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감기. 상철의 부탁
감기. 어제 연주 중에 열이 나더니 오늘은 감기가 톡톡히 몸을 지배했다. 알렉산드라가 조언해 준 huile essentiel : Ravintzara를 살 생각으로 있는데 아글라에가 이거 있다며 내게 빌려주었다. 아침 먹고 장을 보고, 빨래를 돌리고, 방청소를 하고, (병균들 떠나라) 닭고기수프를 끓이고.. 그러니 하루의 절반이 지났다. 쉬려 한 행동이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철이에게 전화를 했는데, “12월에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라며 그의 결혼식 연주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하지 ‘라고 했지만, 공식적인 이 부탁이 어색하기도 했다. 무엇을 듣고 싶은지 생각해 보겠다고.. 동생을 위한 연주라니,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내게도 의미 있는 일 같다.
잠에서 깨보니 해가 졌다. 낮잠이라기엔 통잠을 잤다. 찝찝하니 일어나자마자 마음에 부담인 바이올린을 했다. 약음기 낀 소리 듣기 싫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통 소리로 연주했다. 내게도 위로가 되는 소리.
아침에 아글라에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작년 겨울 내가 연습 부담에 휩싸여 밖에 나가지 않고 연습했다고 했다. 나는 하고 싶은 마음보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지배하는 걸 느꼈다. 그 순서가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인 사실을 잊고 싶진 않다. 이 소리가, 음악이 내게도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일임을, 그래서 잘하고 싶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내일은 좀 더 낫기를. 그래서 나의, 우리의 Orlando 5번째 연주가, 나에게, 우리에게, 관객에게 좋은 소리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