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관계
‘관계’
나와 가장 친밀한 관계는 신랑이다. 내가 아직도 신랑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나와 관계하는 1번이다. 신랑과 나는 역할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많은 걸 제공하는 관계다. 또한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우리는 생각이나 철학, 종교, 성격 등 여러 부분이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깊은 애정을 뒷받침해 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우리 관계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점점 더 결속하며 더욱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그리고 원동력이기도 하다.
2번은 아들과 딸 중에서 고민했었다. 이제는 솔직하게 누가 먼저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조금은 철이 들어서다. 조금도 철들지 않았을 때는 단연코 누구라고 말하여 그 누가 아니어서 슬프고 상처 받았다고 했다. 사실 알고 보면, 2번이나 3번이나 같은 번호인데 말이다. 그래서 2번을 결론짓는다. 관계 2번은 딸과 아들이라고. 이제 둘을 동시에 동일하게 친밀한 관계로 묶는다.
아들과 딸은 나와 관계하는 2번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함께 1번이다.
부부가 관계를 맺는 결혼은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사랑(부부 관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더욱 그러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를 듬뿍 사랑하고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싶은 건 모두가 바라는 바다.
존 가트맨은 미국 인디애나 대학 조교수였을 때, UC버클리 교수였던 로버트 레빈슨과 함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킬 방법을 연구하였다(부부 사랑의 기술, 2008). 그들은 사람들 간 상호 작용을 일반적인 연구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연구하였다. 한마디로 종단 연구를 했다.
존 가트맨과 로버트 레빈슨은 여러 부부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서 뭘 하는지, 그냥 실제 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3년, 4년 또는 6년마다 지켜보면서 20년에 걸쳐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기록했다. 20년 동안 이들 관계를 지켜본 결과는 관계에 뛰어난 ‘관계의 달인들’과 관계에 형편없는 ‘관계의 폭탄들’로 분명하게 갈리었다.
‘관계의 폭탄들’
관계가 불행한 관계의 폭탄들은 서로 싸우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서로를 괴롭혔다.
‘관계의 달인들’
관계가 행복한 관계의 달인들은 부부 관계가 원만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관심이 많아 부모 역할도 잘해 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둘로 극명하게 분류된 근거는 무엇일까.
가족 내 규칙성과 예측 가능성, 즉 패턴이었다. 예를 들면 존 가트맨과 로버트 레빈슨은 부부의 심장 뛰는 속도, 피가 흐르는 속도, 손바닥에 나는 땀의 양, 서로를 쳐다보는 시선 등과 같은 패턴으로 부부의 상호작용을 알 수 있었고, 3년 후 부부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들은 부부들을 연구하면서 자녀들도 함께 연구했다. 놀랍게도 관계의 폭탄들의 자녀는 그러한 부모들 자체만으로도 수명이 단축되었다. 아주 적대적인 부부라면 오히려 부모의 이혼이 자녀들이 살아갈 생존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계의 달인이든 관계의 폭탄이든 어느 쪽으로든 갈리게 데는 이유가 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갈등’이다. '부부 갈등'은 첫아기가 태어나 부부가 부모가 되면서 시작한다. 첫아기를 출산한 후에 모든 부부는 같은 처지, 같은 입장이 되어 똑같은 난관에 부딪힌다. 아기를 위한 역할들을 하며 수면 부족과 피곤함으로 짜증내고 달라진 듯한 부부 관계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서로 감정적으로 말해 버린다. 하지만 관계의 달인들은 관계의 폭탄들보다 ‘갈등’을 훨씬 더 잘 대응하여 행복을 그들 손에 거머쥐었다.
