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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Sep 23. 2024

수영 처음 오셨어요? 음파부터 해 볼게요!

물에서 호흡하기가 어려워요!



"수영은 해 보셨어요?"

"아니요, 수영장 자체가 처음이에요."

"아~, 그러시면 오늘은 호흡부터 해 볼게요! 자, 음~파!"






"물에서 호흡하기가 어려워요! 자꾸 코로 물이 들어가서 수영장에 들어가기가 겁나요. 코가 매워요!"
[tip!] 물 밖에서 호흡할 때는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지요? 물에서는 반대로 해야 코로 물을 먹지 않습니다. 입으로 들이쉬어 호흡을 하고, 천천히 코로 내쉬어보세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자주 물을 먹게 될 거예요. 회원님이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적응의 과정이에요. 물을 먹어 물에 들어가기 두렵다면 물 밖에서도 틈틈이 입으로 들이쉬고 코로 내쉬는 수영 호흡 연습을 해 주세요. 분명 도움이 될 거랍니다.










나는 크게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다른 하나는 수영 강사이다. 20대의 대부분의 날들을 수영장과 함께 지나오고 있는 중이다. 20살의 여름,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기 위해 수영장에 출근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수영 선수로 훈련해 오다가 중학교 2학년 겨울 선수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다시 수영장에 돌아가면 성을 간다고 하며 그만뒀던 수영이었는데. 삶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던가. 나는 예술대학에 입학을 하고서도 수영장에 돌아오게 됐다. 20살, 회원들보다도 어린 수영강사가 되어 일을 시작했다. 처음 강습날에는 너무나 긴장되고 떨려 1층 약국에서 청심환을 몰래 사 먹고 강습에 들어갔다. 반년 전까지 고등학생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성인들 강습을 하지? 어린아이들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교과 강사들은 수업 준비기간, 실습시간이라도 갖는데, 수영강사는 일단 들어가서 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어리고 미숙했던 20대 초반을 지나 20대 중반을 넘어가서야 나는 조금의 안정을 찾았다. 더 이상 강습을 들어가기 위해 청심환을 먹을 일도 없어졌다. 쭈뼛쭈뼛 무슨 말을 더 건네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회원들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짓궂은 질문이나 (남자친구 있어요? 이름이 뭐예요?) 장난들도 의연하게 넘길 수 있게 변했다.


물 자체가 무서워 수영장에 발도 못 담그던 아이들이 나와 수업을 하며 점차 물에 들어오고, 발차기를 하고, 웃고 장난치는 모습이 신기했다. 뿌듯하기도 했다. 회원님들이 감사하다고 먹을 것을 챙겨 줄 때면 너무나 기뻐 주변에 자랑도 했다. 팀장님이 고생한다며 격려해 주실 때는 성취감이 차 올랐다. 얼마 전에는 사장님께서 더 열심히 할 필요 없이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해 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해주셨다. 꼭 오랫동안 사람들과 수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모임에 나간 어느 날이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저는 수영 가르치고 있는 수영 강사예요." 개발자라거나,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대답들 사이에 조금 튀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작은 소란이 일었다. 내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수영 강사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러스트레이터의 계정을 공유했었기 때문일까? 모두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독서 모임 멤버 중에서도 수영을 배우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자신의 자유형 자세가 이상한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좋냐는 질문을 하시기도 했다.


아, 수영 이야기를 수영장에 출근해서만 나눌 게 아니라 밖에서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겠구나.


이날 깨달음이 들었다. 수영 이야기가 그렇게 비주류는 아니겠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이야기였네 싶었던 거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메모를 했다. 수영장이 아닌 곳에서 수영 이야기를 나눌 것.

마침 나의 또 다른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글만이 아닌 그림으로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반짝였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영강사 출근기. 그림으로도 쉽게 수영에 대한 팁을 전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말로는 전달의 한계가 있으니까! 수영장에서는 매일매일 재미난 에피소드도 꼭 하나씩 생기는데 이것도 잊지 않고 전해야지. 강습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주면 열이면 열 다 웃곤 했다. 분명 재미있을 거다!








[오늘의 에피소드]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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