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날

어머니, 꽃구경 가요.

by 강현숙

참으로 화려한 봄날이다.

땅바닥에 몸을 낮추고 수줍게 꽃을 피우는 이름 모를 야생화부터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였다. 고개를 살짝 들면 큰 키 마지막 가지 끝까지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목련꽃, 벚꽃이 인사를 한다. 과수원에도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등등 갖가지 나무들이 그야말로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르는 옛이야기가 있다. 화려한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도 ‘고려장’이라는, 옛날에 산사람을 장례 지내던 슬픈 이야기이다.


'고려장'이라는 제도는 고려시대에 행해졌던 살아있는 노인들을 내다 버리는 장례의 풍습이라고 전해져 온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에 먹을 것이 부족해 일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먹지 못하여 생산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늙어 일 할 수 없는 부모들의 식량이라도 아끼자는 취지에서 국법으로 정하여 시행하였다고 한다. 법으로 정한 것이니 당연하게 고려장을 시행한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에 차마 부모를 버릴 수 없어 산속에 숨기고 먹을 것을 챙겨 나르며 봉양을 하였다는 효자들도 있었다. 그 효자들의 감동스러운 행동들이 고려장이라는 천인공노할 제도를 사라지게 하였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몇 해 전,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를 할 때 종종 전동면의 장류박물관인 '뒤웅박고을'을 해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뒤웅박고을은 장류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만여 평의 부지에 수많은 장독대와 각 지방의 특색 있는 항아리들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옛날이야기를 표현한 석상과 詩碑를 테마별로 조성을 하여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담근 전통의 고추장과 된장을 이용한 음식들까지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뒤웅박고을의 설립자께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조성하였다는 어머니 장독대와 부모은중경, 장사익의 노래 ‘꽃구경’등을 새긴 석비를 보면서 나와 우리의 부족한 효심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장사익의 '꽃구경'이라는 노래 가사는 옛날, 제도에 얽매여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고려장 시켜야 하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자신을 고려장 시키러 가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노래이다.

꽃구경

작사 : 천상병

작곡 : 장사익

노래 : 장사익


어머니 꽃구경가요

제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고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이 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고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봄꽃들이 만발한 화려한 어느 날, 어머니께 꽃구경 가자하니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기뻐한다. 아들의 등에 업혀 꽃구경에 들떠 있던 어머니는 산속을 향해 가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당신이 버려지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러나 당신의 버려짐에 대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 돌아갈 아들이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봐 더 걱정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솔잎을 따서 등 뒤로 던지면서 간다.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눈치챈 아들은 울면서 말한다. "꽃이나 보시라니까 왜 솔잎은 따서 버리냐고요?"


국법을 어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업고 가는 아들의 아픔과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아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정말 안타까운 노래이다.

처음 뒤웅박 고을에 갔을 때, '꽃구경'이라는 노래비 앞에서 난 충격을 받았다.

'고려장이 법으로 정해져 부모님이 늙으시면 자식들은 살아계신 부모를 버릴 수밖에 없었구나! 법을 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던 자식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참으로 복 받은 거구나! 그런데, 그 슬픈 일이 왜 하필이면 화려한 계절, 봄에 행해졌을까?

어쩌면 추운 겨울보다는 며칠이라도 더 견딜 수 있기에? 그렇게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 계시라는, 자식들이 할 수 있는 효심의 최선의 표현이었을까?'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어쩌지 못하여 전전긍긍했던 시간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처절하게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온 세상을 화려하게 장식한 꽃들을 보면서 어김없이 장사익의 '꽃구경'이라는 노래와 함께 '고려장 제도'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떠오른다.


오늘,
꽃잎이 눈처럼 휘날려 더없이 화려한 오늘,
연로하신 우리 부모님들과 바닷가 횟집에서 한상 떡하니 차려놓고 먹고 왔다.

다 빠지고 남의 치아에 의지하여 음식을 드시는 부모님이
못 드시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꿈틀대는 산 낙지도 얼마나 맛있게 드시던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모시지 못하는 것이
또 다른 고려장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씁쓸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