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푸드트럭에서 시작해,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에그슬럿 스토리
에그슬럿(Eggslut)의 창업자 앨빈 카일란(Alvin Cailan)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였다.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던 그에게 무엇보다 간절한 건, 하루의 에너지를 온전히 채워주는 맛있는 아침 식사였다. 하지만 당시 LA는 이렇다할 브렉퍼스트 다이닝이 없었고, 앨빈은 스스로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15코스를 만들던 파인다이닝 요리 스킬로 캐주얼하면서도 품격 높은 아침 샌드위치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사촌 제프 베일스(Jeff Vales)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둘은 가지고 있던 차를 팔아버리고,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로 한다. 그리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프렌치 업스케일 테크닉을 구현할 수 있는 달걀을 메인 식재료로 선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제프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하나 보낸다. “How about Eggslut?” 이 메시지를 받은 제프는 웃음이 터졌지만, 그만큼 직관적인 이름도 없다고 생각했다. ‘Eggslut’은 셰프들 사이에서 ‘달걀 덕후’를 일컫는 별칭이다. 그 길로 브랜드명이 정해지고, 제프는 디자이너답게 몇 시간 안에 로고를 완성했다.
둘은 바로 새하얀 푸드트럭을 하나 장만해, '올드 베시'라는 이름을 붙이고 도로로 나간다. 그렇게 에그슬럿 푸드트럭은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청년이 ‘Eggslut’ 로고를 찍어가는 모습을 보고, 좋은 예감을 느끼게 된다.
다운타운 인근 로컬 커뮤니티 사이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에그슬럿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줄을 서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매거진 《더 고메The Gourmet》의 미식평론가 루스 라이클Ruth Reichl이 에그슬럿에 찾아와 메뉴 ‘슬럿’을 주문했다. 미식평론계의 레전드인 그녀는 슬럿을 먹어 보고 에그슬럿에 대해 “가장 치명적인 아침 식사”라며 극찬한다.
그녀의 리뷰가 《더 고메》에 실린 이후, LA의 미식가Foodie들은 에그슬럿을 찾아와 온라인과 SNS에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70명이던 팔로우 수가 갑자기 2,000명으로 늘어나고, 그렇게 에그슬럿은 파인캐주얼 다이닝으로 인정받으며 팬덤을 크게 늘리게 된다.
줄을 서서 사 먹는 힙한 푸드트럭이 된 에그슬럿은 어느 날 LA 다운타운의 그랜드센트럴마켓Grand Central Market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때 당시 그랜드센트럴마켓은 아무도 입점하고 싶어하지 않던 ‘죽어가는 시장’이었다. 마켓 측은 시장을 살리기 위해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며, 에그슬럿과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다.
앨빈과 제프는 고민 끝에, 그랜드센트럴마켓과 비즈니스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단순히 임대료를 지불하는 식의 입점이 아니라 에그슬럿이 포함된 마켓 전체가 살아나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에그슬럿의 입점은 그랜드센트럴마켓의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아침 한 끼를 먹기 위해 에그슬럿 매장 앞에서 기꺼이 줄을 서고, 그 영향으로 그랜드센트럴마켓에는 젊고 힙한 브랜드가 많이 유치되었다.
LA의 아침 풍경도 바뀌었다. 간단한 패스트푸드로 아침을 대신하던 사람들은 이제 건강한 식사를 하며, 좀더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편집 에그슬럿 글 정혜미 사진 예린 목, 에그슬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