 조성된 바닥과 화장실과 개수 시설도 갖추고 있어 캠핑이나 차박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평일이고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아주 한산한 모습이었다. 나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이 많았다. 특히 엄마는 안 보이고 아빠와 아이들의 조합이 많이 보였다. 집 근처 공원도 마음대로 갈 수 없고 어디 갈만한 데도 없는 아이들을 집에 붙잡아 두기 힘든 부모들이 데리고 나온 것이리라. 

  널찍한 공원 내 아무 데나 편한 곳에 주차하고 텐트를 치고 차박 준비를 미리 해뒀다. 어두워지면 깜깜해서 잠자리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텐트를 친 자리 근처가 강이 흐른다. 루어낚시를 다시 해보기 위해서 캠핑 장소를 이쪽으로 잡았다. 자리를 잡고 나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김밥과 아이가 좋아하는 쌀국수다. 

  점심을 먹고 아이는 요즘 새로 산 무선조종 자동차를 조종하면서 놀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들어왔다. 가족 단위인데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한 명의 부모들이다. 인라인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친다. 아이랑 나는 물방울 놀이를 했다. 집에 묵혀둔 안 쓰는 물방울 놀이를 가져와서 재밌게 해 본다. 그것도 시시해지면 낚시를 해본다. 텐트 친 곳 근처 강으로 가서 강 다리 위에서 낚시했다. 이리저리 오가면서 낚시를 해봤지만 한 마리 얼씬도 안 한다. 우리 실력을 알아본 것이겠지. 그래도 마지막엔 엄청나게 큰 놈이 내 낚싯대 미끼를 물려고 따라왔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낚은 기분이 들었다. 

  저녁은 밥을 새로 하고 스팸과 도시락 김에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어두워지려고 한다. 주변에 있던 아빠와 아이들 조합의 두 팀이 저녁을 일찍 먹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를 잔 것인지 당일 캠핑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당일 캠핑인 것 같다. 

  그들이 가고 저녁이 되니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깜깜하다. 캠핑의 꽃 캠프파이어 시간이다. 깜깜한 밤하늘엔 별들만 보이고 캠프파이어 불빛만 주위 나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가지고 온 고구마를 화로에 넣어 구워 먹었다. 역시 꿀맛. 불꽃놀이도 몇 번 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차에 들어가 엎드려 누워 아이와 애니메이션을 봤다. 오늘 본 것은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지브리 영화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고 또 도둑고양이를 무서워하기도 하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한 영화 선택이었다. 

  잠들기 전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날은 아침부터 태풍급 강풍이 분다고 한다. 맘이 불안해서 아침까지 잠을 몇 번 설쳤다. 아이는 아무 걱정 없이 잠만 잘 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다. 그래도 오전 중 서둘러 돌아가려고 아이가 자는 동안 떠날 준비를 했다. 아이가 일어나니 아침을 같이 먹고 텐트를 걷는데 바람이 거세지더니 텐트가 날아간다. 막 굴러가는 것을 간신히 잡아서 접어서 넣고 나머지 짐들도 서둘러 넣었다. 일기예보는 맞았다. 떠나면서 보니 다른 사이트의 텐트들도 바람에 심하게 흔들려서 고정하기 바쁜 모습이다.     


  그다음 주 다시 목계솔밭을 방문했다. 지난번 강풍으로 너무 일찍 돌아온 것도 아쉬웠고 워낙 캠핑장이 좋았고 낚시까지 할 수 있어 다시 가고 싶어 졌다. 이번에는 날씨도 좋았다. 도착해보니 캠핑장이 다음 주부터 코로나 여파로 폐쇄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코로나가 끝나기 전 마지막 이곳에서의 캠핑이 될 것 같다. 코로나를 피해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에 여유 있게 자리를 잡았다. 한 번 와본 경험으로 처음보다 능숙하게 자리도 정하고 텐트도 치고 차박 준비를 했다. 아이는 텐트를 정리하고 그동안 점심 준비를 한다. 점심은 김밥과 라면이다. 

  정오가 되면서 태양 빛이 강하다. 우리는 낚싯대를 들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아이도 루어 낚시를 하는 것이 벌써 좀 익숙해진 모습이다. 그래도 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물고기를 못 잡아도 자연 속에서 낚시하는 자체만으로 재미가 있다. 이게 낚시의 묘미인가 보다. 

  캠핑장에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강원도 원주에서 단체로 온 여러 가족의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도 또래의 그 아이들과 함께 돌을 주워다가 다리에서 강으로 던지는 놀이를 한다. 좀 위험해 보여 주의를 줘본다. 

  저녁은 참치 데리야키 볶음밥이다. 근본 없는 요리라서 집에 있었으면 많이 안 먹을 건데 놀러 와서 해주니 잘 먹는다. 먹고 저번처럼 늦지 않게 일찌감치 캠프파이어를 한다.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으니 석양이 지고 밤이 찾아온다. 땔감이 떨어지자 솔밭에 가서 아이가 솔방울을 주워다가 불을 살린다. 

  오늘 차박의 영상은 ’ 마루 밑 아리에티‘이다. 조그만 소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를 보고 아이는 깊은 인상을 받았나 보다 그 주인공 아리에티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우리 집에서 키우는 거북이나 물고기 같은 조그만 동물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 아리에티를 혹시 만나더라도 장난감처럼 괴롭히면 안 되고 다른 동물도 소중히 다루라고 말해줬다. 

  다음날은 지난번처럼 날씨가 궂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스팸에 밥에 쌀국수에 아침을 먹고 또 낚시를 했다. 역시 잡히지 않는다. 텐트로 돌아와서 아이는 무선조종 자동차 놀이를 한다. 점심을 먹고 돌아가려고 하니 가져온 식자재가 다 떨어지고 없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가면서 식당에서 먹으면 되지만 여의치가 않다. 그래서 인근 중국음식점에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서 먹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영상은 '고양이의 보은'이다. 언제나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위한 위안이 되길 바라며 함께 감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H_YOcYTM




두 번째 캠핑할 때 감상한 영상은 '마루 밑 아리에티'이다. 동생이 없고 아직도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상당한 호기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fkrMq2G7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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