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온다. 요즘 계속 비온다 했다가도 이렇게 굵직하고 꾸준히 온 비는 오랫만이다. 비가 꾸준히 오니 피곤한것도 쌓인다. 화요일엔 기차가 끊겨 에밀리와 버스여행 + 샤를드골로부터 집오기해서 집에 두시간만에 왔다. 이러니.. 살이 안찔수가 없다.. 굵어진 비로 출근길이 편하진 않았는데, 제대로 챙겨입고 갔고, 수업도 꽉차게 준비해가서 아이들도 나도 즐거웠다. 쟁반과 뽕뽕(작은 솜)으로 리듬게임을 했는데, 쟁반을 보더니 우리 뭐 먹냐는 아가들. 슈만 2악장을 듣고는 하얀 눈이, 스케이트가, 크레스마스가 떠오른다는 아이들.. 사랑의 감정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아이들덕분에 난 또 음악을 이해한다.
어제는 임샘과 사부님을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보여드리고 싶었던 팔레 호와얄을 지나 오페라 역 근처에서 한식을 먹었다. 이른 시간이라 연 곳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지난번 김진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온더밥> 이라는 음식점 이름이 보였다. 연다. 기본이지만 맛있기 어려운 순두부찌개와 김치찌개, 비빔밥, 파전 모두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반찬으로 나온 나물도 깔끔하고 김치도 시원하게 익어 맛이 좋았다. 파리에서 일주일 계신동안 한번도 한식 안드셨는데, 오늘 드신 음식이 맛있어서, 피곤을 씻고 힘이 나는 음식이 된 듯해서 좋았다. 샘은 지난번에 이어 또 이것저것 주셨는데, 가방에 넣으니 무게가 꽤 나갔다. 하루종일 들고다녔을 사부님께 죄송하고 감사하고.. 해드린것도 없이 너무 많이 받아 죄송하다.
두분 덕분에 갔던 일본 디저트 까페도 좋았다. 흑임자 디저트가 환상적이었다. 떡을 먹고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다.
클로에와 여덟시 약속이 있어서 음악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새로운 음악원으로 옮긴 뒤에 처음 이곳에서 저녁에 와보았다. 학교엔 재즈가 기분좋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12월에 있는 연주를 준비하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연주하는 공간이 매우 안 울린다는 것이다. 바이올린 소리도, 피아노포르테 소리도 너무 건조하고 불편하다. 사람이 채워지면 소리가 더 편안해질까 ? 아주 노력해야 가까스로 노래할 수 있는 공간. 마음다해 연주하기 부담스럽지만.. 조금 과장해야 들릴락말락한다. 생각해보니 감정을 온전히 꺼내들어 연주한적이 오래전이었던거 같다. 비로크시대와는 다른 감성, 다른 표현. 더 끓어올려야 한다.
이사를 이주 남기고 지금 사는 곳을 세심히 들여다 본다. 불규칙적 건물 사이로 하늘도 나무도 별도 찬란히 존재하고 있었다. 일년이.. 눈 깜짝할새에 지났다. 내가 파리로 이사가는게 오프만에게도 자극이 되었는지, 오늘 안이 오후에 집보러 간다고 했다. ㅋ15일뒤에 새로운 곳에서 살게된다니. 이삿짐은 어쩌고 출근은 아하하 몰랑.
일하는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마니또를 나도 함께 하게되었는데 계속 까먹어 오늘에서야 박스에 든 이름을 뽑아들었다. 제롬. 서프라이즈.. 딱 두장 남았었는데, 다른 이름은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