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으면 싶기도 하다.
폐쇄적인 성격인 자신이 상당히 갑갑하게 느껴지긴 한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본성을 바꿔가려는 일이 거의 무의미에 가깝지 않나? 또 그러는 한편,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언제나 그랬듯 요즘은 더욱 껄끄럽고 불편해지고 있으니 수리할 건 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한다. 불평도 많이 터트린다. 그러고 나면 또 죄책감을 느낀다. 솔직히 말하는 게 어려운 건 생각나는 대로 했다간 어렸을 때 가족에게 들었던 말처럼 예민하고 드럽게 까시럽다는 평가를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싫은 게 너무 많고,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도 너무 많아서 아무렇게나 좋은 척 떠들고 있다. 만나길 피하다가 만나면 거기에 완전히 맞춰 온 신경을 곤두세워 행동하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란다. 이러면 스스로를 좀 덜 떨어졌다고 느끼게 된다. 한편 내가 되게 폐쇄적인 사람이라는 걸 나를 아는 사람들이 전부 알았으면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내가 찾고 싶은 사람에게라고 해서 먼저 연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처럼 혹시나 보고싶지 않아 할까봐서도 있고, 약속을 먼저 잡거나 먼저 말 거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가벼운 말에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일단 지껄이는 동시에 스스로 낯뜨거워 온 몸이 뜨거워진다. 머리는 점점 멍해져서 제대로 소통이 될 수도 없다. 약간 딴 소리를 하고 말 때도 있다. 나는 길을 잃은 채 횡설수설댄다. 길을 가다 갑자기 누군가 마주치게 될 때면 돌연 다음 걸음에서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져 버린 듯이 느낀다. 나도 모르게 숨기고 있는 건 내가 폐쇄적이라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이기 싫어서 만들어진 오래된 습관.
그러나 스스로 하는 심리 감정이라는 건 터무니없다. 정말이지 쓸모없는 이 일을 나는 끊임없이 해대고 있다. 이걸 어디에 쓰려고? 가졌던 모든 걸 잃고 영원히 사라질 운명이면서 자신을 가지고 뭘 하고 싶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그렇다고 해도 멈춰지질 않는다. 적어도 이 생각에 과한 힘을 실어줘선 안되겠다.
내가 이러는 건 애정마저도 마찬가지로 폐쇄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향해 거의 미련스럽게, 자유롭지 못하게, 집착하며 주는 것 때문이다. 나의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아연히 애처롭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안타깝고 아쉽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내가 사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도망치고 싶다는 등 평화로운 일상 아래에서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잘 품으면서 사실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다. 부끄러운 생각이다.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생각. 자신을 향해서. 텅 빈 벌판 같은 자신을 향해서 계속 달리는 모습. 시간이 시시각각 바뀌며 달리는 머리칼을 더듬고 사라져간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지독하게 집에만 머물렀는데, 해가 지면 선선해지기 시작하니 올해 여름이 간 것도 아쉽다. 나는 가을을 가장 사랑하는데,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벌써 아쉽다. 온다는 건 간다는 얘기지? 나는 틀림없는 것, 영원한 걸 원하는 데 거기서부터가 오류다. 갈 거야! 틀림없이 빠짐없이 모든 게 갈 거야. 떠나는 게 아니고 너도 같이. 타고난 심지를 바꿀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분명히 되짚어야 그제야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그러고나면 사실은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것을, 흔들림 없이 마음을 열고 가만히 앉아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까 조용히 있자. 할 말 없으면 가만히 들을 수 있게, 그런 시간을 버틸 수 있게. 사실 나는 쓸데없는 말을 나누며 떠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함께 말없이 나누는 순간을 가장 운치있게 여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