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mileall Jun 24. 2020

왜 문을 잠그고...

코로나 전쟁인가


모두가 코로나에 맞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고 있다.


영유아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있고

어른들은 직장에 나가고 있다.


2020년 5월 27일, 보건 복지부가 코로나 19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0년 6월 17일, 뉴질랜드는 코로나와 전쟁을 선언하고 군대까지 동원한다고 보도했다.


그래 전쟁이다.


전쟁이란, 존재의 완전한 소멸을 낳은 죽음과 뺨을 비비는 나날이다. 예의와 체면으로 중재되고 가리워진 인간의 다양한 속성이 전쟁과 함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그 시간들이 지닌 단절에의 공포 때문이다. 이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용감한 이는 더욱 용감하게 몸을 던지고 비겁한 이는 한없이 꼬리를 내리는 법이다. _김탁환, “패장의 어리석음”


그래 꼬리를 내린 걸까


그들이 문을 잠그고 있는 건 누구의 결정일까.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1차 결정을 내려 준 그 누구도 문을 잠근채 가만히 있는 걸까.


5월 어느 날, 지나가던 할머니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센터 화장실을 잠시만 이용하자고 했다. 정색한 얼굴로 그 건물에 근무하는 실무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실무자는 주민센터와 취미교실 등을 운영하는 건물 직원이다. 입구에 있는 화장실인데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며 잠시 편의를 봐줘야 하는 분에게안 된다며 문을 잠그고 들어 가버렸다. 그 직원은 그렇게 스스로 2차 결정을 했다.


5월의 도서관, 도서관 입구에서 방문 기록을 남기고 자료실에 올라갔다. 재빠르게 책을 찾아서 대출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것만 가능했기에.


6월 어느 날,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장 자료 검색을 했다. 도서관마다 대출 불가로 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선호하는 책을? 흔하게 좋아하지 않는 책을? 모두 빌려 갔단 말인가. 전산 오류일 거라 추측하여 도서관에 전화해 본다. 책은 도서관에 있으나 도서관을 운영하지 않아 대출 불가로 뜨게 한 거니, 책을 빌릴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을 봐서 무기한으로.

비대면(untact) 도서 대출 방안을 살짝 알려 주며 “의논이나 고려 좀 해 주세요.”라는 말도 더한다. 좋은 방안이나 적당한 시스템을 이미 알고 있거나 누군가 알려 주지만 그들은 스스로 2차 결정을 어떻게 할까.


먼저 ‘선’ 자를 가진 누군가를 존경하고 응원한다.


40대 미혼인 지인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부탁할 일이 있거나 심심하거나(바쁘지 않거나) 물어볼 일이 있을 때 오랜 공백을 깨고 전화할 수 있다.

그녀는 8년 전 직장 동료인데 함께 근무하던 직종을 그만두고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문을 닫고 있는, 문을 잠그고 있는 그러한 기관에서.

성격 좋은 그녀는 솔직하다. 혼자 먹고사는 본인은 수입이 꼭 있어야 하는데 난감하다고 했다. 올해 1년을 계약한 상태여서 이제야 다른 곳을 알아볼 수도 없어 마냥 대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기관은 차일피일 강의를 미루고 있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부에서 시작하여 부동산 등 우리가 나눈 대화의 요지는 누구는 일을 안 하고 돈을 가져가고 누구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고선 최저생계비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귀착되었다.


우리 대화의 여운을 결론 짓는다.


“한꺼번에 미리 일을 해 두면 나중에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반면에,

오랫동안 일하지 않고 쉬면 많은 일을 한번에 조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당장만 보지 말고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개인의 이익과 취향만 챙기지 말고), 공기도 마시고(옆도 보고), 흙도 밟고(아래도 보고), 하늘도 보며(위도 보며) 그렇게 함께(자신과 국가 공익을 위해)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이전 20화 관계의 달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