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도해치] 내 가치, 세상 가치, 다 같이

by Yeony Do

무령왕릉 그리고 무령왕이라는 인물의 생애가 남긴 가치는 무엇인가?

그는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며 살아갔을까?


한 나라의 ‘왕’이라는 직책과 그의 업적을 떠나서, 나는 그가 남긴 ‘흔적’들을 통해 한 인물의 생애와 그가 존재했던 시대의 문화, 사회, 사상이 읽힐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남기게 될 유무형의 흔적들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있다. 나아가 그 고찰들을 무령왕릉의 의의와 가치와도 연결 지어볼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들을 진행 중이다.


장비치 작가, [치]는 무령왕릉에 대한 우리의 발견 그리고 덧댐의 결과물이 될 <영면 지도 전시>를 위해 네 가지 워크숍을 기획해주었다. [치]는 그녀의 블로그 기록에서 우리의 전시를 향한 여정과 목적지의 모습까지도 모두 ‘매개체로서의 나’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매개체’라는 단어를 [해]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를 설명했던 단어라, [치]가 그 단어를 콕 집어 말해주었을 때 ‘우리는 확실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를 느꼈다.


우리는 무겁고 단단하게만 보이는 ‘역사’를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풀어서 재미있는 형태로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첫 워크숍이었던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살펴보기’를 통해서는 ‘지금의 우리’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나는 어떤 곳에 나의 시간들을 할애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라 설명될 수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 각각을 표현한 모빌들은 아직도 [해]의 공간인 옥스바에 걸려있다.


공주 답사를 떠난 날 밤 우리의 두 번째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제목은 ‘내 가치, 세상 가치, 다 같이’. 참 귀엽고 직관적이면서도 그 안에 워크숍의 내용이 다 담긴 제목이다.


[치]는 알록달록 펜들과 마스킹 테이프를 잔뜩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한쪽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그 가치들이 지난번에 나를 구성했던 요소들과 연결되어도 좋겠다고 말하며)’를, ‘다른 한쪽에는 내가 세상에 남기고픈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내가 그려본 워크숍의 결과물이다.

IMG_9095.JPG 나의 '내' 가치 세상 가치 다 같이

나는 사실 스스로를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들은 잘 꺼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딱히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나조차도 내가 느끼는 얇은 포장지에 나를 항상 싸 두는 편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요즘에는 자꾸 나도 모르게 나의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굉장히 솔직한 무의식 중에 내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면서도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이것저것을 꺼내보았다.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모여, 나라는 나무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부터 친구, 사부작 공동체 등 편안한 사람들과의 결속력과 관계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오는 신뢰는 나의 뿌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자기 주도적으로 펼쳐낼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리서치와 적용,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연대와 공감의 형성이 나의 줄기가 된다. 도해치의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그리고 슬리퍼스 써밋에서 단단하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나는 뿌리가 탄탄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이왕이면 푸르른 잎들과 튼튼한 가지가 풍성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였으면 좋겠다. 또한, 건강한 열매들도 많이 달린 나무를 꿈꾼다. 그 가지, 잎, 열매가 ‘벨롱벨롱나우 페스티벌’과 앞으로 슬리퍼스 써밋이 해나갈 일들이라 생각한다. 보다 확장된 가치를 꿈꾸고 있으며 뿌리와 줄기가 자라고 땅이 다져지는 시간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기 때문이다.


쭉 정리하고 보니, 내가 지금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결국 ‘지속가능함’이다.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예술과 예술 생태계, 한국의 역사와 전통, 미래세대와 교육, 환경 그리고 공동체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굉장히 거창해 보이는 가치일 수 있으나, 지금 이 순간 내가 그것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들부터 차근차근 집중해나가고 있다. 지금 현재를 빛내어 그 현재가 이어질 수 있게 돕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벨롱벨롱나우> 페스티벌 또한 그런 의미를 꾹꾹 눌러 담아 슬리퍼스 써밋 팀과 지은 이름이다.


예술과 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나의 지속가능성 또한 포함한다. 많은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이 종종 나에게 묻는다. ‘뭐든지 빠르게 추진하고 이해하고 진행해줘 고마운데, 그렇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어느 순간 지쳐버릴까 걱정이 된다.’고. 솔직히 나도 가끔은 겁난다. 그래서 나 또한 요즘은 나를 자주 들여다봐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단련된 나의 지구력을 믿는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마어마한 ‘가치’라는 것을 남겨야겠다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꽃 한 송이를 발견하듯 개인적인 수준에서나마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작약이다. 그 겹겹이 쌓인 수많은 꽃잎이 채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지, 꽃이 피면서 그 꽃잎들이 펼쳐지고 큰 얼굴의 꽃이 되는 모습이 좋다. 한송이만으로도 굉장히 존재감이 있는 꽃. 내가 해 온 그리고 해갈 일들 중엔 분명 미래세대에게 좋은 선례도 있을 것이고 비판받게 되는 지점들이 있을 것이란 걸 안다. 그렇지만 미래의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그 꽃을 보듯 기분 좋게 내가 해온 일들을 봐주고, 그것을 참고하여 자신의 것을 더 피워낼 수 있길 바라본다.


[해]와 [치] 그리고 공주 답사를 함께해준 [초] 또한 워크숍 시간에 자신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그랬기에 나도 더 편하게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전엔 그들이 해준 그들의 이야기들을 나눌까 했었는데, 이미 [치]가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진솔하고 따뜻하게 정리해주어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하게 털어놔보았다.

스크린샷 2021-02-17 오전 1.49.42.png 윗줄 [치] 아래 우측 [해] 아래 좌측 [초]

(새벽에 잠들기 전 [치]가 업로드한 글 속에 설명된 나를 보았는데, 누군가 나를 그렇게 잘 알아주고 글로 정리해준다는 일이 얼마나 힘이 되던지... 앞으로도 그 글에 자주 들어가 볼 것 같다.)


[치]의 블로그 글: https://blog.naver.com/michellei/222239822163



[도해치]의 [도]

기획자 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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