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cy Jun 30. 2022

어서 와, 중학교는 처음이지

CHAPTER 3. 선생님이 교실에 없어요

 몇 년 전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일입니다. 1학기 중반쯤 되었을 즈음 상담에서 아이에게 학교생활에서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선생님이 교실에 없는 것이 아직 적응이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자리가 교실 안에 마련되어 있고 일과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물론입니다. 점심을 먹다 요구르트 뚜껑이 잘 따지지 않아도 선생님을 찾고, 짝꿍 친구가 놀려도 선생님에게 바로 말할 수 있고, 필통이나 연필 하나가 보이지 않아도 선생님에게 말합니다. 반면 중학교에서는 교무실이라는 공간이 따로 있고 담임 선생님은 아침 조례시간이나 오후 종례시간에 들어와 학급을 살핍니다. 물론 점심시간에 복도나 교실을 순회하기도 하고 수시로 아이들과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만 늘 교실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지는 않습니다. 규모가 큰 학교에는 교실과 교무실의 거리가 꽤 멀기도 합니다. 소통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방송을 통해 아이들을 불러야 하기도 하고, 학급에 전달사항이 있을 때에는 학급의 대표나 담당 도우미들을 불러서 전달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 종일 학교에 있다 보면 친구와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속상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달려가 도움을 청하거나 중재를 요청할 선생님이 늘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불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도 많은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선생님에게 묻거나 말씀드려야 하는 사항이 있을 때, 선생님이 교실에 있을 때에는 생각나지 않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타이밍을 놓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3학년 담임을 여러 해 맡다가 처음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에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교무실을 자주 찾아와서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선생님, 친구가 저한테 아줌마라고 놀렸어요.’, ‘선생님, 제 연필 하나가 없는데 좀 찾아주세요.’ 등 다양한 민원들을 해결해주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마 1학년 아이들 입장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늘 곁에 있으면서 자신들의 요청사항을 바로바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중학교 생활환경이 답답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중·고등학교 생활은 대개 이러한 패턴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적응할 필요는 있습니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부모님이나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판단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조금씩 해결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늘 선생님이 교실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선생님의 조력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메모를 하는 등 잘 기억해 두었다가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는 담임선생님이 클래스팅이나 단체 채팅방 등 학부모님과의 소통창구를 다양하게 활용하시기도 합니다. 아직 학습준비물을 챙기거나 과제를 챙기는 것에서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학교에서는 그러한 방법보다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까지 집에서는 엄마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모든 것을 일일이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아이들도 스스로 자신의 일을 챙기고 해결해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방송에서 안내되는 전체 공지사항이나 전달사항이 있을 때에는 집중해서 잘 듣고 필요한 사항들을 챙긴다면 더욱 좋습니다. 자신만의 알림장을 활용하여 여러 교과 시간의 주의점, 평가지침, 학습준비물, 과제 등을 적고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생활이 지속될수록 자기 효능감도 올라갈 것이고,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지는 자세를 배울 수도 있으며 문제 해결 능력 또한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서 와, 중학교는 처음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