대부분 부부들은 싸운다. 부부들처럼 서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누구든 서로에게 실수하여 싸운다. 이왕 어차피 싸울 거라면, 싸우게 될 거라면 부드럽고 다정하게 싸우기를 권한다.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인정하고, 배우자가 하는 말을 먼저 들어주며, 배우자의 관점에서 이해하여 상대방이 주는 영향력을 받아들이길 권한다. 그것이 곧 서로 ‘존중’하면서 싸우는 법이고 싸우더라도 부부 관계를 신혼처럼 건강하고 달콤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부부에게 자녀는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하는 존재다. 기쁨을 주는 이리 소중한 자녀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물려줘야 할 유산은 ‘부부 관계’다. 서로 존중하는 다정한 모습, 즐겁고 부드러운 스킨십, 서로 행복해지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성생활 등 건강한 ‘부부 관계’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부부들은 대부분 서로 더욱 사랑하고 좀 더 부모 역할을 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부부 관계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갈등 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가 있지만 그것은 모두가 행복한 해결이 아니기에 완벽한 해결이라 할 수 없다.
존 가트맨과 줄리 슈워츠 가트맨 박사는 부부 관계 갈등 해결을 위해서, 즉 부부 문제를 해결하여 부부가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 행복한 부부 되기 6단계와 부부 갈등관리 8단계를 제시하였다.
14가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뭐든 하나로 통하기에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잘 선택해 실천해도 성공한다.
나의 선택은 내가 살며 사랑하며, 또한 무언가 배울 때 늘 중요시 여기는 “보수 작업(정정 작업)"이다.
“보수 작업”
부부 관계에서 보수 작업이 중요하다고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두 가지다. 내게 감동을 준 특별한 사례는 야구와 철학자이다. 이번엔 부부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녀를 연결 고리로 야구 한 가지만 설명하기로 한다.
부부가 자녀와 무언가를 할 때, 가령 아빠와 엄마가 3개월 된 아기와 놀 때 부부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누구든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완하기 위한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
야구의 타율은 3할이다. 3할이라는 것은 70퍼센트가 아웃당한다는 뜻이다. 부부가 아기와 노는 것을 야구와 비유하다니, 참 감동이다. 나의 아들과 같은 야구광에겐 별일 아닐지 몰라도 내게는 큰 감동이다. 내가 심리학자 에드워드 트로닉 박사에게서 받은 ‘감동은 영원하리라’고 장담한다.
70퍼센트가 아웃당하면 30퍼센트 정도는 완전하다. 이는 30퍼센트 정도를 이해한 상태에서 모든 관계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아기(자녀)가 하는 말을 30퍼센트 정도만 이해해도 훌륭한 부모다. 반면 가령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엄마나 아빠와 놀 때 두 사람 사이에 70퍼센트 비율로 무언가 발생한다. 바로 아기와 아빠 또는 아기와 엄마, 둘 사이에 생기는 오해다. '말의 오해', 즉 ‘의사소통의 오해’다. 부모와 아기(자녀)는 언제든 서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엄마, 아빠가 아기(자녀)와 불일치한 사항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보수, 정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기는 생후 1년이 되었을 때 엄마, 아빠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나누는 말(대화)을 야구와 비교하다니... 흐흣, 야구와 대화는 둘 다 3할의 타율이다.
말(대화)의 이해 : 오해 = 3 : 7
참 멋진 표현이다. 명쾌하다.
어떤 철학자가 말들의 오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감동을 준 이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여 감동을 준 이는 두 번째로구나.
간략하고 명확하게 다시 적어 본다.
즉, 타수의 스트라이크 아웃=대화의 70% 빗나가기.
...,
아기(자녀)와 엄마, 아빠의 관계처럼 부부간 대화에서도 70퍼센트 정도 말이 빗나간다. 빗나가는 말보다 더 심각한 것은 30퍼센트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부부가 서로 함부로 말해 배우자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의도나 시작이 어떠하였든 간에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는 참으로 불행한 순간이다.
어찌해야 할까.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어도 닦아야 한다. 보수 작업, 정정 작업을 하면 된다. 대화를 통한, “말”을 통한 보수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스트라이트 아웃당한 대화를 다시 야구장으로 유인하여 또다시 한 팀이 되려면, 뛰어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부부가 함께 뛰어야 한다.
제니스 드라이버와 앰버 타바레스가 존 가트맨 부부와 함께 7년 동안 부부관계의 보수 작업을 연구했다.
