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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1. 2021

애기땅빈대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요^^

비단풀이라고도 불리는 '애기땅빈대'라는 풀이 있다.

어쩌다가 풀이름 찾는 게 취미가 되었는데, 이 풀은 몇 년 전에 잠깐 유명세를 탔던 풀이다. 지금도 발효액을 담그는 분들이 질병에 대한 효험을 기대하며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땅을 쳐다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느라고 이 풀의 존재도 이름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비단풀도 내가 풀을 아끼는 아줌마라는 걸 알았던 모양인지 스스로 우리 밭으로 왔다. 한 달 전쯤, 그날도 잡초를 뽑다가 돌 틈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 풀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 이거 아는 풀인데, 당신 이 풀이름 알죠?" 남편을 불러서 풀을 보이며 물었더니 남편 역시도 "맞아, 그거 전에 한참 유명했었는데, 암을 고친다나 하는 그 풀이잖아? 근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라고 했다.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가져와 검색창에 아직 봉오리 상태인 꽃을 찍어 풀이름을 검색하려 했다. 그런데 너무 작은 데다 아직 봉오리 상태인 비단풀의 이름을 스마트폰은 찾아내지 못하고 비슷한 다른 것들의 이름만 보여주고 있었다. 여러 번 시도하다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서 일단은 잘 자라도록 주변의 필요 없는 풀들만 뽑아주었다. 1주일을 기다리니 가지를 여러 개 뻗으며 자라 있었고, 또 1주일을 기다리니 아주 작은 꽃이 핑크빛으로 피어있었다. 다시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어 사진을 찍었다. '땅빈대'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되었다. 빈대? 좀 생소하다는 느낌으로 열어보니 '비단풀'이라고도 불린다고 적혀 있었다. "맞다' 비단풀!" 하며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땅빈대의 종류는 여럿 있었다. 생긴 모양이 빈대가 땅에 모여있는 것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큰 땅빈대' '애기땅빈대' 그냥 '땅빈대'라고 부르는데 잎이 크고 작은 것으로 큰 땅빈대, 애기땅빈대이고, 점이 없는 것을 그냥 땅빈대로 부른다 하였다. 땅빈대라는 이름들이 정식 명칭이고, 땅빈대의 종류를 통틀어 '비단풀'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이다. 땅에 바짝 붙어서 자라는데, 잘 자라면 비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부드럽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하였다. 전에 매스컴에서 나올 때 들었던 이름이 '비단풀'이었다.


비단풀이 유명해지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몇 해 전에 어느 분이, 암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국 교포로부터 '남미 콜롬비아에 모든 암을 귀신같이 고칠 수 있는 신비로운 약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거액의 경비를 마련하여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풀을 찾아 콜롬비아로 날아갔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원주민들에게 부탁하여 그 풀을 채취하여 말려서 한국으로 가지고 왔는데,  얼마 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마당에서, 죽을 고생을 하며 콜롬비아에서 가져온 약초와 똑같이 생긴 풀이 자라고 있더라는 것이다. 잎 모양도 같았고, 줄기를 끊으면 흰즙이 나오는 것도 같았고, 먹어서 쓴맛이 나는 것도 똑같았다. 알고 보니 보니 그 풀은 거기뿐만 아니라 미처 풀을 뽑아 주지 못한 마당 곳곳에서 자라고 있더란다. 그 신비의 약초로 인정받는 풀은 아마존 정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도 흔히 자라는 잡초였던 것이다.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찾아온 신비의 영약이 주변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비단풀, 바로 땅빈대였던 것이다.


비단풀은 대극과(상처를 내면 흰색의 즙이 나오는 식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언뜻 보면 쇠비름을 닮았으나 쇠비름보다 훨씬 작다. 풀밭이나 마당, 길 옆에 흔히 자라지만 작아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줄기는 땅바닥을 기면서 자라고 줄기나 잎에 상처를 내면 흰 즙이 나온다. 내금초, 점박이 풀 등으로도 부르고 지금(地錦), 지면(地綿), 초혈갈(草血竭), 혈견수(血見愁), 오공초(蜈蚣草), 선도초(仙挑草)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비단풀은 항암작용과 해독작용, 항균작용, 진정작용 등이 뛰어나서 갖가지 암, 염증, 천식, 당뇨병, 심장병, 신장질환, 악성두통, 정신불안 증 등에 두루 쓸 수 있다고 하며 열을 다스리고 해독의 기능도 있는데 독성은 전혀 없다고 한다. 본초강목, 민간상용중 약품편, 등등의 약초를 다루는 여러 책에 효능과 사용법이 기록되어 전한다. 복용법 또한 쉽고 간단하여, 말리거나 생것으로 달여 마시고, 외용으로 짖찧어 환부에 붙이는데 뱀에 물렸을 때도 사용했다고 한다.  


비단풀의 주성분은 플라보노이드와 사포닌, 탄닌, 메틸에스테르, 마쿨라 톨, 시토 스테롤, 알칼로이드 등이다.


양이 적어 아쉬웠지만 애기땅빈대 발효액으로 내게 처음으로 선택된 사랑스러운 것들..


거의 만병통치약쯤 회자되고 있는 비단풀의 약성을 안전하게 오랜 시간 보관하기에는 역시 발효액을 담그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비단풀의 상태를 살펴보니 처음 만났을 때의 여리여리한 모습에서 강하고 짙은 색으로 쑥 자라 있었다. 꽃도 피었다가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에서 일주일쯤 더 두면 완전히 노화한 상태가 될 것 같아 서둘러 채취를 했다. 역시 많지는 않았다. 500그램이 조금 못 되는 정도였다. 다음에 자라는 대로 추가하여 담글 생각으로 깨끗이 씻어 같은 양의 설탕을 섞어 버무려 눌러 놓았다.


마지막 추가한 시기부터 6개월 이상 발효시킨 후 걸러서 다시 6개월 정도를 숙성시켜야 약성 좋은 비단풀의 성분을 섭취할 수가 있다 하니 발효액은 기다림의 결정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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