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암'수술

오빠의 황당한 수술

by 강현숙

"동생! 나 폐암이래"


새벽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는데 오빠가 아침을 사 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였다. 종종 있는 일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남편과 함께 따라나섰다. 밥을 다 먹는 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는데 조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머뭇거리는 듯한 오빠의 태도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는 생각을 하며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바깥 파라솔에 남편과 담배를 피우고 있기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합석을 하였다. 식사 때의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느낌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뜸 들이고 있는 오빠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지?라고 물으며 오빠 앞에 앉았는데, 힘겹게 입을 연 오빠 입에서 나온 한마디였다.


"에이~ 무슨 장난을 그렇게 해?"

"......" 힘 없이 고개를 떨구는 오빠 표정에 장난은 아닌 것 같았다.

"오빠! 병원에 갔었어? 언제? 어디가 아파서 갔었는데? 어느 병원에서 그래? 검사 제대로 받아 본거야?...."

숨도 쉬지 못하고 물었다.

"응, ㅇㅇ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우리 형제는 6남매이다. 위로 하나밖에 없는 오빠와 아래로 내 허리가 휘도록 업어 키운 동생들이 있다.

1960~70년대 지독하게도 어려웠던 시절에 태어난 형제들이다. 부모님들이 일하러 나가시면 나를 비롯한 동생들 다섯 명이서 오빠만 바라본다. 물론 동생을 업어주거나 밥을 하거나 하는 일들은 그중에서도 분담이 되어 있기는 했지만 동생들을 보살피는 총괄 역할은 우리 부모님께 맏아들인 오빠가 맡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출타 중 일 때마다 의지가 되어 주었던 오빠는 지금도 나와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으며 언제든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런 오빠에게서 작년 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잔기침이 나와서 대전의 한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진단 결과 '폐암 초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암에 대한 가족력도 없고 80이 넘으신 부모님 두 분도 큰 병 한번 없이 건강하셨는데,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오빠가 폐암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오빠의 가족과 우리 형제들은 너무 놀란 데다 겁이 나서 어쩌면 좋을지 우왕좌왕했다. 그 사이에,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서 암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병원 측의 권유로 수술 날짜를 잡고 말았다. 초기라서 수술만 잘되면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담당 의사의 말이 신의 말씀처럼 들려 '의사의 오진' 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서둘러 수술 준비를 하여 오빠를 입원시켰다.


자나 깨나 큰아들인 오빠 걱정만 하시는 부모님께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조카들과 내가 번갈아 돌보기로 하였다. 수술실 이동 침대에 누워서도 우리들이 걱정할까 봐 불안한 표정 대신 웃음으로 우리를 위로했던 오빠는 수술을 마치고 나오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참지 못하고 신음했다. 그 모습에 우린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건강하던 사람의 생살을 찢고 폐의 일부를 잘라냈으니 그 고통이 어떠할지 상상 마으로도 충분히 고통이었다. 수술 후 진통과 결과에 대한 불안한 마음 때문에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며, 이왕 닥친 일이니 수술 결과나 좋기만을 기다리자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래서 다시는 암이 재발하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의사의 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서야 회진으로 들어온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을 연 의사는 너무도 가볍게 "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암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귀를 의심하고 다시 물었다. 의사의 대답은 똑같았다.


암이 아니라는데 즐거워해야 할 말이 분명한데 화가 났다. 암이 자라기 전에 빨리 수술해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때는 언제고 생사람 잡아놓고 당당하게 암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니? 그럼 반죽음이 되어 누워있는 오빠는 어쩌라고?! 고통스러워하는 오빠를 바라보며 암이라는 말보다도 더 화가 났다.


이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몇 군데 물어보았지만 대형병원을 상대로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만 들렸다. 또한 정말 암이었다면 수술을 하고도 생명유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되는데 암이 아닌 것이 진짜 다행 일수 있다며 위로하려 했다. 폐 속에 있던 작은 지방질이 암이 아니라는 확인을 했으니 천만다행으로 여기라는 이야기만 들렸다. 멀쩡한 사람이 중환자가 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우리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병원 측이 진짜 암이라고 장담하고 칼을 댄 건지?

작은 암을 닮은 무엇이 오빠 폐 속에 있기는 했던 건지?

의문이 많았지만 우리 힘으로는 진실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 큰 수술을 앞두고 다른 병원에서 한번 더 검사해 볼 생각을 왜 못했었는지 바보스럽다는 생각과 많이 억울한 마음만 남아있다.



시간은 흘러 오빠는 수술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어 다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일을 안 하면 살맛이 안 난다던 오빠가, 요즘은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누구라도 무서워할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수술실 문 앞까지 따라온 가족들에게 좀 있다 보자며 잠깐 소풍 가는 사람의 표정을 지어 주었던 오빠의 그 표정 뒷면에는 어떻게 삶을 정리할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암'수술이라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찾은 건강을 새로이 태어난 생명으로 여기는 것 같다. 큰 고통을 당하기는 하였지만 그나마 삶을 성찰하고, 그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마음먹을 수 있도록 한 오빠의 수술 사건은, 오빠 본인 에게도 우리 가족들 에게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작은 가르침 하나를 깊이 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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