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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닮은 Jul 11. 2022

서른이 넘어 아빠랑 단짝이 됐다.

요새 나는 아빠랑 노는 게 제일 편하고 재미있다. 아빠랑 성향이 비슷해서 대화도 잘 통하고,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다. 남들은 남자 친구를 만나거나 남편이랑 살 때에 나는 아빠랑 논다. 아빠가 나를 제일 응원해주고, 마음에 걸리는 게 별로 없이 해주는 좋은 친구다. 친한 친구들은 "너 원래 아빠랑 친했잖아"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적 상황들이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이 잘 맞는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궁합 같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랑 음악회도 가고,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이 좋은 카페도 가고, 내 취향에 맞춰 요새 유행하는데 못 가봤던 핫플도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던 내 말을 기억해서 일하다 말고 점심에 아빠가 햄버거를 사다 줬다. 부담스럽지만 아빠는 늘 나를 최고라고 해주고, 내가 무언가 어려움이 있다고 할 때 잘 들어주고, 아빠의 의견을 이야기해준다. 


사회생활의 여러 풍파를 겪은 아빠의 인생을 잘 아는 나는 어느새 아빠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을 정도의 어른이 되어서 들을 귀가 생겼다. 옛날에는 듣기 싫은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다. 같이 가족 뒷담화도 하고, 좋았던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의 희망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이자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고 뭉클한 마음이 든다.


집안에서 혼자 교회를 다니는 나는 가족들이 같이 예수님을 믿는 것이 인생의 큰 소망인데, 아빠가 이제 교회를 자발적으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딸바보라 언제나 와달라고 하면 와주긴 했지만, 지금처럼 자발적으로 다니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같이 찬송가 이야기도 나누고, 그 설교는 어땠더라 어떻더라라고 후기도 나누게 되어 기쁘다. 이제는 내가 몇몇 신앙의 친구들과 나누는 말씀묵상도 아빠에게 보내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한 거면 별 관심이 없겠지만, 딸이 쓴 글이라고 하니까 흥미로워하면서 읽어보면서 아빠는 눈물이 난다고도 이야기해준다. 감수성 풍부하고 여러 가지 사고를 잘 받아들일 줄 아는 아빠라서 좋다. 


잠깐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빠와의 사이가 이렇게 회복되는 걸 보면서 인생이 안 좋은 쪽으로 내 맘 같지 않기도 하지만, 좋은 쪽으로 또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 하는 마음에 그래서 더 흥미롭겠다, 하고 생각해본다. 조만간엔 아빠랑 같이 좋아하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지. 코로나로 영화관에 안 가본 지 참 오래되었다. 아빠가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던 나에게 영화를 보면서 힘을 내라고 적어준 영화 추천목록 리스트는 안 그래도 수도꼭지가 고장 난 요새 나의 눈에 콸콸을 주기도 했다. 아빠를 참 많이 닮은 나는 삼 남매 중에 아빠랑 혼자 쌓는 추억이 참 많다. 어렸을 때에도 지금도! 고마워,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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