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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Apr 30. 2024

각별한 선물

세상에 하나뿐인 펜


  나에게는 특별한 볼펜이 4자루가 있다. 첫 번째 볼펜은 대학을 졸업하며 받았다. 파란색 옷을 입고 날씬한 모습의 0.7mm의 굵기를 자랑한다. 필기감이 투박하고 무겁다. 내가 좋아하는 필기감이 아니라서 사용을 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펜은 생일 선물로 남편과 딸에게 받은 선물이다. 책, 문구, 귀걸이, 립스틱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두 사람이 특별히 문구를 새겨 선물했다. 나의 정체성이 담긴 펜이라 더욱더 마음에 든다.


  ‘글 쓰는 사람 정미숙’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엄마 정미숙’ 


떠오른 생각들을 종이에 메모할 때마다 문구를 보며 주문을 외워본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고,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엄마이다. 잘하고 있으니 나를 의심하지 말자. 그렇게 나를 토이며 하루를 이겨낸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자꾸만 잊혀진다. 그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펜이 가까이에 있어 행복하다.


 지난달 가야금 공연을 하고 펜을 선물 받았다. 낯선 지역으로 이사와 악기를 배울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삶은 예측불가하다. 우연히 간 곳에서 가야금 소리에 반해 배우게 된 것이 이렇게 나와 궁합이 잘 맞을 줄이야 미처 알지 못했다. 다양한 경험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 화성이라는 곳에 오지 않았다면 김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가야금에 절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결정짓는다. 

나는 새로운 것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단지 시작만 했을 뿐인데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을 할지는 알수 없지만 피하지 않고 그냥 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기대가 된다.


실행하는 사람이 고민하는 사람보다 인생이 훨씬 더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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