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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n 06. 2024

한 남자의 인생철학

조금 늦게 가도 괜찮아

오빠는 여태껏 운전하면서 클랙슨을 누르지 않는다. 아빠는 그런 아들이 답답하다. 먼저 가겠다고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면 모두 양보해 준다. 앞차가 안 가면 출발할 때까지 한없이 기다린다. 한국사람 같지 않은 오빠의 여유로움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빠, 클랙슨 누르고 가자.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

"곧 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


오빠의 삶의 철학은 간단명료하다.

"조금 빨리 간다고 빨리 가는 게 아니. 결국 똑같거든. 쓸데없는 일에 화내고 힘 빼느니 잠시 기다리며 주변도 보고 생각도 정리하는 거지. 빨리빨리보다 천천히 가는 게 훨씬 좋아."


오빠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래서일까 오빠의 인생도 천천히 흘러간다. 여유로운 삶의 철학을 갖고 있는 오빠는 조급해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낸다. 그런 삶이 단조로워 보일 때도 있지만 오빠는 자신의 인생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주변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 얼굴이 보인다. 빨리 가지 않아 화가 났는지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 사람을 보고 있던 우리는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곁에 있던 아이가 한마디 한다.


"그렇게 급했으면 어제 가지 그랬어."


맞다. 급했으면 빨리 출발하지 잠깐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고 화를 표출하는 사람이 안타까워 보였다. 매일 불만족스러울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 화내는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므로 화를 계속 표출하고 있을 거다. 눈썹이 올라가고 표정이 그러진다. 반복된 행동을 통해 주름이 깊어질 거다. 나이 들어갈수록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을 잘 살아내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기다림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기다릴 때 좋은 일이 생기고 덕분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하루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니 한 달 뒤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일 이 질문을 던지고 살아간다면 모두 자신의 삶에 나만의 철학을 담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 삶은 오직 나만 채워갈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색깔로 채워 가보 싶은가.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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