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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8. 2023

땅꽈리 효소 담기

잡초라고 부르지 마세요.

1주일에 2~3일은 완도에, 4~ 5일은 대전에서 지내는 생활을 4년째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완도 집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잡초가 무성합니다. 남들은 제초제 두었다가 어디에 쓰냐고 제초제 뿌리라고 하지만 저는 저사는 주변이라도 농약의 오염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절대로 제초제는 물론 벌레들 죽으라고 뿌리는 살충제 한 번도 뿌리지 않아요. 유기농 농작물을 먹겠다고 어 가꾼 고추, 상추, 감자, 오이, 참외 등등... 각 작물들에 벌레들도 마음 놓고 배를 불린답니다.


꽃을 보겠다고 심은 꽃나무와 과일나무들도 병해에 몸살을 알아요. 그 와중에 잡초라 불리는 아이들도 닥치는 대로 뿌리를 내리는데요. 얼마나 잘 자라는지 꽃나무를 덮어 바리는 건 일도 아니랍니다. 처음엔 잡초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들이 피운 꽃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장미 백합은 저리 가라예요. 앙증맞고 사랑스럽게 제 마음을 그냥 녹여버려요.


사진 한번 보고 가실게요.

이 아이는 땅꽈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어요.

땅꽈리 라고 이름가진 아이예요. 풍성한 자태며 저노란꽃 하며...
게다가 이런 열매도 달려요. 청사초롱을 매달아놓은것같죠?

이런 아이 들을 어떻게 뽑아버리겠어요? 지지대까지 세워주며 키우다가 알게 됐어요. 약효도 뛰어나다는 것을요. 식물도감에서 찾은 땅꽈리의 약효인데요. 원래 해열제 원료로 키우던 것이 퍼져서 지금은 야생으로 자기들 생육환경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고 번식을 한다네요. 그런 아이 들을 잡초라고 농지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게 하는 거예요.

땅꽈리 약효 : 祛濕(거습), 살충의 효능이 있다. 황달, 小便不利(소변불리), 慢性咳嗽(만성해수) 및 喘息(천식), 疳疾(감질), (나력), 天泡瘡(천포창-水泡瘡(수포창)), 濕瘡(습창)을 치료한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암튼 어딘가에 약이된다고 하니까 그냥 키웁니다. 그리고 마음이 착한 저는 모른 체 할 수가 없어요. 이 아이들의 약효가 일부라도 일을 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ㅎㅎ


그래서 효소를 담갔답니다. 저는 효소 담금 할 때 설탕은 원재료에 80 프로만 넣어요. 발효가 되면서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되는데요. 설탕이 100 프로면 미생물 활동이 저조해서 오래 묵혀도 단맛만 느껴지는 이유가 된답니다. 잘 발효된 효소는 살짝 시큼한 맛이 나요. 그것을 먹어야 몸이 효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답니다.


일단 효재를 채취하면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려요. 밤사이 바구니에 담아 덮어두면 거의 물기가 제거돼요.

그 상태에서 잘게 잘라주어요. 효재의 성분들이 잘 추출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최종분량의 재료를 저울에 계량을 해서 80프로를 계산해요. 그만큼 설탕을 준비한 다음에 절반정도 넣고요.


이렇게 주물러줍니다. 많이 으깨질수록 좋아요. 아, 제 손이 맨손인 것은요. 제 손에서 미생물이 일부라도 효재에 흡수되어 발효에 도움이 되라는 의도예요. 손맛이라고 하지요. 손은 바로 전에 비누로 깨끗이 씻었어요. ㅎㅎ


적당히 설탕에 절여지면 잘 말린 통에 꼭꼭 눌러 담은 후 남겨놓은 설탕으로 맨 위를 덮어둡니다. 하루가 지나면 잘박 잘박 해지는데요. 그대로 두었다가 일주일쯤 지나서 뒤집어 주고 눌러줍니다. 두어 번 반복한 후 뚜껑을 꼭 닫고 이제 잊어버리고 있으면 돼요 6개월쯤요.


뚜껑을 열 때 시큼한 이 나면 잘 숙성된 거예요. 이제 걸러야 돼요. 그리고 2리터 병에 소분을 하고 진열장에 나란히 나란히 세워두어요. 생각날 때 한잔씩 마시면서 오래 둘수록 맛이 좋아짐을 음미합니다. 묵을수록 효능도 좋아지고 맛도 좋아지고 다른 관리도 필요 없어요.



어때요? 잡초로 취급받던 아이들이 이렇게 몸에 좋은 마실거리가 되었어요. 모두 우리 집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이에요. 이제 잡초라고 부르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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