관계의 달인들은 각자 서로를 위해 부드러운 ‘말(대화)’을 통한 보수 작업을 정성껏 시도하였고 상대의 보수 작업도 기꺼이 수용했다. 하지만 관계의 폭탄들은 둘 중 한 사람은 보수 작업을 게을리하거나 한쪽이 보수 작업을 시도해도 무시하고 외면하며 퇴짜를 놓았다. 그렇게 가혹한 지경을 만들어 버렸다.
부부 관계든, 그 어떤 관계든 갈등(다툼, 문제, 고민)이 발생한다. 하지만 누구든, 이 비법대로 갈등을 해결한다면 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다.
만약 부부 갈등이 있다면 이제 보수작업에 착수해 보자.
우선 부부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피하고(1단계), 갈등 문제를 중립적으로 표현해 인식시켜 주고(2단계), 기분이나 상황을 부드러운 말로 표현하거나 위로하여(3단계) 최종적으로 보수 작업을 마무리해 보자.
'1단계'
관계가 무너지는 말, 독같이 작용하는 말은 쓰지 않는다. 스스로 명심한다.
비난(=지적, 불평, 공격), 방어(맞공격), 경멸(비난, 얕보는 행위, 언어폭력), 담쌓기(무반응, 무신경)는 이제 버린다고 명심한다. 관계를 망치는 네 개의 예측인자는 과감히 버리도록 한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거칠어진 날이 있다면 다행히도 효과 있는 네 가지 해독제가 있다.
'2단계'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에 효과 있는 해독제를 투여해 본다.
비난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불평과 관련 있는 상황과 그 당시 기분을 중립적으로 표현한다.
“당신은 게을러서 청소기를 전혀 돌리지 않잖아.”대신에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 먼지가 날리니 기침이 나서 속상해.”라고 말한다.
“당신은 항상 늦게 와서 매번 우리 저녁 식사를 망쳐버려.”가 아닌 “늘 당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싶은데 함께 하지 못해 실망스러워.”라고 상황과 기분을 중립적으로 표현한다.
방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생시킨 자신을 인정한다.
늦게 퇴근한 날, 배우자가 비난이나 불평하는 말을 한다면 “내가 늦었는데 왜?” 또는 “난 늦은 적 별로 없어. 감히, 얼마 늦지도 않았는데.” 또는 “늦었기로서니 반찬도 별로 없구먼, 게다가 네가 만든 음식은 맛도 없고 형편없잖아.” 이런 말을 하는 대신에 “미안해, 좀 늦었어.”라고 간단명료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이 늦은 걸 인정한다.
경멸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를 향한 호감과 존중을 표출하여 감사함을 나타낸다. 말이나 표정, 몸짓으로 퍼부었던 경멸은 배우자를 서서히 병들게 한다. 매일 서로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따뜻하게 표현한다. “설거지해줘서 고마워.”라고 수고하는 걸 인정하여 존중하고, “자기는 요리할 때 사랑스러워.”와 같은 호감도 자주 표현한다.
담쌓기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킨 후 너무 늦지 않은 시간 내에 배우자를 다시 바라본다. 배우자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상대 배우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으응, 그랬구나.”, “아니, 그거 말고.”, “와, 멋있어.” “자긴, 대단해.”와 같이 반응하면 담쌓기 해독에 더욱 효과가 있다.
'3단계'
부부관계에 있어, 관계의 달인들은 세 가지를 지키며 지냈다. 문제가 있을 때 비난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말했고(1), 자신 기분이 어떠한지 표현하였으며(2),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며(3) 지냈다.
이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부드럽게 표현하며 지냈다.
“당신은 저녁 먹고 나서 지금까지 말은 안 하고 TV만 보고 있네(1). 그래서 나 기분이 안 좋아(2). 자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얘기해 주고 내게도 물어보면 좋겠어(3)."
이와 같이 관계의 달인이 되기 위한 보수 작업은 부드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정도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혜롭고 적극적이며 입체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일 것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당신은 “부드럽고 다정한 말(대화)”로 지속적인 보수 작업을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성공률도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