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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Nov 30. 2021

산국향기에 취하다

꽃차 마시면 고상한 여자가 될까?

뚝 털어진 기온에 차가운 비바람이 오락가락하던 날 완도 집에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세를 잃어버리고 납작 엎드려 처분만 기다리는 풀들 너머로 노란 물결이 빛나고 있었다. 작지만,  아니 작아서 더 예쁜 노란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무슨 일까? 향기를 맡아보니 강한 국화향이 났다. 평소에 알던 국화와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해보니 '산국'이라고 나온다. 말로만 듣던 국이 집과 밭 주변으로 만개해있었다.


지금까지 산국과 감국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국화는 화단과 집 주변에 피는 것과, 조화용으로 사용하는 재배된 국화만 있는 줄 알았었다. 그리고 혹시 들이나 산에서 만나는 국화 비슷한 것은 모두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줄 알았었다. 그런데 들국화에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산국이라고 검색이 되었지만 바로 옆에 '감국과 산국의 구별법'이라는 문구도 검색이 되었다. 감국과 산국이 너무 닮아서 일반인들은 잘 구별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자세히 알 수 있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설명에 따라 확인하니 내가 만난 그 노란 꽃은 산국이 확실했다. 꽃을 따면서도 느꼈다. '아~ 이런 차이가 있었구나. 이건 산국이 확실해"  


향긋한 산국의 향기가 깊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한 잎 한 잎 산국을 따면서 꽃차를 마시는 고상한 내 모습이  상상이 되어 절로 소가 지어졌다. "그래 꽃차 한번 만들어보자, 이쁜 잔에 국 꽃차를 우려 향기에 취하고 분위기에 한번 취해보는 거야, 고상하게ㅋ" 기분 좋은 기대를 한 아름 안고 꽃을 땄다. 꽃 따는 내 모습이 새삼스럽다며 남편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송이 한송이  따다 보니 어느새 한 바구니가 되었다. 섞여온 잎들을 골라내고 다듬고 씻어 수증기 찜질을 시켜주었다. 뜨거운 김에 놀랐는지 꽃들은 잎을 오므리고 동글동글하게 서로 웅크린 채로 짙은 향기를 뿜고 있었다. 집안에 기분 좋은 산국 향이 가득 찼다.


한 김을 내보내고 밀폐용기에 담아 대전으로 왔다. 냉동건조기법으로  말릴 생각이다. 밀폐된 냉동고에서 며칠이 지나면 기화 작용으로 잘 마르게 될 것이다. 세상의 먼지와 오염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산국 차가 탄생할 것을 기대한다.


산국의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밀폐용기에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에도 향기가 가득 찼다. 그런데 산국의 향기는 자동차 안에는 두지 말 것을 권한다. 두통과 불면에 좋다는 산국의 향기로 인해 졸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출출한 상태에서 출발해 배고프면 잠들지 못하는 나를 3시간 30 분 안을 잘 잘 수 있게 했다. 대전에 도착해 일어났을 때 얼마나 취했는지 어질어질했다.

운전하고 온 남편보다 잠을 자면서 온 내가 더 휘청거렸다.


 분명 산국의 향기 때문이다. 산국이 담긴 밀폐용기를 바로 내 머리맡에 놓은 로 왔기에 가끔씩 창문을 열며 운전한 남편에게는 크게 작용하지 않고 내게만 제대로 효능을 발휘한 듯하다. 나는 어질어질할 정도로 취했지만 운전하는 남편을 잠 속으로 이끌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절대로 자동차 안에 국화 종류의 향은 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산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을 대개는 들국화라고 부르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런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다. 들국화란 이름은 가을에 피는 국화과의 야생화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가을이 되면 찬바람이 이는 쓸쓸한 산기슭이나 들에 노랗게 피어 국화향기를 짙게 내뿜는 꽃이 바로 산국이다. 꽃은 두통이나 현기증에 약용으로 사용하며, 술을 담그는 데 향료로 쓰이기도 한다. 높이 1-1.5m이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전체에 짧은 백색 털이 많다. 어린순은 나물로 한다.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세계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에 분포한다. 줄기는 곧추서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 100-150cm다. 잎은 어긋나며, 줄기 아래쪽 잎은 넓은 난형, 5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는 난형 또는 피침형, 끝이 둔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 양면은 짧은 털이 난다. 꽃은 9-11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서 머리 모양 꽃이 모여서 산형 꽃차례처럼 달리며, 노란색, 향기가 좋다. 열매는 수과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감국(D. indicum (L.) Des Moul. )에 비해서 줄기는 항상 곧추서며, 머리 모양 꽃은 지름 1.5cm쯤으로서 조금 작고, 모인 꽃 싸개 잎은 길이가 조금 작으므로 구분된다.
본 분류군은 구절 초속(Chrysanthemum)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열매에 날개가 없다는 점을 들어 산국 속을 구절 초속 속과 다른 독립된 속으로 구분 지으며, 1978년 기타무라(Kitamura)에 의해 산국 속으로 이전되었다. 한편, 본 분류군의 원기 재자인 일본의 분류학자 마키노(Makino)는 1902년 본 분류군이 일본 중부지방에 드문드문 분포하는 감국의 한 변종으로 여기고 “var. boreale”라는 이름을 언급하였으나 이는 기재나 식별법, 또는 그림을 동반하지 않아 비합법명이다(Makino, 1902).


계획 없이 만난 올해의 산국은 급한 대로 꽃차로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산국 발효액도 담가보고 산국 술도 담가 볼 예정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산국의 활용과 함께 내 모습도 조금씩 조금씩 중후하고 고상한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니 산국을 닮은 소박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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