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구, 지인, 혹은 같은 목적으로 만난 생면부지의 타인들과 함께 동행하는 여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여행이 지옥으로 변해 버린다.
작은 거슬림들이 반복되다 골이 깊어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짧은 여행이라면 그럭저럭 애쓰며 참고 부정적인 감정을 툭툭 털어내고 말겠지만, 여행이 길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평소 소통이 잘 되던 사람,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라도 여행지에서는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다. 동행을 결심하기 전, 서로의 여행 성향과 습성을 파악하여 감안하거나 대비해야 한다. 다름의 간극이 너무 크고 어떤 부분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함께 가지 않는 것이 관계 유지를 위해 현명한 선택이다.
일정 세우기, 돈 관리, 교통편 예약(항공, 버스, 렌터카), 택시 호출, 운전, 길 찾기, 숙박 예약, 식당 검색, 요리 등의 항목에서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는다. 한 사람에게 역할이 편중되지 말아야 하지만 상황 상 불가피한 경우 상대적으로 맡은 일이 적은 사람은 무조건적인 동의와 지지를 보내며 밥과 간식을 살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
서로 배려하는 정도와 기대치가 비슷해야 섭섭한 마음이 안 생긴다.
공연, 전시회, 박물관, 미술관 가는 것을 즐기고, 예쁜 상점과 맛집, 카페가 있는 골목길을 걷고 싶어 하는 도시여행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숲과 나무, 호수를 좋아하며 자연 속에서 걷고 등산하는 것을 즐기는 트레킹형 여행자인가? 어느 쪽에 얼마만큼 더 가까운 타입인지, 도시와 자연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할 때 만족스러운지 파악한다.
추위와 더위, 바람과 같은 날씨의 악조건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트레킹 코스와 난이도를 결정하고 특정 지역을 여행지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다.
선호하는 여행지가 다른 경우엔 접점을 잘 찾아보거나 잠깐 떨어져 각자 취향대로 개별 여행을 해본다.
. 다음 여행일정과 교통편, 숙박을 언제쯤 예약해야 편안함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계획형 J는 P를 보며 불안해하고 P는 J가 쓸데없이 서두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의사결정을 빨리 하는 사람과 정보를 취합하여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서로를 답답해하거나 혹은 못 미더워 할 수 있다.
.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일정을 촘촘하게 짜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휴식하며 때론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각자 가진 체력과 에너지, 기질이 다르다.
상대방이 여행을 주도하고 있고 그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게 아니라면 지나치게 극단에 있는 사람끼리는 피하는 게 좋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여행은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일상이다. 대체로 합리적인 지출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중요 시 하는 포인트에는 기꺼이 돈을 더 쓴다.
다음 여행지로 편하고 안전하게 빨리 이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비용이 두세 배 더 들더라도 버스보다 항공편을 선택할 것이다. 숙소 컨디션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만 하는 사람은 숙박비를 아끼지 않는다. 음식이 중요한 사람은 식비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지 않다.
만약 동반자와 서로 비중을 두는 항목이 확연히 다르다면, 먹고 자고 이동하는 일의 연속인 여행에서 갈등의 폭탄을 안고 다니는 꼴이다. 여행 전에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취향을 밝히고 구체적인 합의점을 정해놓고 출발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세끼를 꼬박 먹어야 하는 사람인지, 식도락가인지, 채식주의자인지, 음주를 즐기는지.
비슷한 습성을 가진 사람끼리라면 끼니때마다 메뉴 선택이 수월하고 분위기도 좋을 것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진을 잘 찍고, 본인이 찍히는 것을 좋아하고 곁에 있는 사람까지 수시로 찍어주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성심성의껏 찍어주며 상대방도 자신을 잘 찍어주길 바란다. 그런데 유명 여행지에서 동행이 찍어 준 인증 샷 중에 건질만한 사진이 없다면 표정관리가 되지 않으리...
반면에, 사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찍어준다고 수시로 포즈를 취해보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사진 찍느라 지체되는 시간을 갑갑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보면 기뻐한다. 실제는 밋밋했던 장소가 사진 속에 멋지게 담기면 다시 호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 촬영 기법의 기초라도 배우고, 동반자의 속도에 맞춰서 찍는 빈도를 눈치껏 조정할 일이다.
기상시간이 비슷한 지, 심각한 코골이, 이갈이 등이 있는지, 창문을 개폐하거나 에어컨과 난방 온도를 설정할 때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에 따라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대가 다르다.
추위와 더위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 다르면 둘 중 한 명은 몸에 맞지 않는 냉난방 온도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다.
- 여행지에 대한 첫 반응, 감상평과 의견을 말할 때는 조심스럽게, 수다스럽지 않게!
상대적으로 천천히 음미하고 느끼는 사람의 마음을 오염시킬 수 있다.
- 의사 표현은 그 자리에서 분명하고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의 욕구를 알 것이라는 생각은 어이없는 착각이다.
- 자신의 의견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은 쿨 하게 신속하게 폐기하기!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상대방 선택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거봐, 내 말이 맞았지?'라는 말이라도 튀어나온다면, 그런 일이 여러 번 거듭된다면 상대방의 속마음은 차갑게 식어간다.
- 선 넘지 않기!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감이 무뎌져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과 행동이 튀어나올 수 있다. 함부로 충고, 조언, 비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는 사람, 감정 기복이 심한 동행자를 최악으로 꼽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그러든가 말든가 별 신경 안 쓰며 다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 감내할 수 있는 영역과 정도가 다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동반자의 욕구를 살피고 자신을 조정하느라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예민해지기 쉬은 여행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이지만,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서로가 불완전한 인간임을 명심하고 유연하고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존중하고, 조율하고 협력하며 대체로 명랑하게 다닐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 동반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